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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신두리 사구 생태계 복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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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신두리 사구 생태계 복원될까


**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태안 신두리 사구 생태계 또한 이번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기름띠가 햇빛을 차단하고 바닥에 가라앉음으로써 각종 해조류와 부착조류, 해양 미생물, 갯지렁이와 어패류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런 피해는 신두리 사구와 습지를 생명마당으로 삼았던 철새와 텃새, 양서류, 파충류의 2차 피해를 가져올 것이 자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파괴된 신두리 생태계는 3년 뒤부터 조금씩 회복돼 10년이 지난 다음에야 안정적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곳 습지에 사는 금개구리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안전하게 이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환경부와 해수부는 2018년까지 신두리 사구의 생태복원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질지도 지켜볼 일이다. 아래의 원고는 3년 전 신두리 사구를 취재한 내용이다. 하루빨리 그 때와 같은 생명마당이 복원되기를 바라며, 당시의 작은 보고서를 여기에 올린다. **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사구와 습지가 공존하는 생명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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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에서 북쪽으로 길을 잡아 학암포 해수욕장 가는 길에 왼편으로 슬쩍 빠지면 신두리 해수욕장 가는 길이 나온다. 여느 해수욕장과 다를 것 없는 풍경이지만, 여기서 조금만 위로 더 올라가면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보기 드문 풍경을 만나게 된다. 여기 저기 가는 곳마다 봉우리를 이룬 모래언덕과 언덕 밑으로 드문드문 펼쳐진 물웅덩이와 습지대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모래언덕과 습지대 뒤로는 해송숲이 병풍처럼 빙 둘러쳐져 있다. 습지대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서면 모래밭이 길다랗게 펼쳐진 신두리 해안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닷가와 모래밭, 그리고 모래언덕. 해풍이 불 때마다 뿌연 모랫바람이 모래언덕 너머로 흩어진다. 이 정도면 작은 사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거대한 모래땅. 모래언덕마다 바닷바람이 펼쳐놓고 간 아름다운 모래물결무늬. 그리고 모래땅을 비집고 촘촘이 고개를 내민 통보리사초의 생명력과 습지대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서만 볼 수 있는 원시적이고도 독특한 풍경이다. 흔히 ‘사구’(砂丘)로 불리는 이 곳의 모래언덕은 나라에서 가장 크고 넓은 곳으로 손꼽히는데, 그 길이가 십여 리에 이르며, 폭은 500~1000미터 정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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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전체가 거대한 모래땅이지만, 이 모래땅은 크고 작은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져 있고, 보통 하나의 모래언덕은 10~20여 미터 정도이다. 환경적으로도 이 곳은 사구의 원형이 잘 보전돼 있어 몇 년 전 문화재청에서는 신두리 사구의 대부분(98만2953㎡)을 천연기념물(제431호)로 지정한 상태이다. 신두리 사구의 특이한 점은 거대한 모래언덕과 습지의 물웅덩이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식생의 분포도 사막지대라 할만한 모래밭 생물과 늪지대라 할만한 습지 생물이 나란히 공존하고 있다.

