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차'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8.03.26 티베트 차마고도 2: 실크로드보다 200년 앞선 고대 문명길 (1)

티베트 차마고도 2: 실크로드보다 200년 앞선 고대 문명길

|


티베트 차마고도 2: 실크로드보다 200년 앞선 고대 문명길


차마고도에 마지막 남은 마방(캐러밴)의 행렬이 옌징의 소금계곡에서 소금짐을 말에 싣고 위태로운 벼랑길을 지나고 있다.

 

<내가 따라간 차마고도의 노정>

차마대도: 중띠엔-(190km)-더친-(181km)-옌징-(112km)-마캄-(158km)-조공-(201km)-팍쇼-(219km)-보미-(89km)-퉁마이-(146km)-링트리/빠이-(120km)-드락숨쵸-(50km)-공푸장따-(274km)-라싸-(280km)-시가체-(146km)-간체

차마북도: 라싸-(195km)-남쵸

총연장: 중띠엔-라싸 1740km, 중띠엔-간체 2166km



차마고도 마지막 마방의 근거지가 되고 있는 옌징 소금계곡의 계단식 염전. 원시적인 소금 생산방식을 여전히 유지해오고 있다.


티베트에서는 모든 것이 가장 높지 않으면

가장 크거나 가장 험하고 가장 눈물겨웠다.

가장 소박하고 가장 착한 사람들이

가장 아픈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가장 희박하게 웃음지을 때,

내 눈 속엔 정처없는 길과 바람만이 자꾸만 그렁거렸다.



염전에서 일하는 한 여인이 두렁이 망가진 소금밭을 손질하고 있다.


차마고도란 것이 그렇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이며,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길이라는 말로는

차마고도를 다 설명할 수가 없다.

가혹한 말의 길이자 향긋한 차의 길이란 표현도

역사와 관념을 통해 내가 그냥 갖다붙인 비유에 불과하다.



훙라설산 가는 길에 만난 풍경. 한족 옷을 입은 티베트 아이가 칭커짚을 잔뜩 실은 야크를 끌고 가고 있다.


윈난의 중띠엔에서 간체까지 내가 따라간

총연장 2166km의 차마고도는

아직도 내 가슴과 발 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여행자가 되어 티베트로 끌려가는 건 얼마나 복된 일인가.

한번 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나는 바라고 있다.



더친 인근의 차마고도 풍경. 차마고도는 향긋한 차의 길이었지만, 가혹한 말의 길이기도 했다.


사실 차마고도의 역사는 차의 역사와 함께 한다.

어떤 이들은 차마고도의 역사가

한나라 때인 기원전 2세기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 무역로가 열렸다는 것이다.



티베트의 전통차인 수유차. 차를 우려낸 물에 야크버터를 첨가한 차가 수유차이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이차의 역사와 차문화의 뿌리를

중국의 역사이자 자부심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오랜 옛날 차를 재배하고 교역하던 윈난의 남부 지역은

중국에 속해 있지도 않았으며,

차를 재배하고 유통시켰던 당사자도 다이족이나 하니족과 같은 소수민족이었다.

중국이 동양문화의 정수라고 부르며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차문화의 뿌리가

사실은 한족이 아닌 소수민족에 있었던 것이다.



유채꽃이 활짝 핀 라웍마을 숙덴사원 풍경(위)과 해발 5008미터 둥다라 산 가는 길의 멋진 풍경(아래).


옛날 윈난에서 생산된 보이차는 오랜 저장을 위해

발효시켜 덩어리로 만든 다음, 대발쌈에 싸서

말과 노새에 싣고 티베트 깊숙한 곳까지 거래되었고,

주로 (티베트 동부)과 윈난의 대상이었던

‘마방’(馬幇, 말로 교역품을 실어나르던 상인조직)이 이 중계무역을 담당했다.

발효한 차를 대발쌈으로 싸서 운반한 까닭은

대나무 껍질이 습기를 막아주고 냄새를 걸러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라웍의 응안쵸에서 흘러내리는 파룽강과 설산이 어우러진 침엽수 계곡 풍경(위). 달력사진에나 나올 법한 드락숨쵸 풍경(아래).


지금도 대부분의 덩어리차는 이 대발쌈으로 싸서 운송하는데,

오는 동안 햇빛과 바람, 말땀이 차의 발효를 도와

윈난을 출발할 때의 차보다

되레 티베트에 도착했을 때의 차가 훨씬 맛이 좋다고 한다.

과거 차와 교역품을 실어나르던 마방에게는

차마고도가 생계의 길이자 죽음의 길이나 다름없었다.


