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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5 고양이 3남매를 찾습니다 (53)

고양이 3남매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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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3남매를 찾습니다

 

산들산들 봄바람이 불던 날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녀석들은 완전 무장해제하고 내 발치까지 다가와서는

돌아가며 발라당을 선보였습니다.

무럭이, 무던이, 무심이 3남매와 노을이.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졸졸졸 따라다니며 뒹굴었습니다.

 

 

내가 별다른 상대를 하지 않고 밭둑에 사료를 부어주어도

밥은 이미 개울집 급식소에서 먹고 왔다며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사료는 됐고, 놀아주지 않을 거면 함께 있어주기나 하라며

녀석들은 내 앞에 앉아서 한참이나 나와 눈을 맞췄습니다.

무던이는 슬쩍 뒤로 빠져 폐차장 카오스에게 마실을 가고

무럭이는 밭고랑을 오르내리다 고랑에 걸쳐놓은 판자 위에 앉아 그루밍을 했습니다.

 

 

 

심심해진 무심이는 밭고랑에 솟아난 봄풀을 한참이나 맛있게 베어먹었습니다.

그러고는 밭둔덕으로 올라와 납작 엎드려 턱을 바닥에 붙이고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노을이는 뒤에서 내 등만 바라보다가 쩌억 쩍 하품을 해댔습니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고양이들에게 나는 사료를 배달해 왔지만,

무럭이네 3남매와 노을이에게는 종종 간식으로 캔이나 소시지, 스틱을 나눠주곤 했습니다.

 

 

이 녀석들은 개울집 급식소에서 밥을 먹을 때가 많아서

내가 사료를 주어도 입에 대지 않는 날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를 만나면 녀석들은 사료보다는 간식을 가져왔나부터 살피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녀석들이 나를 더 졸졸졸 따라다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따라 내 주머니 속에는 간식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습니다.

나는 그저 사진이나 몇 컷 찍고 일어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녀석들이 평소답지 않게 나에게 친근하게 굴어서 나는 바쁜 일을 제쳐두고

녀석들 사이에 앉아서 잠시 귀가를 지체했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녀석들과의 마지막 추억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랬다면 더 오래 녀석들과 시간을 보냈겠지요.

그러니까 그 때가 3월 중순이었으니, 어느덧 한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한번도 녀석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날 때만 해도 잠시 녀석들이 안보이는 거겠지, 생각했지만

열흘이 지나고 보름을 넘어서자 슬슬 걱정이 되었습니다.

매일 보이던 녀석이 보름이 넘도록 안보이니 이상할 수밖에요.

그렇게 훌쩍 한달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녀석들이 나타나지 않으니,

이제야 나는 뒷북치듯 녀석들을 찾습니다.

 

 

 

<고양이 3남매를 찾습니다>

이름은 무럭이, 무던이, 무심이.

3남매의 삼촌 노을이도 함께 찾습니다.

지난 3월 중순 내 앞에서 발라당을 한 뒤로 녀석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녀석들과 한배에서 태어난 다른 3형제와 어미는 지난 해 가을

텃밭에 먹음직스럽게 놓여진 수상한 밥을 먹고는 고양이별로 떠났지요.

슬퍼할 겨를도 없이 3남매는 한동안 사람을 피해 도망을 다녀야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도망만 다니며 살 수가 없어서

3남매는 서로가 비빌 언덕이고 가릴 지붕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왔더랬습니다.

기왕지사 살기로 했으니 명랑하게 살자고

남매는 남매끼리 산책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눈밭에서 뒹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들 곁에는 노을이 삼촌이 있어서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 주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겨울을 보내고 봄이 왔습니다만,

녀석들은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서 보이지 않습니다.

 

 

한달씩이나 안보일 녀석들이 아닌데 말입니다.

아내는 말합니다.

“혹시 여울이처럼 쥐약을 먹고 잘못된 게 아닐까?”

내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녀석들을 돌봐온 개울집 대문이라도 쾅쾅 두들겨 확인해 보면 녀석들의 소식을 알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가 겁이 납니다.

여울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 소식을 전해줄까봐!

차마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냥 나는 녀석들이 행방불명된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녀석들을 찾습니다.

고양이 3남매를 찾습니다.

무럭이는 착하고 사교성이 좋아서 남의 영역 고양이들에게 사료도 맘대로 퍼주는 인정 많은 아이고요,

무던이는 엉뚱한 구석이 많아서 가끔 봉춤을 추거나 멍하니 앉아서 바닥을 구경할 때도 있습니다.

무심이는 툭하면 노을이 삼촌에게 소싸움 하듯 장난을 걸고,

노을이는 그런 장난에 맞장구도 제법 잘 쳐주는 삼촌 고양이였습니다.

 

 

 

녀석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텃밭을 파헤치고 실례 좀 했다는 것인데요.

그 때문에 누군가 이 녀석들에게 또 나쁜 짓을 했다면

당신은 정말 나쁜 인간입니다.

아니 믿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그리 무도한 짓을 할 수가 있을까요.

어쩌면 누군가 녀석들을 데려가 깨끗하게 목욕을 시키고

“자 여기가 이제 너희들 집이다.”라고 다정하게 말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더라도 3남매는 잘 있다고,

아무 일 없이 잘 지낸다고 소식이라도 짧게 전해주세요.

고양이를 찾습니다.

누군가 녀석들을 보았다면 여기에 댓글이라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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