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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2 접사로 본 신비한 서리꽃 세계 (13)

접사로 본 신비한 서리꽃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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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로 본 신비한 서리꽃 세계



서리꽃의 결정체. 적나라한 서리꽃의 몰골.


봄이 코앞인데, 산중마을 외딴 집에 뽀얗게

서리꽃이 내려앉았다.

마당을 가득 채운 장독 항아리에도

밭가에 에두른 목책의 나무 토막에도

오래 전에 깎아 세워 이제는 얼굴이 다 뭉개진 장승의 얼굴에도

하얗고 아름답게 서리꽃이 피었다.


고목에 다닥다닥 피어난 서리꽃.


연못가에 어젯밤 다녀간

고라니의 동글동글한 배설물 위에도

마당 한편에 세워놓은 자동차 유리창에도

이제 막 부풀어오른 봄나무 잎망울에도

서리서리 서리꽃이 피었다.



어젯밤 다녀간 고라니 똥 위에도 서리꽃이 피었다.


서리꽃은 피어서 이토록 눈부시다.

겨울이 한창일 무렵에도 서리꽃을 찍은 적이 있지만,

도심에서 보는 서리꽃과 산중에서 보는 서리꽃은

영판 분위기부터가 달라 보인다.

수정같고, 별사탕같고, 유리조각같은 서리의 결정체가

마치 X-레이를 찍은 듯 훤하게 드러난다.



장독대 항아리 뚜껑에 내려앉은 수백, 수천 가지 모양의 보석같은 서리꽃 결정체들.


아무래도 오늘은 된서리가 내린 듯하다.

싱겁게 내리는 무서리는

이토록 확실한 몰골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장독대 항아리 뚜껑에 내려앉은 수정 알갱이같은 서리꽃에 반했다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눈 결정체같은 나무 토막 서리꽃에도 반했다가

아무데나 마구 내려앉은 서리꽃 천지에

몸서리까지 친다.



장승의 썩은 밑둥에 피어난 서리꽃.


한참을 서리꽃 구경하다가

아침 해가 떠올라 햇살이 막 서리꽃을 비추는 풍경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가벼운 탄성까지 질러가며

자연이 내린 겨울꽃

서리꽃 구경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투명하게 빛나는 서리꽃 결정체.


서리꽃은 그저 자연계의 이슬과 수증기가 얼어붙은 결정체에 불과하지만,

정말로 섬세하고 기묘한 순간의 꽃이다.

눈꽃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눈꽃보다 투명하고,

얼음처럼 탄탄하지 않지만,

얼음보다 매력적인 꽃이 바로 서리꽃이다.



산골에 세워놓은 자동차 차창에도 아름다운 서리꽃이 피었다.


그러나 서리꽃은 햇살이 오래 비추면 곧 사라지는 꽃이므로

서리꽃 구경은 부지런한 자의 특권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리꽃 속에는 온갖 무늬와 표정이 들어 있다.

어떤 꽃은 동화를 이야기하고,

어떤 꽃은 세상에 없는 꿈을 꾸게 한다.



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자 서리꽃이 투명한 보석처럼 빛난다.


서리꽃 속에서 나는 잊고 지낸 동심을 보았고,

도시에서 온 삭막한 사내의 미어진 가슴을 보았다.

그동안 나는 서리꽃 구경할 새도 없이 살았구나, 라는 때늦은 후회.

세상에는 이토록 비밀스런 세계도 존재하는구나, 라는

세삼스런 발견.


서리꽃이 핀 차창에 비친 산자락의 능선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몇 장의 서리꽃 사진을 얻었으니,

여기서 만난 서리꽃을 서리서리 넣어두었다가

이 느낌, 이 그리움

집에 가면 두고두고 펼쳐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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