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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가르쳐드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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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가르쳐드릴 수가 없습니다

몇 시간 전 SBS의 <생방송 투데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올린 <먹물버섯으로 글씨 써봤더니>를 보고 몇 가지 질문이 있다고 했다.

- 먹물버섯 직접 찍은건가?
- 직접 찍었다. 간접적으로 찍는 것도 있나.
- 먹물버섯이 정말 블로그에 올린 것처럼 그렇게 글씨가 써지나?
- 블로그에 올린 사실 그대로다.
- 어디서 찍은 거냐?
- 가르쳐드릴 수가 없다.
- 장소만이라도 가르쳐달라
- 그렇게는 못한다. 직접 찾아서 방송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겠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먹물 흘리는 먹물버섯. 이 먹물로 글씨가 써진다. 잘 써진다.

내가 이렇게 냉담하게 대답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한달에도 서너 차례 이런 전화를 받는다.
작년 가을에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말불버섯 포자 방출에 대해 비슷한 문의를 해온 적도 있다.
그리고 작년 여름 MBC <무한도전>에서는 무한도전 멤버의 오지마을 체험을 하려고 하는데,
추천을 부탁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죄송하지만 직접 찾아보시는 게 어떠냐고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올 봄에는 SBS <TV 동물농장>이란 곳에서 길고양이를 찍으려고 하는데,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와서 역시 가르쳐주지 않았다.
혹자는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안가르쳐주냐, 혹은 그래 너 잘났다, 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그렇게 가르쳐주는 게 도둑맞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방송사에서는 꽤 많은 것들을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하거나 날로 잡수시려는 경향이 있다.
가르쳐주면 단독보도라느니, 힘들게 찾아냈다느니 자기네들이 온갖 생색을 다 낸다.
알려준 사람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고마움의 표시도 없다.
누군가 힘들게 발품을 팔아 찾아내고 취재한 것들을
그들은 왜 책상에 앉아 편히 날로 먹으려 하는 것인가.
몇 년 전만 해도 순진하게 나는 방송사에서 문의해오는 것들에 대해
꽤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답해주곤 했다.
그러나 그들은 방송이 나간 뒤에 고맙다는 전화 한통 없었다.
아니 고마움은커녕 그것을 당연한 방송사 관행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들에게 대답한다.
“죄송하지만 가르쳐드릴 수가 없습니다”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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