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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최대빙하 1년 25m씩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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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최대 컬럼비아 대빙원, 1년 25m씩 녹고 있다


빙하시대로 들어선다. 컬럼비아 대빙원은 컬럼비아산(3745m)자락과 주변의 산자락을 뒤덮은 빙하 대평원을 말한다. 북극의 빙하를 제외하면 북미에서 가장 큰 빙하 덩어리가 바로 컬럼비아 대빙원이다. 그 크기는 무려 밴쿠버보다 크다.

대빙원에는 무려 22개의 빙하 봉우리가 빙원을 빙 둘러싸고 있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대설원 장면이 나오는 부분이 바로 여기서 찍은 장면이다. 빙하 탐사는 아이스필드 센터에서 시작된다. 스노코치 투어(빙하탐사)를 나서는 스노코치 셔틀버스도 여기서 탄다. 여기서 해발 2133m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한 뒤, 설상차로 옮겨타고 아사바스카 빙원을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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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최대 빙하인 컬럼비아 대빙원에서도 정점이나 다름없는 아사바스카 빙하. 해마다 겨울이면 15m의 빙하가 새로 생성되지만, 여름이면 25m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당연히 지구온난화현상이 첫번째 이유다.

아사바스카(Athabasca) 빙하는 컬럼비아 대빙원의 일부분으로 아이스필드 센터에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빙원이다. 1809년까지만 해도 아이스필드 센터를 비롯해 그 앞의 도로까지가 모두 빙하지역이었고, 1845년까지만 해도 도로 앞으로 보이는 산 아래쪽의 모레인(빙하잔재, 빙하가 녹으면서 쌓인 퇴적물, 밀도가 높지 않다) 부분도 모두 빙하였다고 한다. 컬럼비아 대빙원 가운데서도 아사바스카의 스노돔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이 곳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수 줄기는 세계의 모든 바다로 흘러든다. 즉 북극해 쪽과 대서양 방향, 태평양 방면으로 모두 흘러드는 빙하수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따라서 이 곳 스노돔(Snow dome)은 컬럼비아 대빙원의 정점이나 다름없으며, 지구의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출발점이라 할만하다. 지구상 물의 75퍼센트의 근원은 바로 빙하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컬럼비아의 대빙원이 다 녹아 없어질 수세기 후에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목숨도 장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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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차를 타고 가까이에 이르러 바라본 아사바스카 빙하.

해마다 25m씩 녹아내린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스노코치 가이드는 익살스럽게 말한다. “아마도 수세기 후에는 다들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겠죠." 이 곳 컬럼비아 대빙원은 한 해에 눈이 내려 15m 정도의 빙하가 새로 생성된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해마다 25m 정도가 녹아내리고 만다. 결과적으로 한해에 빙원의 10m 정도가 낮아지고 사라지는 셈이다. 10cm의 눈이 올 경우 겨우 1cm의 빙하가 생성될 뿐이다. 빙하라는 것은 강과 같아서 우리가 모르는 동안 쉼 없이 흐르고 있다. 표면에 돌이나 바위가 있으면 다소 느리게, 표면이 매끄럽고 경사가 있으면 다소 빠르게 빙하가 움직인다. 빙하 하층의 얼음은 상층의 아주 높은 압력으로 인해 고체이면서도 ‘고무'나 ‘뜨거운 플라스틱'처럼 늘어지거나 흘러내린다. 흐르던 빙하는 얼음 자체의 무게에 의해 산의 홀과 홀 사이에 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빙하는 바로 이렇게 끼어 있는 상태의 빙하인 셈이다. 그러나 이 ‘낀' 상태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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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원을 오르기 위해 특수제작된 설상차. 바퀴 한 개에 5000달러가 넘는다. 

아이스필드 센터에서 예약시간에 맞춰 셔틀버스에 오른다. 이 셔틀버스가 나를 설상차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줄 것이다. 길가에는 드문드문 키 작은 나무들이 가지를 빙하 반대쪽으로 뻗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해가고 있다. 안쓰럽기도 하고, 숭고하기도 한 이 풍경도 고도가 높아지면 만날 수가 없다. 무서운 사실은 빙하로 올라가는 길조차 수시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길이 움직인다? 빙하의 움직임에 따라 길의 좌우 경사는 최고 1m 정도 변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길 밑바닥의 빙하가 아직도 움직이거나 녹고 있다는 증거이다. 셔틀버스에 오른지 8분 만에 드디어 해발 2133m 지점에 도착했다. 이 지점이 바로 셔틀버스에서 내려 설상차로 갈아타야 하는 곳이다. 설상차는 특수 제작한 빙상차로서 바퀴 1개의 높이만도 사람 키보다 크다.

