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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30 한국을 대표하는 습지들 (19)

한국을 대표하는 습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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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습지


습지는 생명의 자궁이다. 람사르(Ramsar)협약에 따르면 습지는 ‘물이 있는 지역’을 포괄한다. 즉 작은 연못에서부터 호수와 강, 갯벌과 해안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습지는 대암산 용늪과 우포늪 두 곳이다. 대암산 용늪은 고산 습지의 원형이 제대로 보존되고 있어 국내 최초로 1997년 3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고, 우포늪은 생물 종(種) 다양성을 인정받아 1998년 3월 두번째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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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포늪

우포늪은 알려져 있듯 나라에서 가장 큰 습지로 전체 면적이 70만 평에 이르며, 창녕군 유어면과 이방면, 대합면 등 3개 면, 14개 마을에 걸쳐 있는 원시의 늪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우포늪은 사실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네 개의 늪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우포는 유어면 대대리와 세진리에 걸쳐 있고, 목포는 이방면 안리, 쪽지벌은 이방면 옥천리, 사지포는 대합면 주매리에 걸쳐 있다. 우포를 중심으로 쪽지벌과 목포, 사지포가 시계방향으로 자리해 있는 것이다. 우포의 본래 이름은 소벌이다. 지형상 소의 목에 해당한다는 우항산을 끼고 있어 붙은 이름이란다. 목포는 나무벌이라 불렀는데, 과거 이 곳에 소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사지포는 모래가 많은 벌이라 하여 모래벌이라 불렀으며, 쪽지벌은 다른 세 늪에 비해 크기가 작다고 붙은 이름이다. 이 이름들을 일제 때 한자로 바꾸면서 지금과 같은 지명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우포와 목포, 사지포는 본래의 이름인 소벌, 나무벌, 모래벌로 바꿔야 함이 옳다. 일제는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다. 당시(1930년대) 대대리에 제방을 쌓으면서 본래의 우포는 전체 면적 가운데 3분의 1이나 줄어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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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개가 살짝 낀 우포늪 풍경.

우포늪의 운명은 1970년대 들어 또 한번 수난을 겪게 되는데, 나라에서는 우포를 천연기념물에서 제외하고 우포늪 주변의 크고 작은 늪들을 농경지로 개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환경단체들의 보전 노력에 힘입어 우포는 다시 1997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이어 1998년에는 람사르협약에 의해 보존습지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우포늪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원시적인 생태계를 잘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시연, 생이가래, 물옥잠, 창포, 마름, 자라풀, 개구리밥을 비롯한 수생식물과 갈대, 부들, 개여뀌, 골풀, 줄풀과 같은 습지식물이 400종 이상 분포하고 있다.

이들 식물 가운데 가시연은 우포늪의 대표적인 희귀식물로 손꼽힌다. 가시연은 세계에 단 한 종밖에 없는 수련과 식물로 잎의 지름이 1미터가 넘게 자라며, 7~8월에 가시가 돋친 꽃자루 끝에 자줏빛 꽃을 피운다. 가시연은 개연이라고도 불리는데, 지금은 수질 오염과 분포지의 생육환경 변화 등으로 대부분의 늪지에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우포늪 또한 현재까지 최대의 가시연 군락지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홍수 피해 등으로 그 수가 급감한 실정이다. 수생식물의 분포는 우포가 가장 많은 편이어서 물속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며, 목포에는 늪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 군락지 주변에 많다. 목포의 왕버들 군락지는 온통 녹색 개구리밥으로 뒤덮인 늪과 촘촘하게 들어선 버드나무가 어울려 그야말로 시원의 풍경을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쪽지벌에는 자운영 군락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 자운영 군락지는 개화시기에 따라 계절을 바꿔가며 다양한 야생화 군락지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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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뜬 구름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쪽지벌 풍경.

수생식물과 늪지식물 외에도 우포에는 논병아리와 쇠물닭, 큰고니, 백로, 황조롱이, 물수리 등 철새와 텃새가 60여 종, 물방개, 소금쟁이, 왕잠자리와 같은 수서곤충이 50여 종, 붕어, 메기, 잉어, 누치, 가물치 등 물고기가 20여 종, 논우렁, 물달팽이, 말조개같은 패각류가 5종, 두꺼비, 참개구리 등 양서류가 5종, 줄장지뱀, 유혈목이, 남생이 등 파충류가 7종, 삵을 비롯해 족제비, 너구리 등 포유류가 12종 정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식물을 모두 포함해 약 1천여 종이 넘는 생명체가 우포늪을 비롯한 네 개의 늪에서 터살이를 해오고 있다. 사실상 우포늪은 이 땅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종 다양성을 지닌 곳이라 할 수 있다.

