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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길고양이의 싸늘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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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길고양이의 싸늘한 죽음


약 한달 전 노랑새댁네 노랑둥이 녀석들 중 두 마리는 분가를 하고
두 마리만 둥지에 남았다.
내가 먹이를 줄 때마다 꼭 4마리가 붙어 있었지만,
어느 날 부터인가 2마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설령 2마리에게 다른 변고가 생겼을지라도 난 그렇게 믿고 싶다.
독립을 해서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어느덧 녀석들도 태어난지 6개월이 되어가니
독립할 나이가 훨씬 지난 셈이다.
이제 노랑새댁네 둥지에는 슈렉 고양이도 떠나고
배고파서 휴지를 먹던 휴지냥과 이름 붙이지 못했던 또 한 마리의 노랑이만 남았다.
그러나 ‘남았다’는 표현은 적절치가 않다.
얼마 전 남아 있던 ‘이름 붙이지 못한’ 노랑이 녀석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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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새댁네 노랑둥이의 싸늘한 죽음.

몇며칠 노랑둥이 녀석들이 보이지 않아 걱정했는데,
결국 한 녀석은 늘 먹고 놀던 그 장소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아스팔트 바닥의 흙탕이 묻어 몸과 얼굴이 더러워져 있었다는 것밖에는
어떤 외상도 찾을 수가 없었다.
녀석이 죽은 장소가 원룸주택의 주차공간이었다는 점에서
아마도 차에 치여 죽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른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굶어 죽었거나 얼어 죽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꾸준히 먹이주기를 해온 터이고,
먹이를 구할 능력이 없는 새끼도 아니어서 일단 굶어죽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얼마 전의 가장 추웠던 시기에도 멀쩡했던 고양이가
최근의 날씨에 얼어 죽는다는 것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물론 길고양이의 경우 굶어죽는 것보다는 얼어 죽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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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앞 주차공간에 앉아 있던 노랑이 녀석들.

마지막으로 부동액 사고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부동액 사고라고?
미국에서는 개나 고양이같은 애완동물이 부동액을 핥아먹고 죽었다는 보고를
아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부동액은 맛이 달콤하고 소량이라도 몸속에 들어오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부동액을 ‘무차별적인 살생제’라고 부른다.
이런 문제로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제조업자들에게 ‘쓴’맛을 내는 요소를 첨가해서 부동액을 맛없게 만들라 권고하고 있다.”(마티 베커&지나 스패더포리, <고양이가 궁금해> 중에서)
국내에서도 이런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보고된 바가 없어 확신할 수는 없다.
결국 원인이 무엇이든 노랑이는 이 세상에서
6개월 정도의 짧은 고양이로서의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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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거처인 천막 덮인 파이프 너머에서 새끼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노랑새댁.

노랑이의 6개월 가량 묘생 동안 나는 거의 절반인 3개월 이상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먹이를 제공해 왔다.
내 앞에서 배를 드러내고 누워 먹이 구원 행동을 하던 녀석이
지금은 저렇게 싸늘한 주검으로 엎드려 있다.
내가 전화에 대고 아내에게 “노랑이가 죽었어!”라고 하자
아내는 울먹울먹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퇴근길에 아내도 몇 번이나 만나 인사를 나눈 고양이었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 것이 길고양이의 운명이므로
나는 담담하려고 애썼다.
내가 ‘길고양이 아파트’라고 불렀던 파이프 너머에서
노랑이의 어미인 노랑새댁은 새끼의 죽음을 한참이나 지켜보다 사라졌다.

길 위의 봄은 너무 더디게 온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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