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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4 시골냥이가 사는 법 (17)

시골냥이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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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냥이가 사는


길고양이가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도심의 길고양이와 시골의 길고양이는 사는 환경이 다른 만큼
사는 방식도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고양이의 밀도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일수록 고양이 밀도도 높다.
이 말은 다시 말해 길고양이가 싫든 좋든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까 사람이 많은 곳에는 사람이 배출하는 음식 쓰레기도 많고,
은닉처나 거주할 공간도 그만큼 더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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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번 정도 우리집을 찾아왔다가 문전에서 바람이의 공격을 받아 쫓겨난 고양이(위). 이웃마을 개울가 모텔을 영역으로 살아가는 모텔냥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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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오기 전 내가 도심에 살 때만 해도
내가 살던 집에서 반경 500미터 이내에 볼 수 있는 길고양이가 약 30여 마리 정도였다.
그러나 내가 이사를 한 시골에서는
사는 집을 중심으로 반경 500미터 내에 마당고양이를 다 포함해도
눈에 띄는 고양이가 고작 네댓 마리에 불과했다.
물론 내가 사료배달을 하는 이웃마을의 경우 한 마을에 약 15마리 정도의 길고양이가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도심의 고양이 밀도는 시골에 비해 2~3배 이상 높아 보인다.
이는 다시 말해 시골에 사는 고양이의 영역이 도심의 그것보다 훨씬 넓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 동네 흑두건 고양이 한 마리는 무려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지만,
종종 우리 집 골목에서 마주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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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마을 봉달이와 덩달이의 영역에 자주 나타나는 고등어무늬 고양이. 입가의 누런자국무늬를 제외하면 덩달이와 비슷하게 생겼다(위). 마을 앞 냇물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는 봉달이의 모습(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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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서 오는 먹이, 야생성, 고양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 등도 차이가 있다.
도심의 길고양이는 상당수 사람이 버리는 음식 쓰레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시골의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다만 시골의 고양이는 도심의 고양이보다 새나 쥐, 개구리 등 자연에서 먹이를 구하는 비율이 좀더 높은 편이다.
먹는 물 또한 차이가 있다.
도심의 고양이는 주로 웅덩이나 하수구, 버려진 그릇에 고인 물을 마시는 반면
시골의 고양이는 집안의 수돗가 물받이통에 고인 물이나 시냇물, 논물, 연못에 고인 물 등
훨씬 다양한 곳에서 물을 구하고 신선한 물을 구하기도 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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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서 4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또 다른 마을을 구경하다 만난 두 마리의 고양이(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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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시골과 도심의 고양이는 ‘야생성’에서 차이가 난다.
그만큼 시골의 고양이는 사냥 본능이 더 앞서고
본래 야행성인 고양이의 습성도 더한 편이다.
사람과의 친밀성에서는 좀더 많은 사람과의 접촉을 갖는 도심의 고양이가 시골의 고양이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길고양이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은 도심이 훨씬 많은 편이어서
길고양이가 갖는 불안감이나 사람에 대한 적대감 또한 도심의 고양이가 더 많이 느낀다고 볼 수 있다.
주택지구에서의 로드킬 비율도 도심이 훨씬 높은 편이다.
다만 자동차전용도로 등에서의 로드킬 비율은 서울을 벗어날수록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야생동물의 로드킬은 자동차의 속도에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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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노랑이 한 마리(위). 새소리가 나는 숲에서 새를 쫓아다니는 숲고양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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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적으로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많은 시골에서는
길고양이와 집고양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당고양이가 많은 편이다.
시골에서는 아무래도 고양이를 마당에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달타냥이나 봉달이와 덩달이도 마당고양이다.
사실 시골로 이사를 올 때 내 바람은
고양이를 집안이 아닌 마당에 키우는 거였다.
그래서 몇 번이나 랭보와 랭이에게 목줄을 걸고 마당 적응도 시켜보았으나,
길고양이 출신인 랭보가 워낙에 공포심과 두려움을 느끼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다.
결정적으로 우리 마당을 길고양이 바람이가 영역으로 삼는 바람에
정작 우리집에 사는 고양이들이 우리집 마당을 공포의 공간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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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와 당돌이, 순둥이에게 골목의 영역을 빼앗기고 마을 외곽으로 영역을 옮긴 고등어무늬(위). 축사고양이가 사는 축사를 요즘 부쩍 자주 찾는 고양이. 처음엔 단순히 침입냥인줄 알았으나 여러 번 축사냥이 대모와 함께 다정하게 누워있는 것으로 보아 대모의 새로운 낭군으로 보인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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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이사를 온지 나도 어언 1년이 넘었다.
내가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기록한 지도 벌써 2년 4개월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참으로 많은 고양이들을 만났고,
그 중의 어떤 고양이들은 정들자마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시골이든 도심이든 길 위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유독 길고양이를 냉대하는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그것만은 도시와 시골이 다르지 않다.
조금 더하거나 덜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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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봄이 오는 밭에서 음식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


* 위 사진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봉달이를 제외하고 모두 블로그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고양이들입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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