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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타작 콩타작,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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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타작 콩타작,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깨가 쏟아진다. 콩이 쏟아진다. 알곡이 쏟아진다.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강변길에 앉은 노부부는 막대기 하나씩 들고 깨를 턴다. 말로만 듣던 몽둥이 타작이다. 깨는 도리깨나 호롱기 타작을 하면 알곡이 망가져 이렇게 일일이 몽둥이 타작을 해야 하는 것이다.

조도라는 섬에서 만난 아흔살 노인도 혼자 마당에 쭈그려앉아 깨타작을 한다. 몽둥이 들 힘만 있어도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탁타닥 탁타닥 탁탁. 가을 깊은 마을에 몽둥이 타작 소리 음악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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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이 보이는 길가에서 깨타작을 하는 노부부(위, 제천시 금성면). 겨우 몽둥이 들 힘만 남은 노인이 타작 끝낸 깨를 한번 더 털어내고 있다(아래, 진도군 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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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마을 외딴집 마당에서는 도리깨 타작이 한창이다. 어머니가 탁~하고 도리깨를 내려치면 아들이 타닥~하고 받아친다. 탈곡기가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 가장 흔한 타작도구는 도리깨와 홀테라는 것이었다. 홀테가 주로 쌀과 보리 이삭을 훑는 것이라면, 도리깨는 콩이나 팥, 메밀처럼 대체로 굵직한 알곡을 터는데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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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콩밭에서 도리깨 타작을 하고 있다(위, 영동군 상촌면). 두메마을 외딴집 마당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콩타작을 하고 있다(아래, 삼척시 도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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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테는 통나무에 톱니처럼 생긴 쇠심을 여러 개 박아 이삭을 훑어내게끔 만든 것이고, 도리깨는 긴 장대 끝에 ‘도리깨아들’이라고 불리는 일정한 길이의 나무(휘추리라고도 함)를 여러 개 꿰어 그것을 휘돌리면서 바닥에 놓인 알곡을 털어내게끔 만들었다. ‘장부’라고도 하는 도리깨 장대는 보통 대나무로 만들었지만, 대나무가 나지 않는 지역에서는 물푸레나무를 쓰기도 하였고, 휘추리는 대개 닥나무가 많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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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보이는 땅콩밭에서 수확이 한창이다(위, 제천시 금성면). 가을볕에 말라가는 씨옥수수 타래(아래, 충주시 동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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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도리깨질을 할 때는 혼자 하는 외도리깨질보다 둘이서 하는 쌍도리깨질이 많았는데, 이 쌍도리깨질을 할 때는 아무래도 척하면 탁, 장단 맞추는 요령이 필요했다. 이는 도리깨가 서로 맞부딪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은연중에 장단을 맞춤으로써 노동의 고역을 더는 노릇도 하였다. 휘추리를 휘두를 때도 요령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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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곡한 벼를 가을볕에 말리고 있다(위, 청양군 대치면). 수확을 앞두고 누렇게 벼가 익은 황금들녘(아래, 진도군 진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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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를 하늘로 치켜올리는 순간, 힘을 뺐다가 저절로 내려오는 반동을 이용해 마지막에 힘을 실어주어야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도리깨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저 개구리 패대기치듯 힘 자랑만 해서는 금세 어깨며, 허리가 결리고 아픈 법이다. 강변의 모래흙밭에서는 땅콩이 익어가고, 산비탈 볕 좋은 언덕에는 수수가 모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들판에는 누렇게 벼가 익어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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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수수밭에서 수수가 익어가고 있다(제천시 덕산면).

타작이 끝난 집에서는 마당에 날곡을 널어말리느라 바쁘고, 콩타작이 끝난 콩밭에는 콩가리가 드문드문 섰다. 이 콩가리의 콩깍지는 겨우내 생구로 살아온 소에게 먹일 양식이 된다. 타작이 한창인 요즘 시골에서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바쁘다. 시골의 낭만과 서정은 어쩌다 이곳을 지나는 도시인들이나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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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콩밭에 타작을 끝내고 세워놓은 콩가리(삼척시 도계읍).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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