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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4 꽁치 물어나르는 어미고양이 (45)

꽁치 물어나르는 어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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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물고 어디 가는 걸까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오후다.
뜨거운 뙤약볕에 땅거죽이 철판처럼 달아오른 여름 오후다.

약 한달 전에 새끼를 낳은 여울이가
개울집 부엌을 기웃거린다.
조금 전에 분명 나한테 사료를 얻어먹은 여울이가
먹을거리를 내놓는 개울집 부엌을 자꾸만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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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고 경쾌하게 꽁치를 물고 가는 고양이. 어디로 가는 걸까?

기웃거리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부엌문 앞에서 냐아앙, 하고 누군가를 불러제낀다.
부엌 앞에서 밥 주세요, 하고 외치는 소리가 당당하고 용감하다.
잠시 후 캣맘이 무언가를 차려 내놓는 달그락 소리가 들리더니
여울이가 부엌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채 1분도 안돼 무언가를 입에 물고 부엌문을 나선다.
구워서 내놓은 꽁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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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달 전 새끼를 낳은 여울이가 먹이를 내놓는 개울집 부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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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의 입에서 꽁치 꼬리가 달랑거린다.
꽁치를 입에 문 여울이는 발걸음도 경쾌하게
개울집 봉당을 걸어나온다.
그런데 이 녀석 먹지도 않고 저것을 어디로 물고 가는 걸까.
개울집을 벗어난 여울이가
뒷집인 주황대문집으로 간다.
꽁치를 입에 물고 사뿐사뿐 걸어서
대문에 이르러 몸을 엎드린 채 대문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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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꼬리 부분을 입에 물고 나온 여울이가 주황대문집을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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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구멍 사이로 나는 그것을 본다.
여울이가 꽁치를 물어나른 현장을.
대문 너머 마당에는 앙냥냥거리며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가 어미에게 달려들었다.
그렇다.
여울이는 자신이 낳은 아기고양이에게 꽁치를 물어나른 것이다.
달랑 두 마리만 낳은 건가?
구멍을 통해 몰래카메라로 마당을 살펴보는데,
뒤쪽에 네 마리가 더 있었다.
그러니까 여울이는 모두 여섯 마리(고등어 4, 삼색이 2)의 새끼를 낳은 것이다.
여울이가 낳은 아기고양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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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들어갔다 나오기를 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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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는 헥헥거리며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금 대문을 나섰다.
녀석은 지체없이 개울집 부엌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여울이는 꽁치를 입에 물고 개울집을 나선다.
주둥이가 뾰죽한 꽁치 대가리 부분을 입에 물고
명랑하게 주황대문집으로 향하는 여울이의 모습이 어여쁘다.
여울이가 꽁치를 물고 대문을 통과해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새끼들이 우르르 어미에게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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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고구마 튀김으로 보이는 튀김조각을 물어나르는 여울이.

어미가 입에 문 꽁치를 바닥에 내려놓자
먹이다툼이 치열하다.
이건 숫제 아귀들의 먹이전쟁에 가깝다.
살고자 하는 순진한 본능의 아귀다툼.
쉴새도 없이 여울이는 또다시 개울집으로 간다.
이번에는 무슨 튀김을 한 조각 물고 나온다.
그것을 새끼들 앞에 내려놓고
튀김 한 조각을 더 물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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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앉아 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를 먹고 있는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위). 숨이 차고 힘들어 헥헥거리며 잠시 숨을 고르는 어미고양이 여울이. 그 새를 못참아 새끼 한 마리가 젖을 달라고 어미 품을 파고든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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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여섯 마리에게 각각 하나씩 먹이를 물어다 줄 생각인가보다.
이 후텁지근한 날에, 조금만 움직여도 지치는 이 뜨거운 여름에
여섯 마리 아기고양이의 어미인 여울이는
쉴 참도 없이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나른다.
그리고 다섯 번째 먹이를 물고 나올 때쯤 위기가 닥쳤다.
옆집 개울가 식당에서 키우는 커다란 개가
먹이를 물고 나오는 여울이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란 여울이는 입에 문 먹이만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어금니를 꽉 문 채
봉당을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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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가 낳은 여섯 마리의 아기고양이. 녀석들과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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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대문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번 더 여울이는
커다란 개의 습격을 받았으나,
간신히 몸을 피해 주황대문을 통과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여울이를 놓친 개는 공연히 비닐수거함 옆에 엎드려 있던 노을이에게 화풀이를 했다.
졸지에 노을이가 여울이 대신 이리저리 쫓겨다녔다.
개가 너무 커서 내가 다 겁이 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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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앞에서 먹고, 그루밍하고, 발라당하고, 장난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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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두 마리의 고양이를 놓친 개는
슬금슬금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내가 한발한발 뒤로 물러서며 꽁무니를 빼고 있는데,
옆집 아주머니가 개를 불러세웠다.
아주머니 왈, “안 물어요. 얼마나 순한데요!”
개 주인 눈에는 자기네 개가 다 순해 보이는 걸까.
분명 방금 전까지 고양이를 공격하느라 날뛰던 개였다.
순하고 아니고를 떠나 이렇게 몸집 큰 개를 맘대로 풀어놓는다는 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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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고양이 여울이와 여섯 마리의 아기고양이. 모두 잘 자라야 한다...

여울이는 이제 주황대문집 안마당에서 대문 밑구멍을 통해 바깥을 살피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은 끝났지만,
여울이는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초보엄마 먹이 물어 나르기도 거기서 중단되었다.
바깥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마당에서 뽈뽈거리는 여섯 마리 아기고양이는
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루밍을 하고 장난을 치기 바빴다.
내가 보기엔 여울이가 선택한 둥지가 이 집의 헛간채로 보이는데,
주인 할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까.
안다면 곱게 보고만 있지는 않으실 텐데.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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