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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5 애꾸냥이 (37)

애꾸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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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냥이

 

약 한달 전 축사냥이 새끼고양이들과 함께 볕바른 곳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던
올블랙 고양이를 한 마리 본 적이 있다.

녀석과의 만남은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녀석은 쫓기듯 도망을 쳤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보았다.
녀석은 눈 한쪽이 없는 애꾸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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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을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이번에는 녀석이 4마리의 새끼들을 거느린 까뮈와 함께 다정하게 앉아 있었다.
녀석은 축사냥이와 까뮈네 새끼들의 아빠냥이였던 것이다.
이날도 애꾸냥이는 나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고 도망쳤다.
그동안 숱하게 길고양이를 만나왔지만,
이 녀석처럼 경계가 심한 녀석은 또 처음이다.
사람에 대한 경계와 피해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지난 가을 개울냥이를 돌보는 캣맘으로부터 애꾸냥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아주 가끔씩 온몸이 새카맣고 한쪽 눈이 먼 고양이가 밥 먹으러 온다고 했던...
그러나 녀석은 사람이 있을 때는 아예 근처에 오지도 않는다고.
“동네 누군가가 돌을 던져 한쪽 눈이 실명이 됐어요. 눈이 안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알이 빠진 거예요.”
이 녀석이 바로 그 녀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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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 애꾸냥이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도 녀석은 축사냥이 새끼들과 함께 짚단 아래 앉아 있었다.
내가 나타나자 녀석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잠시 나뭇더미 아래로 도망을 치더니
이내 짚단더미를 넘어 축사 바깥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아주 짧은 순간에 본 녀석의 얼굴이지만,
녀석의 눈 한쪽은 아예 눈알이 빠져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다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 터인데,
다행히 녀석의 아픈 쪽 눈은 괴사하지는 않은 듯했다.
어쩌면 녀석은 눈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녀석이 그토록 사람을 경계하는 까닭을 알겠다.
녀석에겐 사람이 가장 무서운 적이고, 가장 두려운 상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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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녀석은 씩씩하게 축사냥이와 까뮈네 새끼들의 아빠로,
개울가 동네의 왕초 고양이로 군림해왔다.
이제껏 한쪽 눈으로 인간의 눈을 피해 꿋꿋하게 살아왔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인간에게 돌을 맞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지금은 그런 이해 따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녀석에겐 살아남는 것만이, 그리고 살아가는 것만이 최선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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