신두리 사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생명체는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금개구리’다. 금개구리는 최근 농약의 사용과 환경오염으로 급격히 모습을 감춘 희귀종 개구리로서 현재 신두리 사구에서는 습지대와 물웅덩이를 보금자리 삼아 극히 적은 개체수가 살아가고 있다. 보통 금개구리는 녹색의 몸통에 두 개의 금줄이 나 있으며 몸 길이는 6센티미터 안팎으로 모양새와 색깔은 참개구리와 닮아 있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굳이 두 개구리의 차이를 찾는다면 금개구리는 녹색 몸통에 금줄이 또렷한 녀석이고, 참개구리는 연한 갈색과 금색이 섞여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신두리 습지에서 금개구리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하루종일 습지의 물웅덩이를 지켜보아도 금개구리를 만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아마도 천적인 사람을 피해 모습을 감춘 탓일 터이다. 때문에 신두리 습지에서는 금개구리보다 먹이사슬의 천적인 무자치(누룩뱀처럼 생긴 물뱀)를 만나는 일이 더 흔하다. 모래땅이긴 해도 신두리 사구에는 실로 많은 생명체들이 터살이를 하고 있다. 도마뱀과 생김이 비슷한 표범장지뱀과 금개구리만큼이나 귀해진 맹꽁이, 누룩뱀과 유혈목이, 사구의 해당화 군락이나 통보리사초 틈새에 알을 낳는 물떼새를 비롯해 신두리 사구의 터줏대감인 개미귀신이 모두 이 사구를 생명마당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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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개미귀신은 ‘명주잠자리 애벌레’로도 불리며,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만들어 개미나 작은 벌레들을 사냥한다. 일단 벌레가 함정 속으로 떨어지면 미끄러운 모래로 인해 벌레는 탈출을 할 수 없게 되고, 이 때를 기다려 개미귀신은 날카로운 턱으로 벌레의 체액을 빨아먹는다. 모래언덕을 자세히 살펴보면 깔때기처럼 혹은 나팔처럼 쏙쏙 패인 무수한 함정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개미귀신의 집들이다.

한때 신두리 사구에는 왕쇠똥구리도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1998년 7월에 발견된 이후 보이지 않고 있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두리 해안사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사람의 왕래는 물론 사구에 방목해온 소까지 통제를 하면서 소똥인 먹이가 사라진 것이 왕쇠똥구리의 멸종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하여 신두리 주민들은 뒤늦게 왕쇠똥구리 복원을 위해 과거 방목소를 풀어놓았던 곳에 다시 소를 풀어놓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커다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불모지나 다름없을 것 같은 신두리 사구에 아예 뿌리를 내리고 터살이 하는 붙박이 식물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모래언덕마다 무리를 이루어 붉고 탐스러운 꽃을 피워내는 해당화는 신두리 사구를 단지 이색적인 곳이 아닌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본래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해당화는 장미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분홍 또는 흰색의 꽃을 피운다. 예부터 해당화 어린 순은 나물로도 먹었으며, 동그랗게 열리는 열매도 식용으로 썼다. 나팔꽃과 흡사한 꽃을 피우는 갯메꽃과 줄기 끝에 희고 작은 꽃을 피우는 갯방풍, 7월쯤 꽃이삭을 피우는 갯그령, 완두콩처럼 생긴 작은 열매가 열리는 갯완두도 신두리 사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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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신두리 사구의 터줏대감은 역시 통보리사초다. 사실 겨우내 사막처럼 황량한 모래땅으로 잠들어 있던 신두리 사구는 봄을 맞아 마치 수염이 자라듯 모래땅을 비집고 쑥쑥 고개를 내미는 통보리사초의 출현으로 다시금 ‘생명의 땅’으로 탈바꿈한다. 여러해살이풀인 통보리사초는 여름철 통보리와도 같은 이삭에 노란 꽃을 피우는데, 이삭의 모양이 보리 이삭을 닮았다 하여 ‘큰보리대가리’라고도 한다. 이 밖에도 순비기나무, 갯잔디, 퉁퉁마디 등 여러 갯가 식물 등이 신두리 사구를 생명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이렇듯 해안 사구는 갯가동식물들에게는 소중한 생명마당인데, 사구의 노릇이란 것이 결코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 알다시피 해안 사구는 자연 그대로의 방파제이자 둑 노릇을 담당함으로써 태풍이나 해일로부터 해안지역을 보호하는 노릇을 하고 있으며, 파도에 모래가 씻겨나갈 때마다 그것을 다시 채워주는 노릇과 더불어 뭍의 토양과 민물을 보호하는 노릇도 겸하고 있다. 신두리 사구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이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 사진: 심병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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