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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3 샹그릴라, 고요한 신비의 땅 (14)

샹그릴라, 고요한 신비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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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 고요한 신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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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샹그리라 산정에 펼쳐진 신비한 초원지대. 산꼭대기에 이런 초록의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1933년 영국의 제임스 힐튼(Hilton James, 1900~1954)이 쓴 장편 <잃어버린 지평선 Lost Horizon>에 보면 히말라야 남쪽 티베트 산중에 영원히 평화롭고 고요한 신비의 땅이 있다고 했다. 소설에서 “사원은 금빛으로 빛나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그치지 않는 곳”이라고 표현한 그곳을 작가는 샹그릴라로 이름붙였다. 1944년 미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샹그릴라는 이후 서양에서 ‘마음의 이상향’으로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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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 중띠엔에서 진사강을 따라가다 만난 깊은 산중의 계곡마을. 안개가 몰려왔다가 걷히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마을은 내 눈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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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이 소설에 나오는 이름을 본따 옛 티베트의 땅인 중띠엔의 이름을 ‘샹그리라’(香格里拉)로 바꾸고,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키워나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애당초 샹그리라라는 이름이 티베트어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말도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 피안과 불국정토를 뜻하는 ‘샹바라’(香巴拉)가 ‘샹그리라’의 어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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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의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만난 칭커밭이 아름다운 마을.

본래 중띠엔(中甸)의 옛 땅이름이 티베트어로 ‘샹그’(香格)였다는 속설도 있으며, ‘샹그리라’가 ‘마음의 달과 해’, 또는 ‘푸른 달밭’를 뜻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믿을만한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내가 만난 샹그리라는 분명 고원의 산마루와 계곡, 마을과 사원이 아름답게 어울린 곳이다. 이런 풍경을 나는 비행기 차창을 통해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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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집촌으로 가는 한적한 샹그리라 거리(위). 더친으로 가는 산중도로에서 만난 둥주린 사원 풍경(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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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사행천이 휘돌아나가는 녹색 습지 너머로 솟은 뭉툭하고 완만한 산마루. 노란 유채와 푸른 칭커밭이 펼쳐진 들판. 계곡의 자욱한 안개 속으로 드러난 빛 바랜 나무껍질을 닮은 촌락의 집들. 해발 3300미터의 고원도시. 1950년 중국이 강제로 점령한 옛 티베트의 도시.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경과 달리 샹그리라 시내는 어수선하고, 가는 곳마다 공사판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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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의 대표적인 티베트 사원인 쑹첸린 사원(위). 분향대에서 바라본 안개와 연기에 잠긴 쑹첸린 사원과 사하촌(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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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띠엔을 샹그리라로 고쳐 부른 것처럼, 중국은 도시 전체를 뜯어고쳐 리장과 같은 고풍스런 관광지로 만들 속셈이다. 이 곳에 새로 조성중인 집들은 현대적인 한족의 거주지를 빼면 대부분 과거 티베탄이 살던 너와집들이다. 한때 자신들이 파괴했던 티베트의 촌락을 자신들이 복원에 앞장선다는 게 아이러니이지만, 이제 중국은 1950년대 점령지의 전통 티베탄 마을을 리장과 같은 철저한 관광용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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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 나파하이 호수. 있다가 사라지고, 없어졌다 다시 생겨나는 신비한 호수로 유명하다.

복원이 한창인 너와집촌을 지나면 야트막한 언덕에 꾸이산(귀산사) 사원이 자리해 있다. 이 사원을 오르는 길목에는 중띠엔이 차마고도의 중요한 요충지임을 알리는 ‘차마고도 중진’(茶馬古道 重鎭)이라고 쓴 대리석 현판이 세워져 있다. 과거 이 곳에 마방의 무리가 쉬어가는 역참이 있었을 것이지만,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서부터 차마고도의 길은 고도를 높이고 좀더 위험한 벼랑길로 접어들어야 했으니, 중띠엔에서의 휴식이란 마방들에게 마음을 다잡는 정신무장같은 것이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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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신비의 땅, 샹그리라를 흘러가는 진사강 풍경.

샹그리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원이 있다면 쑹첸린 사원이다. 쑹첸린은 간덴사원을 세운 쫑카파(1357~1419)의 법통을 따르는 겔룩파(티베트 불교의 가장 강력한 종파) 사원이다. 시내를 벗어나 쑹첸린 가는 길에 만난 분향대(향을 피우는 곳) 언덕은 쑹첸린과 사원을 둘러싼 사하촌이 그윽하게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는 전망대 노릇을 한다. 방금 곱향나무(소나무처럼 생긴 향나무)를 피웠는지 분향대 주변은 향 냄새가 진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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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주린 사원 앞에서 만난 샹그리라의 소수민족.

