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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6 두 남자는 왜 동경으로 갔을까 (3)

두 남자는 왜 동경으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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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는 왜 동경으로 갔을까
- 김경주·문봉섭, <레인보우 동경>(넥서스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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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시인 김경주를 이야기해야 하리라. 몇 년 전 술자리에서 처음 알게 된 그와의 인연은 여행으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삼척의 오지 여행에 동행했고, 두번째는 몽골 고비여행을 함께 했다. 그의 첫 번째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랜덤하우스)가 막 나왔을 때, 그는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집을 한권 챙겨 울란바토르로 날아왔다. 그리고 고비여행의 동행자들은 그에게 사막도시 달란자드가드의 게르 숙소에서 잊을 수 없는 게르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었다. 그것이 효험이 있었을까. 이 시집은 무려 2년여 간이나 시집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앉아 내려올 생각을 안했다. 현재 그는 문단에서 가장 촉망받는 시인의 한 명으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 마디로 시 쓰는 사람치고 김경주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각설하고, 그런 그가 작년에는 고비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한 여행산문집 <passport>(랜덤하우스)를 펴낸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여행에세이인 <레인보우 동경>을 그의 친구이자 영화감독인 문봉섭과 함께 펴냈다. 두 남자의 동경 이야기. 여기서 말하는 동경은 ‘東京’이기도 하고, ‘憧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마음으로 꿈꿔온 동경(東京)에 대한 동경(憧憬)인 것이다. 그들에게 도쿄는 끊임없이 감성의 자극을 받아온 문화의 도시이자 동경의 도시였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책 등이 밀집된 도쿄의 문화를 접하면서 미래의 꿈을 키운 곳이다. 그런 그들이 30대의 초반에 동경의 도시 도쿄로 함께 떠났다. 한 명은 연필과 낡은 타자기를 들고, 한 명은 카메라와 스케치북을 들고.

안녕,
우리는 지하철 옆구리에 앉아 덜컹덜컹 졸면서
어깨를 한 번씩 빌려주었을지도 모르는 사이지.
우연히 옆자리에 나란히 졸면서 말이야.
-본문 중에서


이 책은 평소 꿈꾸던 도쿄 속에 숨어 있는 문화를 찾아 감성적인 아포리즘 혹은 산문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여행정보나 여행지에 대한 감상보다 도쿄 그 자체를 시인의 투명한 감성과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사진은 남들이 접근할 수 없는 각도와 영화감독 특유의 앵글로 감각적인 도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기존 도쿄에 관한 책들이 주는 감각 너머의 감각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듯한 장면들을 끼워넣고 있다.

한 사람은 시인이고, 한 사람은 영화감독이다. 이제껏 그렇게 살아온 그들에게 동경은 시인이자 감독이며 아티스트로서 한국에서 꿈꿔오던 자신들의 정체성을 돌아보기 위한 ‘30대의 터닝장소’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곳에서 지난날의 자신을 만나고 현재의 낯선 자신을 만나며 꿈꾸던 미래의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30대의 새로운 꿈을 갖고 돌아왔다. 두 저자는 오랜 세월 동경의 마니아였다. 지금도 그들은 피규어를 모으고 만화책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책의 항목에 넣어두고 덜덜거리는 올드 바이크를 타고 다닌다.

어쩌면 그들이 꿈꿔온 동경은 동경이 아니어도 좋고 우리가 동경이라고 부르는 동경 너머의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할 나이 30대가 된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동경했던 것들에 대해 우리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이야기들이다. 그것은 고백의 형식에 가깝다. 고백은 살면서 우리가 생의 한가운데 가만히 불러들이는 ‘틈’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동경에서 보았던 틈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그 틈 속에 있는 사물과 사람, 풍경이 스스로 하는 고백이기도 하다.

내 마음으로 들어온 모든 멍은 시간이었지만
난 이제 떠남으로써만 그 멍을 식히곤 한다.
떠남으로써만 우리는 만날 수 있고 떠남으로써만 우리는 멍들 수도 있다.
-본문 중에서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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