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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8 철창에 갇혀 우는 고양이 47

철창에 갇혀 우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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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에 갇혀 우는 고양이

 

지난 해 봄 봉달이와 함께 풀밭을 뛰어놀고 산책을 즐기던

덩달이 녀석이 철창에 갇혀 있습니다.

그것도 벌써 6~7개월째.

녀석이 철창에 갇힌 것은 지난 늦가을 무렵입니다.

처음에는 텃밭의 배추 무를 파헤칠까 잠시 고양이를 격리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김장철이 지나도 덩달이는 여전히 철창에 갇혀 있는 거였습니다.

 

 철창에 갇힌 채 울고 있는 덩달이.

 

다른 이유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혹시 봉달이처럼 쥐약을 먹고 비명횡사할까봐 나름대로 보호책을 강구한 것일까요?

사실 지난 가을 이 마을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텃밭에 쥐약을 놓아 여울이와 세 마리의 아기고양이가

한꺼번에 고양이별로 떠나야 했습니다.

이 사건이 있고 얼마 뒤 덩달이가 철창에 갇힌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오래 비좁은 철창에 녀석을 가두어 놓고 있다는 겁니다.

내가 알기로는 지난 6~7개월 동안 덩달이를

철창에서 풀어놓은 것은 두 번 정도입니다.

한번은 눈이 내리던 겨울이었는데,

그때 나는 ‘드디어 덩달이가 풀려났다’라고 생각하며

오랜만에 덩달이와 눈밭을 산책하고,

봉달이를 대신해 함께 눈밭 달리기도 했더랬습니다.

녀석은 오랜만에 눈밭에서 뒹굴며 발라당을 했고,

내 바지춤에 볼을 비비며 부비부비도 했더랬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덩달이는 내내 철창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일주일 정도 꿀맛 같은 자유를 맛본 덩달이는

다시금 철창에 갇혀 오들오들 떨면서 철창 안에서 겨울을 났습니다.

내가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가끔씩 녀석을 찾아가 사식을 넣어주듯 사료를 넣어주는 것밖엔 없었습니다.

녀석은 내가 집 근처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정말 동네가 떠나갈듯 ‘우왕~ 우왕’ 울었습니다.

울면서 철창에 이마를 부딪고, 주둥이로 철창을 밀어내곤 하였습니다.

보는 내가 마음이 안좋아서

이후로 나는 그 쪽으로 발길도 뚝 끊었더랬습니다.

보면 공연히 마음만 아프니까요.

그런 어느 날이었습니다.

3월 초순쯤이었을까요.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가 익숙한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폐철길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목이었는데,

녀석은 거기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지난 초봄 잠깐 철창에서 풀려난 덩달이가 폐철길 언덕 올라가는 길목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우왱우왱~ 울고 있다.

 

녀석이 드디어 풀려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반가워서 나는 다시 녀석과 함께 한참이나 논둑을 산책했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다시 덩달이를 찾아가자

녀석은 또 철창 속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오늘까지 여전히 녀석은 철창에 갇혀 있습니다.

사실 덩달이가 사는 이 마을은 한 아주머니의 행동으로

비극적인 고양이 마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아주머니가 놓은 쥐약으로 세상을 떠난 고양이만 해도 여섯 마리,

거기다 최근 무럭이네 3남매와 노을이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네 마리의 행방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일 덩달이가 철창에 갇힌 것이 쥐약으로부터 덩달이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면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요?

고양이를 철창에 가둔 것은 분명 고양이 학대이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곧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가 되나요?

이유가 어떻든 고양이를 가두는 것은 엄연히 학대 맞습니다.

정말로 그것이 쥐약 놓는 아주머니로부터 고양이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일까요?

뭡니까 아주머니, 이 마을 고양이 씨를 말릴 작정인가요?

요즘 봄 날씨가 이렇게도 좋은데, 덩달이는 그 좋아하는 꽃구경도 못하고

꽃산책도 못하고 그저 철창 안에서 울고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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