하늘 호수 남쵸의 호숫가를 따라 코라를 도는 순례자.


지금이야 길이 좋아졌지만,

옛날에는 차마고도의 길이란 것이 겨우 말 한 마리 지나갈 정도의 벼랑길에다

해발 5000m를 넘어가는 험한 길도 많았다.

따라서 마방이 길에서 사고로 죽거나 병으로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길에서 나서 길에서 죽는 것!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다.


사원의 마니단에 장식된 야크뿔.


당시 윈난에서 실어간 차는

티베트 옌징에서는 주로 소금과 교환하였고,

라싸 인근에서는 말이나 산양, 야크 모피, 동충하초, 녹용과 거래하였다.

중국에서 차마고도를 따라 티베트로 실려간 교역품은 보이차뿐만 아니라

면화와 철, 금은 등도 포함돼 있었다.


라싸 드레풍사원 대법당과 하늘 높이 솟은 룽다.


또한 인도의 불교문화와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 종이문화가

차마고도를 통해 넘나들었다.

실크로드가 담당했던 동서양 문명교류가

차마고도에서는 동양국 사이의 거미줄같은 동서남북 문명교류로 이어진 것이다.



라싸 포탈라궁 앞에서 기도하는 순례자.


차마고도를 통한 교역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당나라(7~10세기) 때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당나라의 번성과 관련이 깊다.

외교와 군사적으로 팽창한 당나라는 군사력 증강을 위해

말의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힘이 좋고 빠른 전투마는 티베트의 전신인 토번왕국의 특산물이었던 바,

당나라와 토번은 서로가 필요로 하는 차와 말을 맞바꿈으로써

서로가 만족하는 교역을 성사시켰다.



시가체의 전원적인 풍경. 시가체는 간체와 더불어 티베트 차마고도의 마지막 요충지나 다름없었다.


사실 해발 4000m 안팎의 고원지대에서

야크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티베트인들에게

소화를 돕고, 장내의 기름기를 제거하며, 체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보이차는

더없이 훌륭한 음료였다.

티베트에서 가 물과 불처럼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팔코르 사원 뒤편에 올라 바라본 티베트 최고의 불탑 간체 쿰붐과 간체 시가지 풍경. 


오늘날에도 티베트인들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차를 즐겨 마시는 민족이다.

이들에게 차는 생명수나 다름없다.

이들은 하루 수십 잔의 차를 보통으로 마셔댄다.

하지만 티베트인이 마시는 차는 우리가 마시는 맑은 차와는 차이가 있다.

이들이 마시는 차는 주로 찻물에 버터를 첨가한 수유차(Tibetan butter tea)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만년설 봉우리와 빙하계곡.


수유차는 찻잎을 끓여낸 물을 ‘돔부’라 불리는 차통에 넣고,

버터와 소금을 넣은 뒤 100여 회 이상 저어서 만들어낸다.

그냥 마시는 보이차에 비해 수유차는 열량이 훨씬 높아서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뿐만 아니라

찻잎에 함유된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

춥고 건조한 고원지대에 사는 티베트인들에게 딱 맞는 차가

바로 수유차인 것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구름의 바다.


3000여 년의 기나 긴 역사와 수많은 애환과 곡절이 서린 차마고도는

이제 무역로에서 조금씩 관광코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만일 차마고도의 길이 그토록 가파르고 험난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차마고도의 숨결은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위험했으므로 그 길은

오히려 개발과 현대화의 과정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고,

오늘날 수많은 여행자의 로망으로 손꼽히게 된 것이다.


옛 차마고도의 갈래.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티베트,차마고도를 따라가다>(넥서스, 2007) 참조.


<옛 차마고도의 갈래>

강차대도(북로): 쓰촨-청해-라싸

관마대도(동북로): 푸얼-쿤밍-청두-베이징

차마대도(서북로): 푸얼(시샹반나)-쿤밍-따리-리장-중띠엔-옌징(진장공로)-마캄-라싸-시가체-인도/네팔-파키스탄(천장공로: 청두-리탕-마캄-라싸)

차마서도: 푸얼-란창-미얀마

차마남도: 푸얼-따우로-멍하이-미얀마

차마동남도: 푸얼-멍시엔-베트남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상세보기
이용한 지음 | 넥서스BOOKS 펴냄
차마고도 의 은밀함과 순수함에 빠지다! 바람과 구름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 위의 시인 이용한의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10여 년 전부터 출근하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여...
신고
Trackback 0 And Comment 1
prev | 1 | 2 | 3 | 4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