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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4남매 겨울나기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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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 4남매 겨울나기 그후


지난 겨울이 한창일 무렵 <아기고양이 4남매의 겨울나기>라는 기사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그로부터 약 1개월이 지난 지금.
아기고양이 4남매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녀석들의 겨울나기는 참담했다.
4마리의 새끼 가운데 단 한 마리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의 생존율이란 것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과
대부분의 길고양이가 생후 3개월 이내에 죽는다는 점,
그리고 겨울의 생존율이 가장 낮다는 3가지 이유를 감안할 때
이는 어쩔 수 없는 결과이고,
어쩌지 못하는 길고양이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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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댁 4남매 아기 고양이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기냥이 혼자 먹이원정을 나갔다가 둥지로 돌아가고 있다(위). 둥지 앞에서 짧은 겨울 햇볕을 쬐고 있는 4남매의 유일한 생존냥(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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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버려진 아기냥 어미 찾아준 아이>라는 기사에서 한 아이의 작은 손이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어미에게 되돌려주었던,
바로 그 연립댁 막내 고양이도
먹이를 주면 언제나 가장 먼저 먹이통 앞으로 달려오던 용감한 첫째 고양이도
이제는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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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댁과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기 고양이가 부동산 앞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다.

날씨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갔던 지난 1월 중순까지만 해도 녀석들은 무사했었다.
하루에 한번 꼴로 녀석들에게 사료를 제공해 왔던 나는
당시의 한파를 견뎌낸 녀석들을 보고 무사히 겨울을 나겠구나, 라고 낙관했었다.
하지만 날씨가 풀렸다가 추워지고,
일교차가 심한 날이 거듭되면서 한 마리씩 녀석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급기야 2월로 접어들면서 녀석들은 거의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4남매 가운데 겨우 목숨을 건진 아기 고양이는
둘째로 추정되는 고양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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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앞에 나란히 서 있는 연립댁과 아기고양이(위). 내가 놓아준 사료를 먹고 있는 연립댁과 아기고양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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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첫째만큼 건강해 보이지도 않았고, 막내처럼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아 길 위의 봄을 맞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녀석의 ‘생의 첫봄’도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녀석은 오늘도 어미를 따라 먹이원정을 나선다.
어미냥인 연립댁이 부동산 앞의 쓰레기 봉지를 발견하고 입으로 풀어헤치자
아기 고양이가 검은 비닐봉지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먹을 것을 찾는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먹을 것이 보이지 않는지
녀석은 실망스럽게 발길을 돌리고 만다.
정육점 골목에서 만난 비닐봉지에서도 허탕을 쳤다.
눈물겨운 먹이원정의 복식조는
그렇게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먹이원정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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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댁의 배에서 먼저 태어났던 멍이(사진 왼쪽)와 4남매의 유일한 생존 아기냥이 겨울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사실 하루에 한번 정도 내가 녀석들의 둥지 앞에 놓아주던 사료는
기껏해야 녀석들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양에 불과하다.
그것으로 연립댁과 아기냥, 멍이와 얌이가 나눠먹고 이따금
아기냥의 아비냥까지 찾아와 동냥을 한다.
얼마 전까지 4남매 아기냥을 보살피기 위해 또다른 누군가가 놓아주던 사료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갑자기 급식이 끊겼다.
아마도 주위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고 사료 도움의 손길을 멈춘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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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원정을 다녀와 둥지를 향해 뛰어오르는 아기 고양이.

4남매의 아기 고양이 중 3마리는 생의 첫봄을 만나기도 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유일하게 남은 한 마리 아기 고양이의 첫봄도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다.
길고양이에게 ‘꽃 피는 봄’은 영원히 오지 않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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