2. 대암산 용늪과 천성산 화엄늪

대암산은 자연 생태계의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자연사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대암산은 해발 1316미터로 남한에서 유일하게 고층습원을 지닌 산이다. 대암산 중턱에 있는 ‘큰용늪’과 ‘작은용늪’에는 물이끼 군락과 큰오리풀,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 비로용담, 금강초롱, 장백제비꽃, 큰비단부치, 통발, 백두산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늘사초를 비롯한 약 163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큰용늪은 폭이 약 200미터, 길이 약 300미터 정도가 되며, 대암산 능선이 각각 남북과 남동쪽 방향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작은용늪은 표고 약 100미터의 차이를 두고 위쪽에 자리해 있다. 워낙에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데다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환경부는 용늪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람사르협약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가까운 관계로 민간인의 출입 또한 통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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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화엄늪에서 만난 생명들. (C) 심병우.

천성산 화엄늪은 대암산 용늪보다 훨씬 오래된 고산 습지로 꼽힌다. 화엄늪이 처음 생겨난 것은 길게는 1만여 년 남짓으로 보고 있는데, 아직 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에는 사초와 골풀, 이끼류와 진퍼리새, 억새가 뒤덮은 화엄늪으로 들어서면 철쭉 군락지 사이사이로 푹푹 발이 빠지는 습지가 불규칙하게 이어져 있다. 크고 작은 물웅덩이 속에는 이제 천성산의 상징이 된 도롱뇽의 알이 풀그늘에 잠겨 꼬물거리는 유생을 키우고 있다. 늪 주변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식충식물 이삭귀개와 끈끈이주걱도 만날 수 있으며, 물매화, 동의나물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고산 습지는 오래된 ‘생태유전자은행’이나 다름없는 생태계의 자궁이다. 형성시기가 수천 년에서 1만 년 정도이므로 당시의 오래된 꽃가루 유전자를 분석하면 다양한 생태정보를 얻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산 습지인 대암산 용늪은 유전자 연구가 이미 진행중이며, 현재 여러 나라에서 고산 습지의 생물 유전자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천성산을 비롯해 정족산 일대에는 약 20여 개가 넘는 보존가치가 뛰어난 고산 습지가 자리해 있다.

3. 순천만과 강화 갯벌

바다에게는 갯벌이 콩팥과 같아서,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갯벌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한다. 갈대와 퉁퉁마디, 칠면초를 비롯한 염생식물과 갯벌에 사는 생물군이 거대한 자연의 정화조 노릇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의 갯벌이 웬만한 하수처리장 1개와 맞먹는 정화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갯벌은 물의 흐름을 억제해 자연적으로 홍수를 조절하며, 태풍으로 인한 풍랑을 완화시키는 노릇도 겸한다. 또한 갯벌은 생태계의 자궁으로도 통한다. 뭍과 바다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탓에 갯벌은 양쪽의 생태계를 조절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갯벌 퇴적물의 풍부한 영양분은 갯벌을 서식처로 삼는 생물들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철새들에게는 급식창고 노릇을 함으로써 중간기착지 기능을 담당하고, 물고기에게는 안전지대 노릇을 함으로써 산란터와 은신처 기능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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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이 살짝 드리운 순천만 풍경.

인하대 해양학과 최중기 교수에 따르면 갯벌은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그 생태적 가치는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지구의 모든 강과 호수가 지닌 생태적 가치와 갯벌은 맞먹는다고 한다. 하여 어떤 이는 갯벌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만큼이나 대단한 생태계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국토의 3%를 차지하고 있으며, 80퍼센트 이상이 서해안에 분포하고 있다. 영국의 생태학자 닐 무어스(Nial Moores)는 한국 갯벌의 생물 다양성이 세계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규모나 생태계 가치가 큰 갯벌로는 강화갯벌, 군산과 부안 사이에 있는 이른바 새만금 갯벌, 부안과 고창 사이에 있는 줄포만, 순천과 벌교 사이에 있는 순천만, 금강하구 등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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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갯벌에 내려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리들.

갯벌은 생명밭이다. 갯벌에는 실로 무수한 생명들이 목숨줄을 붙이고 산다. 대표적인 갯것 생명체는 단연 게와 조개다. 게가 뻘갯벌의 대표적인 생명체라면, 조개는 모래갯벌의 대표종이다. 게는 뻘흙의 유기물을 먹고 사는데, 칠게와 농게, 콩게, 밤게, 참방게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갯벌에서 흔히 만나는 칠게는 뻘밭의 터줏대감으로서 질척한 개흙에 얕은 굴을 파고 생활한다. 갯벌의 청소부 갯지렁이도 뻘갯벌의 또다른 대표종이다. 이들은 갯벌 속을 부지런히 헤집고 다니면서 뻘흙을 숨쉬게 하고, 유기물을 걸러내며 갯벌을 건강하게 만드는 기능을 담당한다. 길쭉하게 생긴 개맛은 갯벌 깊숙한 곳까지 구멍을 내어 살며, 껍질에 세 개의 구멍이 있어 이를 통해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먹는다.

