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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1 양수리 카센터에 둥지 튼 제비가족 3

양수리 카센터에 둥지 튼 제비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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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카센터에 둥지 튼 제비가족



차를 고치러 잠시 들른 양수리 카센터.
부품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참을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자꾸 짹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서 소리가 나나, 주위를 살펴보니
카센터 천장에서 나는 소리다.
거기에는 새끼 제비 3마리가 천장 철골에 앉아서 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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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에 사는 5마리 새끼 중 3마리가 철골에 앉아 먹이비행을 떠난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잠자리를 입에 물고 나타난 어미를 보고는
새끼 제비 3마리가 일제히 짹짹거리며 찢어져라 부리를 벌린다.
보아하니 맨 오른쪽에 앉은 녀석이 막내로 보이는데,
어미는 막내의 입에 그것을 넣어주고는
번개처럼 사라진다.
다시 4~5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새끼들은 어떻게 알고 어미가 오기도 전에 짹짹거리며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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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가 먹이를 물고 나타나자 새끼들중 막내가 입을 한껏 벌리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하늘 저쪽에서 어미가 날아와
새끼들 곁으로 순식간에 날아왔다.
이번에도 먹이는 막내의 차지였다.
짧게는 4~5분, 길게는 10여 분의 간격을 두고
어미는 분주히 먹이를 물어다 날랐다.
무려 10여 회의 먹이 배달 중 여덟 번은 막내가 차지했다.
이유가 있었다.
다른 새끼 제비들은 카센터 천장 이곳저곳을 날아다닐 정도로 날갯짓이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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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제비는 오로지 막내에게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었다. 아직도 막내만 날갯짓이 서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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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내는 기껏해야 둥지에서 옆으로 1미터 정도 옮긴 곳에서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카센터 바깥의 전깃줄에는 두 마리의 새끼가 더 있었는데,
이 녀석들은 어느 새 바깥 출입을 할 정도로 자란 모양이다.
그러니까 어미는 아직 날갯짓이 서툰 막내를 부지런히 키워
하루라도 빨리 날게 하려는 게 분명했다.
늦어도 9월 쯤엔 고향인 강남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어미의 속도 어지간히 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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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 어미가 쉴새도 없이 또다시 먹이비행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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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제비는 한 배에 5~6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새끼가 부화하면 어미는 새끼들을 위해 하루에 수백 번이나 먹이를 물어다 나르는데,
이때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먹이 비행’ 거리는 무려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거리에 가깝다고 한다.
엄청난 모성애다.
어미 제비가 주로 육아와 먹이사냥을 담당한다면
제비 아빠는 주로 새끼들의 비행연습을 담당한다.
희한하게도 제비는 사람이 사는 거주지에 둥지를 트는데,
이는 사람 사는 곳이 천적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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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새끼는 한참을 기다려 겨우 먹이를 얻는데 성공했다(위). 카센터 천장에는 이런 제비집이 3개나 된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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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 사는 곳도 예전처럼 안전하지 않게 되면서
제비들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제비의 개체수가 90%나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주거환경이 처마와 바깥 천장이 없는 집으로 바뀌고
농촌에서는 온갖 작물에 농약을 뿌려대니 제비의 먹이인 벌레도 그만큼 사라진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살만한 공간이 없다 보니
제비는 더 이상 한반도로 날아올 이유도 없어진 셈이다.
그나마 다행히 농약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양평에서는
어쩌다 가끔씩 제비를 만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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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 바깥 전깃줄에 앉아 있는 2마리의 새끼 제비(위)와 그 앞에서 비행연습을 시키고 있는 아빠 제비(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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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카센터만 해도 새끼 5마리에 어미 애비 제비까지 모두 7마리의 제비 가족이
보금자리로 삼았다.
하필이면 차가 드나들고 드르륵거리고 왜앵거리는 시끄러운 카센터에
녀석들은 버젓이 둥지를 틀었다.
아마도 이곳의 높은 천장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카센터 주인은 아랑곳없이 차를 정비하고 펑크를 때우며 본연의 임무을 다하고 있다.
제비똥이 바닥에 떨어져 지저분하지만,
주인은 군소리없이 똥천지 바닥청소를 한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 내년에는 박씨라도 하나씩 물고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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