바퀴 한 개에 무려 5000달러 이상. 최고 시속 50~60km. 56인승이며, 1명의 투어요금은 3만원 정도. 설상차가 빙원을 오르는 힘을 이 곳에서는 ‘마치 산양과 같다'고 표현한다. 이 곳에는 모두 22대의 설상차가 있으며, 그 중 8대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되었다. 이러한 빙하로의 설상차 운행은 이미 23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바퀴가 거대한 설상차로 옮겨 타면 약 25분 정도 빙원으로 올라가 2210m 지점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가다보면 약 10m 정도의 물웅덩이를 지나게 되는데, 이 구간은 설상차의 타이어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물웅덩이 구간이다. 여기서 타이어를 깨끗하게 씻어주고 올라가야 깨끗한 빙하를 오래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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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빛깔을 자세히 보면 약간 푸르스름하다. 이는 빙하가 얼면서 약간의 공기중 먼지와 불순물이 섞여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것을 '락플라워' 현상이라고 한다.

빙하수, 몸에 좋지 않다

드디어 설상차가 빙원의 한가운데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햇빛은 빙원에 부딪쳐 차마 눈을 못뜰 지경이다. 사실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 빙하를 눈앞에서 구경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눈이 부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그럼에도 계속 부릅뜨고 빙하를 보다가는 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빙하를 눈앞에서 보면 푸르스름한 빛깔을 띤다. 그건 빙하가 얼면서 약간의 공기중 먼지와 불순물이 섞여 들어가기 때문인데, 이것을 ‘락플라워' 현상이라고 하며, ‘락더스트' 현상이라고도 한다. 즉 바위의 돌가루가 섞여 나는 특유의 빛깔인 셈이다. 따라서 빙하수를 그대로 먹는 것 또한 좋지 않다. “이런 말이 있죠. 빙하수를 한잔 마시면 건강해지고, 두잔 마시면 장수하고, 세잔 마시면 배탈이 난다는." 빙하수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원칙적으로 캐나다의 국립공원에서는 빙하수 채취가 금지돼 있다. 실제로 아이스필드(빙원)에서 생수처럼 팔고 있는 빙하수조차 다른 주에서 정제과정을 거쳐 가져온 것이다.

어디선가 ‘쩌엉~, 콰앙!' 하는 소리도 이따금 들려온다. 빙하가 갈라지는 현상이다. 해가 좋은 날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이런 소리가 울려퍼진다. 빙하 상층부로 가려면 여기서 더 올라가야 하지만, 그리로 대책 없이 오르는 것 또한 미친 짓이다. 언젠가 여기서 한 어린아이가 빙하 정상을 향해 발을 옮기다 빙하의 크레바스에 빠져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 아이의 시체는 이제 수세기나 지나야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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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도로를 따라오면서 만난 컬럼비아 대빙원의 산자락 풍경들. 이곳 대빙원의 규모는 밴쿠버 도시보다도 크다.

발밑은 미끄러웠지만, 분명 얼음과는 달랐다. 빙하의 실체는 얼음이 아니다. 눈이 쌓이고 쌓이면서 눈이 눈을 눌러서 만들어진 고체 덩어리다. 눈과 얼음의 중간상태라고 보면 맞다. 지구의 생명력과 풍요로움의 근원. 모든 바다의 분수령. 하지만 이 거대한 빙하의 운명도 수세기 후에는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그것을 앞당길 수도 있고, 늦출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앞당겨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 해에 이 곳 아사바스카 빙하를 찾는 관광객 수는 50만 명 정도. 이 곳에는 현재 65명의 사원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겨울이면 철수했다가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설상차 또한 겨울이 오면 이 곳에서 철수했다가 봄이 되어야 돌아온다. 그러나 한번 녹아버린 빙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한번 망가진 지구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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