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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칼의 노래>에서 무엇을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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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칼의 노래>에서 무엇을 보았나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받은 뒤 탄핵심판이 기각될 때까지 당신이 마음을 정리하며 보았다는 소설이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다. 당신은 거기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이었을까. 아니면 죽느니만 못한 삶을 택하느니, 진정 죽어서 사는 삶이었을까.

소설의 말미는 이렇게 끝나고 있다. “세상의 끝이......이처럼......가볍고......또......고요할 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을......이 세상에 남겨놓고......내가 먼저......” 이순신은 왼쪽 가슴에 총탄을 맞았고, 졸음처럼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다가오는 죽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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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의 살기는 찬란했다. 먼바다에서, 여러 방면의 적들은 합쳐지면서, 다시 거대한 반원진으로 재편성되고 있었다. 적선에 가려 수평선은 보이지 않았다. 적의 반원진은 바다 전체의 크기만한 그물로 다가왔다. 아침 햇살 속에서 수천의 적기가 바람에 나부꼈다. 적의 반원진은 더욱 다가왔다. 적의 전체였다. 내 앞에 드러난 적의 모든 것이었다. 적들은 수군뿐 아니라, 철수하는 육군 병력 전체를 배에 싣고 있었다. 적의 전체는 넘실거리며 다가왔다.” 무수한 적들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을 때 이순신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적이 한발 다가올 때마다 그는 한발씩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언제까지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이 벼랑끝이었다. “이제 죽기를 원하나이다. 하오나 이 원수를 갚게 하소서.” 그렇게 그는 죽기를 각오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해야만 했다. 꽁무니를 빼고 졸렬하게 사느니, 명예롭게 죽고 싶었다.

고인 또한 살아서 죽은 목숨보다 죽어서 영원히 사는 삶을 택했다. 그러니까 어쩌면 고인은 죽음이 아니라 삶을 택한 건지도 모르겠다. 죽음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내고, 죽음으로 살려내야 할 것들을 살리기 위해서, 고인은 그렇게 꽃처럼 져서 강물처럼 흘러갔다. 이순신이 느꼈을 “나는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죽음은 절벽처럼 확실했다. 다만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고문과 문초가 길지 않기를 바랐다. 죽여야 할 것들을 다 죽여서, 세상이 스스로 세상일 수 있게 된 연후에 나는 내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었다.”는 심정을 고인도 느꼈을까.

고인은 죽을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삶을 택했다. 어쩌면 고인은 “나는 다만 임금의 칼에 죽기는 싫었다. 나는 임금의 칼에 죽는 죽음의 무의미를 감당해 낼 수 없었다.” 그런 심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소설에 나온 “모든 헛것들은 실체의 옷을 입고, 모든 실체들은 헛것의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는 구절이 절절하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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