모래갯벌의 대표종인 조개류에는 동죽과 바지락 등이 있으며 고둥과 우렁도 모래밭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그런가하면 굴이나 따개비, 홍합처럼 암초나 바위에 붙어사는 부착생물도 갯벌생물에 속하며, 새우나 해삼, 불가사리처럼 이동을 하는 생물도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산호나 말미잘, 히드라 등과 해파리도 빼놓을 수 없는 갯벌생물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거느린 녀석들은 갯지렁이류(참갯지렁이, 집갯지렁이, 바위털갯지렁이 등)와 조개류(바지락, 백합, 동죽, 꼬막 등), 고둥류, 갑각류(게, 새우, 쏙, 따개비 등) 등으로 90퍼센트 이상이 녀석들이다. 한편 갯벌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자리한 새들도 갯벌이 먹여 살린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수십여 종의 도요새와 물떼새를 비롯해 여러 종의 오리류에게 갯벌은 넉넉하고 풍족한 먹이 공급처 노릇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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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강화갯벌.

갯벌을 풍요롭게 하는 또다른 생물은 갯벌식물이다. 염생식물로 불리는 이들 식물은 칠면초를 비롯해 퉁퉁마디, 갈대, 천일사초, 갯개미취, 갯는쟁이, 부들 등 약 40여 종에 이른다. 갯벌식물의 대표종 칠면초는 시기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띤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오랜 동안의 침수와 건조 상태에서도 잘 자라 그 서식반경이 서남해에 두루 걸쳐 있다. 혹여 영종도 갯벌이나 강화갯벌, 순천만 등에서 불그스레한 빛깔로 아름답게 빛나는 식물군락을 보았을 터인데, 그게 바로 칠면초 군락이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의 갯벌에서는 주로 갈대가 우점종을 차지하며, 이 드넓은 갈대밭은 새들과 갯벌동물의 은신처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모래갯벌에서는 주로 통보리사초, 갯메꽃, 갯질경이 등의 염생식물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바닷물속에서는 파래, 말과 같은 녹조류와 김과 같은 홍조류를 볼 수 있으며, 우리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식물 플랑크톤도 갯벌을 풍요롭게 하는 생명체들이다. 이토록 갯벌은 다양한 생물의 보고이자 뭍과 바다의 생태고리 노릇은 물론 거대한 자연 정화조 노릇을 하고 있지만, 이제껏 갯벌은 간척과 개발의 대상으로서 수난을 면치 못해 왔다. 갯벌을 메워 토지를 만들어 내려는 새만금 사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4. 금강하구

최근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금강을 비롯한 서해안 갯벌에서 호주로부터 날아온 도요, 물떼새 등이 발견됨으로써 한반도가 호주와 동아시아를 잇는 철새 이동경로의 기착지임이 확인되었다. 또한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가창오리는 서산 천수만 등을 기착지로 삼아 금강하구와 해남 고천암호에서 월동을 함으로써 한반도는 시베리아와 동아시아를 잇는 북반구 철새들에게도 중요한 기착지이자 월동지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는 한반도가 철새들의 이동경로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길목’ 노릇을 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인데, 이 한반도 철새 이동 경로의 중심에 바로 금강 하구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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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구 갯벌의 철새들. 이곳은 일명 '장항 습지'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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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금강 하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유부도는 세계적 희귀종인 검은머리물떼새의 세계최대서식지로도 확인되었는데, 이는 금강 하구의 장항 습지와 인근 무인도의 갯벌이 풍부한 먹이처인 동시에 서식처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과거 유배지로 유명했던 유부도는 기껏해야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섬이지만, 그곳에 펼쳐진 갯벌은 인근에 자리한 유자도, 돌섬과 함께 철새들에게 커다란 생명마당이 되어주고 있다. 특히 학계에 관심을 끄는 것은 동아시아 전체에 1만여 마리도 남지 않았다는 멸종위기종 검은머리물떼새의 약 30%가 유부도에서 집단 서식하고, 월동한다는 점이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유부도를 중심으로 인근의 무인도(18곳) 갯벌을 무대로 월동하고 번식하는데, 그 개체수가 1000~300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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