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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6 폭설에 대처하는 고양이의 자세 (16)

폭설에 대처하는 고양이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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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대처하는 고양이의 자세

 

한겨울 폭설이 내리면 고양이는 잔뜩 움츠리게 마련이다.

어떤 고양이는 둥지에 숨어 아예 바깥 출입을 하지 않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고양이는 잔머리를 굴려 제설작업이 끝난 집으로 피신을 온다.

또 어떤 고양이는 사태를 관망하며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망설이기도 한다.

그러나 폭설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고양이도 있다.

고양이의 세계는 참으로 다양하고 종잡을 수가 없다.

 

 "눈 참 묘하게도 내린다."

 

1. 은둔형

 

내가 만난 고양이 가운데 은둔형의 대표적인 고양이를 말하자면

승냥이를 꼽을 수 있다.

이 녀석 눈이 내리는 날 하수구 구멍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모습을

나도 서너 번이나 보았다.

 

 "눈아 오지마라! 사료 묻힐라!"

 

축사고양이 출신인 대모도 은둔형 고양이에 속한다.

녀석도 눈이 내리면 논두렁의 배수구 속으로 들어가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린다.

한번은 옛 축사가 있던 곳에 곁달린 집의 헛간 아궁이 속에 들어가

아예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모습도 만난 적이 있다.

 

 "묘생은 기다리는 거다." - 대모(위). 지붕 처마에서 나와 먹이원정을 가는 가만이(아래)).

 

하지만 아무리 은둔형 고양이라 해도

정말로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눈을 맞거나 폭설을 헤치고 먹이원정을 떠나야 한다.

언제까지 은둔묘로 살 수는 없다.

 

2. 잔머리형

 

 "모두 내 집앞 눈치우기 하세요."

 

눈이 내리면 잔머리를 굴리는 고양이도 있다.

우리 동네 역전고양이 녀석들은 폭설이 내리자

자신들이 머물던 거처를 나와 이웃집 계단과 마당에 앉아 있었다.

알고보니 이 집은 눈이 내리자 곧바로 제설작업을 끝낸 듯한데,

녀석들은 용케 그것을 알고 다른 집을 다 제쳐두고

제설이 끝난 이 집에서 잠시 신세를 진 것이다.

 

 계단에 앉아 있는(위) 녀석과 헛간 지붕 아래 앉아 있는 역전고양이(아래).

 

한번은 이 녀석들 날씨가 몹시 춥던 어느 날 오후

네 마리가 줄지어 눈밭을 걸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살금살금 녀석들의 뒤를 밟아보니

도로 건너편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노인대학 건물 뒤란으로 가고 있었다.

담장 사이로 살펴보니, 햐 이 녀석들 나무를 때는 보일러인지

따뜻한 보일러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3. 잠시대기형

 

"여기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돼?"

 

우리 동네 전원고양이들은 눈이 내리면

일단 전원주택 테라스 마루로 일제히 피신을 한다.

여기서 녀석들은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눈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하나둘 나이가 어린 순으로 눈밭에 나와 장난을 치곤 한다.

 

 눈밭에 나서지 않으려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원고양이(위). 눈이 녹은 화단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는 고래고양이(아래).

 

늙은 고양이일수록 눈이 귀찮고,

어린 고양이일수록 눈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한번은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전원주택에 들른 적이 있는데,

마당에 길을 내듯 세 갈래로 눈을 치워 놓았다.

가만보니 이 녀석들 눈밭은 전혀 밟지 않고

제설이 끝난 길만 밟고 다녔다.

 

 "근데 쟤 지금 눈밭에다 쉬하는 거냥? 목욕탕에서 쉬하는 거랑 뭐가 달라!"

 

심지어 밥때가 되자 눈을 치운 밥그릇 주위에

온 식구다 다닥다닥 붙어서 일제히 꼬리를 치켜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일단 밥을 먹고 나자

소냥시대 어린 녀석들은 하나 둘 눈밭으로 쏟아져나와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4.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형

 

 "슬슬 나가볼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것이 폭설일지라도.

무럭이네 3남매와 노을이는 폭설이 내리든

눈이 쌓여 무릎까지 오든말든

평상시와 다름없이 명랑하게 생활하는 편이다.

 

 "우리 뭐하고 놀까?"(위).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아래).

 

더러 밭자락 끝에 작은 배수구 구멍이 있어

그리로 몸을 피하기도 하지만

이는 몸을 피한다기보다 장난에 가깝다.

누군가 먼저 들어간 고양이가 있으면

뒤따라 들어간 다음 고양이가 안에 있는 녀석을 쫓아내고,

그 녀석은 또 다른 녀석에게 쫓겨나고.

 

 "눈밭에선 달리기가 최고지....암...!"

 

보아하니 거기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 툭하면 눈밭에서 장난도 친다.

서로 꼬리잡기 놀이를 하는가 하면,

갑자기 술래잡기를 하다가 우다다로 종목을 바꾸기도 한다.

 

 "그럼 나도..."

 

가끔 무럭이와 무던이는 밭둑의 두릅나무에 앉았다 가는

새들을 쫓느라 정신이 없고,

노을이는 간혹 느닷없이 주위를 놀라게 하며 전력질주를 하기도 한다.

이 녀석들 노는 꼴을 보고 있으면,

꼭 눈 오는 날 동네 아이들 노는 것만 같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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