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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01 아기고양이 대란이다 26

아기고양이 대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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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 대란이다

 

 

흔히 캣맘들 사이에서는 ‘아깽이 대란’이란 말이 있다. 주로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아기고양이가 많이 태어나 한꺼번에 새끼들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전원주택이 딱 그렇다. 그야말로 아기고양이 대란이다. 가장 먼저 아롱이가 두 마리 새끼를 낳았고, 비슷한 시기에 꼬맹이가 다섯 마리 새끼를 낳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20여 일 뒤에 호순이(소냥시대 고등어 암컷) 또한 다섯 마리 새끼를 낳았다. 며칠 전에는 눈도 안뜬 아기고양이를 할머니가 구조해 와 전원주택 암냥이들이 키우는 중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녀석들이 모두 살아 있다면 열세 마리의 아기고양이가 있어야 하지만, 호순이네 아기고양이 두 마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호순이는 멀쩡한 전원주택을 놔두고 그동안 집 뒤편의 수풀 속에 새끼들을 숨겨둔 채 육묘를 해왔다. 그러나 얼마 전 장마가 시작되면서 녀석은 비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전원주택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출산을 할 때만 해도 다섯 마리였던 아기고양이는 야생에서 자라는 동안 세 마리만 남게 된 것이다.

 

 

 

 

 

모두 합쳐 열한 마리의 아기고양이! 이 정도면 대란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사실 아기고양이 대란에 앞서 전원주택에서는 한바탕 호적정리를 하느라 피바람이 불었더랬다. 대권을 쥔 아롱이에게 중고양이 고등어들이 모두 쫓겨나고, 임신중이던 고래와 산둥이도 사정없이 쫓겨났다. 쫓겨난 산둥이는 전원주택에서 100여 미터는 떨어진 빈 우사에 다섯 마리 새끼를 낳았는데, 만일 산둥이까지 이곳에 있었다면 아기고양이는 모두 열여섯 마리가 되는 셈이었다.

 

 

 

아기고양이가 태어나면서 소냥시대 멤버 중 수컷 노랑이 한 마리는 자진해 전원주택을 떠났고, 아롱이의 부군 노릇을 했던 턱시도 수컷도 스스로 전원주택을 떠났다. 칼자루를 휘두르며 ‘아롱이의 난’을 일으켰던 장본인, 아롱이도 새끼들이 젖을 뗄 무렵 전원주택을 떠나서 하루에 한두 번 밥을 먹으러 찾아오는 신세가 되었다. 스스로 험한 독재자 노릇을 하며 권력을 휘둘렀던 아롱이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녀석은 새로 태어날 후세들에게 전원주택이라는 낙원을 물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모질게 굴었던 것이다.

 

 

 

아기고양이 열한 마리, 소냥시대 네 마리, 꼬맹이와 금순이. 전원주택에는 이렇게 열일곱 마리의 고양이가 남은 셈인데, 묘구수만 보면 작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을 뿐이다. 아무튼 그런 속사정이야 내 알 바가 아니라며 아기고양이들은 전원주택 마당을 야단법석 놀이공원으로 만들곤 한다. 호순이네 아기고양이들은 아직 이곳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테라스를 벗어나지 않지만, 아롱이네 두 마리 새끼와 꼬맹이네 다섯 마리 새끼들은 마치 장난을 치러 이 세상에 왔다는 듯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할머니가 애써 가꿔놓은 화단의 꽃들을 다 짓밟는 것은 물론이고, 기껏 피어난 꽃들이 아기고양이의 발톱과 이빨에 수난을 당하는 것도 예사이다. 녀석들은 장독대며 나무며 빨래장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모든 곳에 올라가려 한다. 녀석들은 빨랫줄에 늘어진 빨래며 나뭇가지며 뒤란에 둘러놓은 그물까지 늘어지고 흔들리는 모든 것을 잡아당기려 한다. 풀이며 꽃이며 빗자루며 대걸레까지 보이는 모든 것을 깍깍 씹어대려 한다. 앞에 보이는 장애물은 무조건 타넘어야 하고, 옆에서 얼쩡거리는 녀석들은 그게 누구든 한번은 장난을 걸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매일 보는 녀석들끼리 뭐가 그리도 장난칠 것이 많은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타고, 밀쳐내고, 쫓고 쫓기고, 잡아당기고, 넘어뜨린다. 게다가 동작은 얼마나 날랜지 이건 숫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날아간다는 말이 맞을 정도이다. 다들 하나같이 번개다 번개! 마당 저 끝에 있는 녀석이 눈 깜빡할 사이에 현관이 와 있고, 테라스 아래 있던 녀석이 어느 새 대문에 가 있다. 밥을 먹던 녀석은 순식간에 나무 울타리 위에 올라가 ‘고양이 열매’처럼 앉아 있고,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던 녀석도 축지법을 쓰는지 벌써 마당가 컨테이너 문 앞에 도착해 있다.

 

 

 

가만 보니 이 녀석들 몇 시간째 장난을 치고도 지치는 기색 하나 없다. 오히려 장난을 치면 칠수록 힘이 솟고 기세등등하다. 그러나 아무리 천하의 번개 고양이라도 쏟아지는 졸음만은 피할 수 없는 법. 그렇게 난리굿을 피우던 녀석들도 한 녀석이 꾸벅꾸벅 졸기라도 하면 무슨 집단체면이라도 걸린 듯 여기저기서 꾸벅꾸벅이다. 졸음만이 녀석들의 무한 장난을 멈출 수 있다. 졸음만이 전원주택의 평화와 고요를 지켜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녀석들 자면서도 장난을 치는 걸까. 여기저기서 움찔움찔, 한쪽 발을 올려 때리는 시늉을 하는 녀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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