여러 채의 법당과 수많은 부속채로 이뤄진 쑹첸린은 달라이 라마 5세 때인 1679년에 지어졌지만, 대부분 중국에 의해 파괴된 뒤 복원된 건물이어서 오래된 옛빛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사원을 둘러싼 라마의 집들과 사하촌 풍경은 오래된 흙벽과 회벽이 그대로이고, 지붕조차 잡풀이 우거진 흙지붕이어서 보는 맛이 은근하다. 시내에 인접한 꾸이산보다 고도가 높아서 사원 지붕에 올라 바라보는 샹그리라 조망도 훨씬 장쾌하고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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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 바이망 설산의 유목민이 야크 젖을 짜고 있다.

사실 중국이 샹그리라로 부르는 중띠엔 주변의 볼거리는 빈약한 편이다. 하지만 진정한 샹그리라 풍경은 중띠엔을 벗어난 미지의 고원과 협곡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차마고도의 본격적인 출발점이기도 한 샹그리라는 중띠엔-더친-옌징-망캄-팍쇼-뽀미-링트리(빠이)-공푸장따-라싸로 이어지는 진장공로 노선을 따라 티베트와 연결된다. 이 길은 옛 교역로인 차마고도 위에 건설된 도로로써, 특히 중띠엔과 망캄을 잇는 214번 국도는 아직도 대부분이 비포장인데다 수시로 산사태가 일어나는 험로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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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주린 사원의 어린 승려들.

샹그리라 차마고도의 시작은 나파하이(納帕海) 호수로 시작된다. 겨울에는 그저 드넓은 초원이었다가 우기인 여름이 되면 빗물이 고여 호수로 돌변하는 신비한 호수가 바로 나파하이다. 비가 내리는 양에 따라 호수의 크기와 모양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있다가 사라지고, 없다가 생겨나는, 마술같은 호수. 옛날 중띠엔과 더친을 오가던 마방들은 풀들이 무성한 이 나파하이에서 발품을 쉬며 말들을 풀어 풀을 뜯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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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리 설산의 전망대 마을에서 만난 비래사의 쵸르텐.

나파하이를 벗어난 푸른 국도는 이제 험준한 산굽이와 마루를 몇 개 돌아 진사강(金沙江, 양쯔강의 서쪽 원류)을 거슬러 올라간다. 진사강은 엄청난 급류(상류의 경사는 약 2미터마다 4미터씩 낮아진다)에다 농도가 짙은 황토물이다. 숫제 이건 물길이라기보다 황토모래굽이에 더 가깝다. 계곡마다 둥지를 튼 마을에서는 칭커(쌀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드문드문 자리한 감자밭에서는 벌써 키를 키운 감자싹이 흰꽃을 피워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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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샹그리라 산중마을의 풍경.

한시간을 달려도 마주오는 차가 서너 대에 불과한 심심하고 외로운 길. 이따금 보이던 계곡의 마을도 점점 드물어진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둥주린(東竹林) 사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적막한 산마루 마을 펀즈란을 만난다. 마을의 사원은 소박하고, 스님들은 인정에 넘친다. 사원 앞에서 해바라기를 하던 어린 승려들은 낯선 이방인의 출현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여기서 바이망 설산을 넘어가면 더친(德欽)이고, ‘샹그릴라’의 배경과 관념은 더친을 넘어 메이리 설산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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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샹그리라 산중 들판과 산중마을의 집들.

더친은 중띠엔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티베트 땅이었으나, 1950년 강제 점령 이후 중국 땅으로 둔갑한 곳이다. 옛 티베트어로는 ‘아둰쓰’라 불렀는데, ‘평화로운 극락의 땅’이란 뜻이다. 아마도 소설 속의 샹그릴라가 그리고자 한 세계를 티베트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그리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 도심과 마을 어디에도 샹그릴라다운 면모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애당초 그것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이므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양의 유토피아와 동양의 무릉도원처럼 새롭게 생겨난 샹그릴라도 우리의 관념 속에서만 아름다울 뿐이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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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지음 | 넥서스BOOKS 펴냄
차마고도 의 은밀함과 순수함에 빠지다! 바람과 구름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 위의 시인 이용한의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10여 년 전부터 출근하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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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가미 에이이치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제6회 일본 판타지 노벨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케가미 에이이치의 첫 장편소설.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가 제시하는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SF적 감각과 만화적 상상력을 결합시켜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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