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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 길거리 적응기 1개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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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길거리 적응기 1개월의 기록



지난 해 12월 8일 <아기 고양이 둥지를 엿보다>라는 기사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집앞에 자주 찾아오는 ‘외출이’가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아
한달 남짓 지난 뒤에 몰래 들여다본 외출이네 둥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날 이후 집앞에 오는 외출이에게는
특별히 먹이를 두 배쯤 제공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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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격한 외출이네 아기 고양이의 첫 외출. 좁은 골목의 파이프 속에 두 마리가 들어앉아 경계심 어린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새끼를 낳은 지 두어 달이 되어가던 지난 1월 초
외출이는 처음으로 새끼들을 데리고 집앞에 나타났다.
내 눈에 띈 녀석의 첫 외출이다.
그러나 녀석들과의 첫 길거리 만남은
두 아기냥의 경계심으로 구석에 숨거나 파이프 속에 은신하고 있는
모습만을 겨우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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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앞에 나타난 외출이네 삼색이와 턱시도. 세번째 만났을 때의 모습이다.

다음 날에도 나는 세탁소 앞에서 녀석들과 마주쳤다.
세탁소에서 내놓은 먹이를 먹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내가 나타나자 두 아기냥은 재빨리 차밑으로 몸을 피했다.
그동안 길고양이를 관찰해 오면서
길고양이와 친해지는 몇 가지 방법을 터득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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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앞에서 나의 출현에 개의치않고 장난치고 그루밍하는 외출이네 삼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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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은
녀석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몇몇 네티즌이 보내온
고양이캔과 고양이용 소시지를 몇 개 가지고 나왔다.
우선 캔을 따서 차밑으로 넣어주자 녀석들은 정신없이 그것을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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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이와 외출이네 턱시도 녀석. 어미와 아기냥이 완전히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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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비장의 무기’ 고양이용 소시지를 던져주자
어린 새끼들은 ‘이런 맛 처음이야!’ 하는 표정으로 차밑을 버리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고양이캔 하나와 고양이용 소시지 3개로
녀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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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이네 삼색이의 귀여운 '먹이구애행동'(위). 내가 던져준 고양이용 소시지를 맛있게 먹고 있는 삼색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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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또다시 녀석들을 만났다.
이번에도 소시지 몇 개를 던져주자
이제는 아예 내 앞에서 재롱까지 부린다.
결정적으로 그동안 친분을 두텁게 쌓아온 외출이가 내 다리를 부비고
그런 외출이를 내가 쓰다듬는 모습을 보자
녀석들은 거의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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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먹은 뒤, 그루밍을 하고 기지개를 켜는 삼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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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후에 녀석들을 만났을 때
어미인 외출이가 없는 상태에서는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외출이가 옆에 있을 때는
스스럼없이 내 주변을 기웃거렸다.
녀석들은 아침이 되면 둥지를 빠져나와 세탁소 앞을 찾거나
우리 집앞을 찾아오는 것이 이제 하루 일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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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먹은 뒤, 입맛을 다시는 턱시도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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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더 지나면서 두 녀석은 컨테이너 박스 뒤편의 텃밭까지 넘나들었고,
텃밭에서 종종 그냥이의 새끼들과 마주쳤다.
한번은 외출이네 삼색이가 텃밭으로 향하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나오던 그냥이네 코점이와 마주친 적이 있는데,
삼색이는 그날 등과 꼬리의 털이 온통 곤두서는 경험을 했다.
당연히 한참 먼저 태어난 그냥이의 새끼들에게
외출이네 새끼들은 게임이 되지 않는 형편이었으므로
잠시 후 삼색이는 꼬리를 내리고 비켜서 둥지가 있는 골목으로 달아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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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르자 삼색이에게 슬슬 장난을 거는 턱시도 녀석.

한편 외출이는 1월 중순을 넘기면서
텃밭 계단 아래로 둥지를 옮겼다.
그곳은 그냥이네 가족들의 영역이었지만,
외출이는 개의치않고 그곳에 둥지를 차렸다.
텃밭에서 여러 번 그냥이 가족과 외출이 가족의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곤 했지만,
더 어린 새끼를 거느린 어미일수록 대접을 해주는 길고양이의 미덕으로
그냥이는 어쩔 수 없이 외출이와의 공존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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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인 외출이와 새끼인 턱시도 녀석 혹시 이건 시체놀이?(위). 어미를 가운데 두고 꼬리잡기와 이마 때리기 장난을 하고 있는 턱시도와 삼색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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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로 접어들면서 외출이네 2마리의 아기 고양이는
어느 정도 길거리 적응이 되었는지
어미가 없이도 자유롭게 세탁소와 텃밭을 오가고
텃밭 공터의 양지녘에서 태연하게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이제 그냥이네 새끼들을 만나도 놀라지 않고,
내가 나타나면 도리어 먹을 게 생긴다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어느덧 녀석들도 중고양이가 될 테고,
외출이처럼 뻔뻔하고 넉살좋은 길고양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 아무 사고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기만을 바랄 뿐이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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