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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1 지구를 살리는 10가지 여행법 21

지구를 살리는 10가지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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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10가지 여행법


지금 이 순간 지구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현재의 지층를 여행하고 있다. 이 소모적이고 소비적인 시대에 여행은 이제 사치가 아니라 방전된 자신의 삶을 충전시키는 배터리가 되어야 한다. 인류의 개발과 발전이 물질적인 풍요와 문명의 편리를 가져왔지만, 그것은 지구에서 자원의 고갈과 지구온난화, 오염과 변질, 질병과 소외, 범죄와 폭력, 빈부격차와 실업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여행에서조차 모든 것을 문명의 편리에 맡기고 싶다면, 여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 편리하다고 행복하거나 즐거운 것도 아니다. 편리함은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를 낳고, 지구의 생태계를 망가뜨린다. 결국 망가진 환경 속에서는 즐거움과 행복함도 느낄 수가 없다.



광활한 몽골의 초원. 여기에 아스팔트 포장길이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1. 걸음을 늦춰라. 게을러져라.


우리는 좀더 빠르게 가려고만 한다. 빠르게 가려고 비행기를 타고, 빠르게 가려고 고속철을 탄다. 자본주의의 생태계 속에서 우리는 남보다 빠르게 가야만 뒤쳐지지 않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남보다 더 빠르다고 해서 하루가 더 빠르게 가지는 않는다. 속전속결의 여행은 지구를 병들게 한다. 더 빠르게 가려면 더 빠른 운송수단을 찾아야 하고, 더 빠른 운송수단은 더 많은 화석연료를 필요로 한다. 좀더 늦은 방법을 찾는 것이 지구를 덜 아프게 하는 것이다.


2. 불편함을 감수하라.


조금만 불편해지자. 에어컨 빵빵하고, 첨단시설에다 잘 꾸며진 객실을 갖춘 호텔에서 묵는 것은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크고 화려한 객실에 시설이 좋을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것은 결국 그만큼 많은 화석연료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오래된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민박집을 이용하면 그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여행할 수 있다. 돈도 아끼고, 에너지도 아끼고. 지구상 생명체의 대부분은 산업혁명 이후인 최근 100여 년 동안에 사라졌다. 그동안 인간이 자연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화석연료를 불태우거나 전쟁을 일으켜 이 땅의 날것들을 죽이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켜 지구의 수명을 단축시킨 것밖엔 없다. 대량생산에 대량소비를 함으로써 이 땅을 대량폐기장으로 만들어놓은 것밖엔 없다. 최근 영국의 한 과학자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2100년 쯤에는 지구에서 인간이 살만한 공간은 남극밖엔 남지 않을 것이라고.



홋카이도에서 만난 에코 투어 가이드와 여행자.


3. 에코 투어리즘을 실천하라.


에코 투어(Eco Tour)를 우리나라에서는 갯벌을 체험하고 새를 관찰해야만 하는, 단순히 생태기행 쯤으로 생각하는데, 외국에서는 자연 생태지역을 방문하거나 그 지역의 문화자원을 둘러보고 체험하는 모든 여행을 에코 투어로 정의한다. 에코 투어리즘(Eco Tourism)은 바로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여행 방식이다. 그러니까 어떤 지역을 여행하더라도 그 지역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행하는 방식이 에코 투어리즘인 것이다. 차 타고 바쁘게 여행 코스를 도는 이른바 우리나라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은 ‘패스트 투어’에 해당한다. 빈둥거리기, 슬로 투어, 걷기, 언플러그 등을 실천하며 여행하는 것이 바로 에코 투어리즘이다.


4. 로그아웃하라.


언제부턴가 우리는 컴퓨터가 없으면 불안하고, 불편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여행을 가서까지 컴퓨터에 접속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주변을 점검하는 것은 지나친 정신과 에너지의 낭비다. 일로 가는 출장이 아니라면 로밍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외국에 나가서까지 TV를 보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여행에서만큼은 로그아웃하는 작은 실천이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이 된다. 



