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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0 산속에 알 낳는 시골닭 (10)

산속에 알 낳는 시골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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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닭, 산속을 낳다


시골닭의 봄볕 나들이.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암탉이 알 낳는 모습을 숱하게 보았을 것이지만,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나 요즘 아이들에겐 이런 풍경이
그저 책이나 TV에나 나오는 낯선 풍경일 것이다.


시골닭이 수풀 속 가랑잎 둥지에 낳은 달걀.

얼마 전 시골에 내려갔다가 어린시절에나 보았던
닭이 알 낳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집 뒤란에 대충 그물을 치고 문을 달아 닭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 10여 마리 남짓한 닭들은
자유롭게 닭장을 들락날락거렸다.


방금 알을 낳고 수풀 속 둥지를 빠져나가는 암탉.

아침에 꼬꼬댁 울어대는 소리가 들려
뒤란으로 나가보니 닭장은 텅 비어 닭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녀석들은 죄다 뒷산으로 올라가 여기저기 땅을 파헤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닭장의 모이보다 땅속을 파헤쳐 잡아먹는 벌레가 이 녀석들에게는 더 별미인 것이다.
그리고 나무가 우거진 은밀한 수풀 속에 암탉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알을 낳는 중이었다.


또다른 곳에 낳은 달걀.

잠시 후 녀석은 꼬꼬댁거리며 수풀 속을 뒤뚱뒤뚱 걸어나왔다.
좀더 위쪽의 나무등걸 아래에도 또 한 마리의 암탉이 웅크리고 있었다.
녀석들은 닭장이나 닭장 인근에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은밀하고 은폐된 숲속에 알을 낳고 있었던 것이다.


암탉이 처음 낳은 달걀이거나 석회질이 부족하면 이런 말랑말랑한 달걀이 나온다.

암탉이 걸어나간 자리를 살펴보니 푹신한 가랑잎 위에 세 개의 알을 낳았다.
위쪽의 둥지에도 역시 세 개의 알이 있었다.
좀더 위쪽의 숲길에도 덩그러니 알 하나가 보였는데,
이 알은 석회질이 부족한 녀석이 낳았는지,
아니면 이제 처음 알을 낳는 첫경험 암탉이 낳았는지
햇빛에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미숙한, 말랑말랑한 알이었다.


그물로 대충 만들어놓은 시골닭의 닭장. 이곳의 문은 24시간 개방이다.

시골에서 닭을 키워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본래 이 녀석들은 알 낳으라고 닭둥우리를 만들어놓아도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은밀한 곳에다 알을 낳곤 한다.
그래서 녀석들의 알을 찾는 일은 언제나 ‘보물찾기’나 다름없다.
요즘 사람들이야 어디 이런 재미를 알까.
심지어 달걀이 마트에서 나오는 줄 아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열 마리도 안되는 시골닭이 아침 나절 산속에 낳은 알들을 다 모아보니 10개다.

양계장에서 알 낳는 기계가 다 된 불쌍한 닭들이 낳은 달걀은
이렇게 시골닭이 아무렇게 낳은 달걀의 맛을 따라올 수 없다.
어쨌든 닭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시골닭이 낳은 달걀을 서리해 오늘은 계란찜을 해 먹는다.
파는 달걀과 주워온 달걀의 ‘맛의 차이’는 아는 사람만 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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