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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5 남매는 용감했다 (26)

남매는 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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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용감했다


 


지난겨울 어미를 고양이별로 떠나보낸 당돌이와 순둥이는
어미 없이도 어엿한 중고양이가 다 되었다.
어미가 어렵게 쟁취한 영역과 가까스로 마련한 둥지에서
당돌이와 순둥이 남매는 어미 없이 남은 겨울을 보냈고,
치열한 영역싸움과 함께 봄을 건넜으며,
어느덧 여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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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곳은 황금영역이야... 꽃이 피었으니 꽃영역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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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용감했다.
아기고양이의 몸으로 둘은 혹독한 눈과 추위를 견뎠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집중호우를 이겨냈다.
무엇보다 주변 고양이들의 잦은 영역 침범에도 불구하고
남매는 여전히 골목의 황금영역을 온전히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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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면 뭐해...따먹을 수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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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매에게 가장 커다란 골칫거리는
교회냥이 그룹에서 독립을 해 이쪽으로 이주를 한 노랑이의 잦은 습격이다.
특히 내가 남매의 영역에 사료 배달을 하고 나면
어디선가 이 녀석이 나타나 남매를 내쫓고 먹이를 독차지하곤 한다.
따로 녀석에게 사료를 나눠 주어도
녀석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지
남매의 사료를 기어이 훔쳐 먹고서야 자신의 것을 아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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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좋지 않냐...이렇게 천연 캣타워도 있고, 스크래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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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나는 녀석의 이름을 '승냥이'라고 불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승냥이가 늘 거칠게
당돌이와 순둥이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가끔 이 동네 왕초고양이 흰노랑이도 남매의 영역에서 먹이를 얻어먹지만,
왕초고양이와 남매의 사이는 돈독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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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들...방심하고 있군!"

왕초냥이와 남매가 서로 어울려 대문의 그늘에서 낮잠을 자는 것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승냥이 녀석만 나타나면 전운이 감돈다.
고성이 오가고 여지없이 싸움이 시작된다.
사실 승냥이의 처지도 이해가 간다.
녀석은 태어날 때부터 이른바 ‘언청이’로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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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영역이 어서 내 차지가 되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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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는 교회의 주방 앞에서 딱딱하게 언 어묵을 씹어먹는 녀석을 본 적도 있다.
교회냥이는 노랑이만 세 마리였는데,
봄이 되면서 녀석만 독립을 해 이곳에다 새 보금자리를 차렸다.
힘겨운 날들을 살아오다보니 녀석 또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했다.
그것은 고스란히 당돌이와 순둥이 남매를 향한 공격성으로 표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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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고양이는 말했지. "세상은 서로 나누며 어울려 사는 거야...영역에 대한 예의...이게 길 위의 법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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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볼 때 남매가 차지한 영역이야말로
늘 안정적인 먹이가 공급되는 황금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영역을 차지하려는 야욕을 수시로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고 당돌이와 순둥이 남매가 언제나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먹이는 양보해도 영역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게
남매의 생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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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승냥이 녀석이 또 나타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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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당돌이가 출타를 한 사이에
승냥이와 순둥이의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건 싸웠다기보다 순둥이가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내가 나타나자 승냥이는 혼자 먹이를 독차지하고자
대문에 앉아 있던 순둥이를 향해 꼬리털을 바짝 세우고 다가갔다.
곧이어 하악질을 하며 순둥이에게 달려들었다.
순둥이는 기겁을 하고 도망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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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사는 거 좋아하시네...역사란 대대로 이긴 자의 기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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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에야 당돌이가 돌아왔다.
이번에도 승냥이는 대문에 앉아 있는 당돌이를 공격했다.
당돌이는 힘 한번 못쓰고 줄행랑을 놓았다.
그런데 잠시 후 반전이 있었다.
남매의 둥지가 있는 옆집의 철대문을 사이에 두고
당돌이 순둥이 남매와 승냥이가 대치하고 있었는데,
남매는 좌우를 번갈아가며 합동으로 승냥이를 위협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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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에서 당돌이와 순둥이를 쫓아버린 승냥이의 뒷모습.

둘의 연합작전에는 당할 수 없는지
승냥이는 꼬랑지를 내리고 도망을 쳤다.
이것이 바로 남매가 먹이는 양보해도 영역을 빼앗기지 않는 비결이었다.
둘은 모자란 힘을 모아서 이렇게 영역을 지켜오고 있었던 것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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