티벳에서 만난 칭커밭의 푸른 가족과 뒤로 보이는 만년설.


5. 침략 여행을 하지 말라.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오래된 미래>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한 마을에서 카메라, 사탕과자, 펜으로 무장한 여행자 무리가 실제로 마을을 공격하다시피 하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체로 몰려가서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문명파괴적 여행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무리여행자들이 휩쓸고 간 마을은 곧바로 일상적인 평화를 되찾기가 어렵다. 그곳의 사람들은 돈의 위력을 알게 되고, 그것이 여행자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안 이상, 여행자를 끌어들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 마을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와 자연과 생태계는 조금씩 옛 모습을 잃게 될 것이다. 여행을 가더라도 조용히, 되도록이면 단체여행을 삼가고, 사진을 찍을 때는 허락을 받고, 팁보다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여행을 해야 한다. 


6. 물 소비를 최소화하라.


여행 가서 수도꼭지에 물 틀어놓은 채 세수한 적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세숫물을 받아서 하는 것의 몇 배에 달하는 물을 소비하는 것이다. 한 방울의 물이 수도꼭지까지 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파이프만큼이나 많은 숨겨진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물을 적게 쓰는 것은 물 자체를 절약하는 방법도 되지만, 그 자체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몽골에서는 2리터 물통 하나로 다섯 식구가 세수하고 샤워까지 한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만난 풍경. 2리터 정도의 물통을 매달아놓고 게르의 온 가족과 여행자들이 세수한다.


7. 1회용품을 사용하지 말라.


1회용 샴푸, 1회용 면도기, 1회용 종이컵을 되도록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불편하더라도 샴푸나 화장품은 작은 용기에 담아가고, 1회용 면도기일지라도 최소 서너번 이상 사용한 뒤 버리는 게 좋다. 숙소에서 1회용 종이컵이 있을지라도 되도록이면 머그컵을 이용한다. 1회용품이 지구를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8.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상식을 지켜라.


이건 말이 필요 없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국내의 여행자가 가장 많이 외면하는 상식이다. 쓰레기가 생겼을 경우 그것을 도로 자신의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와야 한다는 것을 유럽의 여행자들은 대부분 실천하고 있다. 아름다운 몽골 초원에 새우깡 봉지 하나가 굴러다닌다고 생각해 보라. 이건 환경을 떠나 미관상 좋지도 않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미네완카 호수에서 만난 큰뿔산양.


9. 패스트 푸드를 자제하라.


티베트 라싸에도 분명 패스트 푸드점이 있다. 거기까지 가서 굳이 그것을 먹어야 할까. 라싸의 패스트 푸드는 티베트의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라싸까지 그것을 옮겨와야 하는데,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한 꼴이다. 패스트 푸드 하나를 먹는 것은 그보다 더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셈이다. 몸에도 별로 좋지 않다. 여행을 간 이상 현지의 음식을 즐길 필요가 있다. ‘에코 투어리즘’의 모토 중 하나가 ‘현지의 지역경제와 문화를 생각하는 여행’이다.


10. 나무늘보처럼 여행하라.


나무늘보는 움직임이 매우 느려서 한번 올라간 나무에서 내려오는데 일주일이 걸린다. 녀석들은 반드시 자신이 잎을 먹은 나무 아래 내려와 배설을 하는데, 이는 자신에게 식량을 공급한 나무에게 고스란히 자양분을 되돌려주는 보은의 행위다. 지구상에서 가장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가장 평화로운 공존을 실천하는 동물이 있다면 바로 나무늘보다. 나무늘보처럼 여행하라. 가장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가장 평화로운 공존을 실천하는 여행을 하라. 이것은 어떤 구체적인 행위보다 그런 마음가짐, 그런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지니고 여행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결과적으로 지구를 살리는 여행을 하게 된다.


빈둥거리기, 걷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 언플러그, 로그아웃, 슬로투어, 불편함... 이런 것들이 지구를 살리는 여행이 된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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