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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0 기탄잘리, 시집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마을 (5)

기탄잘리, 시집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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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시집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

 

 

<기탄잘리>는 모두 알고 있듯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시집 제목이다.

시집의 ‘기탄잘리’는 우리에게 ‘신에게 바치는 송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이 지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타고르가 후학을 위해 대학(비스바 바라티)을 세운 산티니게탄에

바로 그 기탄잘리 마을이 있다.

산티니게탄의 끝자락 마을.

현지 사람들의 발음으로는 기탄졸리.

도로변에는 극장과 터미널이 있어 제법 번화하지만

도로를 벗어나면 곧바로 오래된 소읍의 풍경이 펼쳐지는 곳.

 

 

 

호숫가에는 단촐하고 누추한 초가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좁은 골목을 따라가면서 초가와 흙집과 신식 가옥이

무질서하게 뒤엉킨 곳.

아직도 이곳에는 순박한 시골의 인심이 남아 있어서

어디를 가든 친절하게 환대해주고

수줍은 미소로 ‘나마스떼’를 건네는 곳.

 

 

골목에서 만난 아이의 사진이라도 찍고 나면

금세 여러 명의 아이들이 소문을 듣고 몰려나와

천진하게 포즈를 취하는 곳.

더러는 갓난아기를 안고 와 사진을 찍어달라는 아낙에

집안일을 제쳐두고 뛰쳐나와 구경을 하며 깔깔거리는 사람들.

 

 

 

인도의 역사는 몰라도 타고르는 다 알고 있는 사람들.

타고르의 시는 몰라도

<기탄잘리>의 연작시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

널리 멀리 헤매던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은 곳.

 

 

내 여행의 시간은 길고 그 길은 멉니다. 나는 태양의 첫 햇살 수레를 타고 출발하여 숱한 항성과 유성에 내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우주로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 가장 먼 길이며 그 시련은 가장 단순한 가락을 따라가는 가장 복잡한 것입니다. 여행자는 자기 문에 이르기 위해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마지막 가장 깊은 성소에 다다르기 위해 온갖 바깥 세계를 방황해야 합니다. 눈을 감고 "여기 당신이 계십니다!"고 말하기까지 내 눈은 멀리 널리 헤매었습니다. 물음과 외침, "오, 어디입니까?"는 천 갈래 눈물의 시내로 녹아내리고 "나 여기 있다!"란 확언이 홍수로 세계를 범람합니다. -타고르, <기탄잘리 12> 전문

 

 

타고르는 생전에 <기탄잘리> 연작시를 157편이나 썼고,

그 중 57편을 영어로 번역 출판(1912년)해 이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산티니게탄을 비롯해 그가 태어난 캘커타 인근은 물론

인도 전역에서 타고르는 지금까지도 ‘성인’ 대접을 받고 있다.

 

 

 

타고르는 그의 집안이 워낙 부유해서

산티니게탄의 상당수 영지를 소유할만큼 남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시만큼은 늘 서민의 곁에서 서민을 위해 썼고,

서민의 정서를 대변하고자 했다.

약 20년 전에 읽었던 <기탄잘리> 시집을 다시 읽어내려가듯

나는 기탄잘리 마을을 천천히 음미했다.

그곳의 사람들과 풍경과 골목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산티니게탄에 머무는 동안 세 번이나 찾아가

세 번이나 마음에 꾹꾹 눌러담았던 곳.

한국에는 전혀 소개된 적이 없었던 마을.

광활한 우주의 소박한 마을.

기탄잘리에서 나는 무수한 타고르를 만났고,

그들의 적막과 은유를 몰래 엿보았다.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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