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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6 길고양이와 할아버지 (29)

길고양이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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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가 행복한 풍경




옆동네 개울냥이를 만난 지도 이제 한달이 되어간다.
어미 고양이 까뮈는 어딘가에서 새끼를 낳은 것같고,
나머지 3마리의 고양이들은 오늘도 함께 어울려 놀고, 함께 어울려 어딘가를 쏘다닌다.

고등어무늬 첫째에겐 ‘개울이’(수컷)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고등어무늬 둘째에겐 ‘여울이’(암컷),
다른 식구였지만 이제는 한가족처럼 지내는 노랑이에겐 ‘노을이’(수컷)란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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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이나 자 볼까? 할아버지, 담배는 몸에 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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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와 노을이가 장난꾸러기에 활달한 성격인 반면,
개울이는 이따금 혼자 사색을 즐기는 조용한 성격이다.
개울이는 개울집 봉당에 내놓은 낡은 의자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오늘도 녀석은 의자에 올라가
그루밍도 하고 생각에 잠겼다 낮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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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희한하네...의자에만 올라오면 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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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물 마시러 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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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집 옆마당에 콩포기를 널어놓은 옆집 할아버지는
오늘 콩타작이라도 하려는지 가을볕에 마른 콩포기를 한 묶음씩 묶어내고 있다.
개울이는 의자에 앉아 할아버지를 한두 번 흘끔거리다가
이내 신경도 안 쓰고 의자에서 뒤척거린다.
신경을 안 쓰는 건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는 마치 바로 옆에 고양이가 없다는 듯 제 할 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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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나도 세상에 나온 지 4개월... 시간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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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4미터 거리를 두고
사람과 고양이는 그렇게 서로 무심하게 제 갈 길을 간다.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행복한 풍경인가.
할아버지가 고양이를 싫어했다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고양이를 가만 놔두지 않았을 테고
또 고양이가 할아버지를 무서워했다면 바로 옆에서 신경도 안쓰고 낮잠을 잘 리가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서로 무심해 보이는 풍경.
길고양이가 행복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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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속이 좀 출출한 걸...어디 사료 남은 거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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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이는 한참이나 의자에서 소일한다.
한참을 거기서 뒤척이다가 배가 출출했는지
녀석은 슬슬 의자에서 내려와
개울집 봉당 참치캔에 남아 있는 사료 몇알을 발톱으로 건져내 먹는다.
그러고는 할아버지가 일 하시는 옆마당을 돌아 공터에 가 엎드린다.
사료 몇알 주워먹었다고 녀석은 또 그루밍을 하고,
식빵 굽는 자세로 엎드려 무심하게 할아버지를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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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었으니..또 낮잠을...자는 게 남는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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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먹구름이 살짝 걸쳤는데,
찬바람에 낙엽은 무시로 떨어지는데,
또다시 개울이는 꾸벅꾸벅 공터에서 존다.
그 때쯤 어디서 놀다가 왔는지, 여울이가 봉당으로 올라와
이번에는 녀석이 할아버지를 구경한다.
개울이와 달리 녀석은 봉당 끝으로 바짝 다가앉아
‘할아버지 뭐 하세요?’ 하는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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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온 여울이. "할아버지 뭐하세요?"

그래도 여전히 할아버지는 쉬엄쉬엄 콩단만 묶고 있다.
쉴참에 담배 한 대 피우고,
목 마르면 집으로 들어가 냉수 한 대접 마시고 나와서
그렇게 무심하게 콩단만 묶고 있다.
개울집에서 내게 군고구마 몇 개를 건네주길래
나는 가장 큰 놈으로 껍질을 벗겨 할아버지에게 드렸더니
콩포기를 깔고 앉아 한참을 드시고는
다시금 뒤적뒤적 콩포기를 추스린다.
그 옆에서 개울이도 여울이도 까무룩 잠이 들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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