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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30 날마다 숯검뎅이가 돼 돌아오는 고양이 (26)

날마다 숯검뎅이가 돼 돌아오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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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숯검뎅이가 돼 돌아오는 고양이



어제 <지하실에 버려진 고양이, 여성단체 식구 된 사연>이란 기사를 올렸다.
요약하자면 지난 겨울 평화의집 지하실에 새끼를 낳은 어미가
아기냥을 버리고 가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이 불쌍한 고양이를 거두어
뜰고양이로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돌보는 고양이는 뜰고양이 ‘나비’만 있는 게 아니다.
‘얼룩이’로 이름붙인 길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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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얼굴이 온통 숯검뎅이가 돼 돌아온 얼룩이가 평화의집 뜰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얼룩이는 올 봄부터 평화의집 뜰을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늘 어딘가를 떠돌다 급식시간만 되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밤새 다른 곳을 떠돌다
낮이 되면 이곳을 찾아 밥을 먹고 잠시 뜰고양이 ‘나비’와 놀다가
밤이 되면 다시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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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얼룩이가 밤새 다른 곳을 떠돌다 급식 장소인 평화의집 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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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미스테리한 일이 있다.
이 녀석 멀쩡한 얼굴로 뜰을 나섰다가도 다음 날 다시 나타날 때면
언제나 숯검뎅이칠을 잔뜩 해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도대체 녀석이 밤새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는 여성단체 사람들조차 아는 사람이 없고,
그들 또한 그것이 궁금해서 CCTV라도 설치하고 싶은 심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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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마세요. 왜케 내 얼굴에 그렇게도 관심들이 많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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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여성단체연합 유일영 씨에 따르면
얼마 전 선교원 철대문 위에서 한밤중에 눈빛 광선을 쏘아대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뿐이라고.
그리고 길 건너 아파트 사이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게 전부라고 한다.
도대체 녀석은 밤마다 뭘 하고 다니는 걸까.
뭐 어차피 녀석의 행적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녀석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 몇 개를 상상해 보기로 한다.
이건 진짜가 아니므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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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집 급식장소에 나란히 앉아 있는 얼룩이와 나비.

첫째. 얼룩이는 굴뚝청소냥이다.
밤마다 녀석은 북아현동 달동네를 돌아다니며 굴뚝을 청소하고 다닌다. 달동네 이웃에 대한 봉사활동인 셈이다.

둘째. 얼룩이는 연탄배달냥이다.
밤마다 녀석은 북아현동 달동네의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배달하고 다닌다. 대체로 연탄배날냥 자격은 올블랙에게만 있지만, 녀석은 일부러 얼굴에 연탄가루를 묻혀 올블랙 흉내를 내는 것이다.

셋째. 얼룩이는 본래 고양이나라 왕자다.
녀석은 본래 고양이나라의 왕자여서 밤마다 환기구를 통해 고양이나라에 다녀오는 것이다. 인간세상의 저주가 풀리면 얼룩이는 다시 복귀할 것이다.

넷째. 알고 보면 불쌍한 가장이다.
길 건너 아파트 단지 환기구 속에 돌봐야 할 처자식이 있다. 녀석은 밤마다 몰래 평화의집 사료를 물어다 환기구로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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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파워블로거 몽구 님이 뜰고양이 '나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촬영하고 있다. 음....고양이에게 관심도 없던 몽구 님도 이제 슬슬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군!!!!

현실적으로 네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그럴 듯하지만,
여성단체 사람들도 모르는 일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다만 녀석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어디에 있든,
사람들이 너에게 못생겼다고 혹은 꼬질이라고 놀리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고양이의 사생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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