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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2 티베트의 아이들: 누더기옷의 보살들 (3)

티베트의 아이들: 누더기옷의 보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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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아이들: 누더기 옷의 보살



남쵸 가는 길 라겐라 언덕에서 만난 아이들. 이 아이들은 여행자를 상대로 라겐라 언덕에서 동냥을 한다.

 

시간은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티베트에서는 그렇다.

티베트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자꾸만 시계를 보는 자는

외계의 여행자들이다.



남쵸 가는 길 라겐라 언덕에서 만난 유목민의 딸.


티베트에서 나는 내내 길 위에 있었지만,

티베트의 시간을 자꾸만 벗어났다.

나는 너무 빨리 가고 있었으며,

멈출 수가 없었다.



빠라마을에서 만난 이 아이는 눈빛이 강렬해 내가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아이다.


티베트의 속도와 시간 속에서

티베트의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내 앞으로 걸어왔다.

동요도 없이 느릿느릿 내게로 왔다.



훙라설산 가는 길에 만난 야크를 끌고 집으로 가는 아이. 한족 옷을 해 입었다.


누군가는 어린 양을 끌어안고,

누군가는 누더기 옷을 걸친 채

누군가는 슬픈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그렇게 내게로 왔다.


바카르 사원 앞에서 만난 아이. 집으로 가는 중이다.

포우싼 마을 메이리 소학교 아이들.


그 순간 내 눈에 비친 아이들

누더기 옷을 걸친 라마였고, 때가 꼬질꼬질한 보살이었다.

고원의 강렬한 햇살에 그을린 얼굴은

더러움이 아니라

순진함이고, 천연함이었다.



남쵸 호수에서 만난 엄마와 아이. 한여름인데도 포대기로 둘둘 감쌌다.


이 아이들에게는

만년설이 뒤덮인 설산으로 가는 언덕이 놀이터이고,

시퍼렇게 웃자란 칭커밭이 학교다.

사원으로 이어진 조붓한 길이 책이며,

협곡을 거칠게 흘러온 강물이 스승이다.



남쵸 호수에서 만난 아이. 선글라스는 여행자로부터 잠시 빌려쓴 것이다.


자연스러운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가 되어 온 아이들.

이 아이들은 결코 자연을 괴롭힐 줄 모르고,

자연을 정복할 줄도 모른다.



시가체 전통시장 한 구석에서 숙제를 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순진한 지구의 변두리에서

순진한 지구인으로 살아갈 뿐이다.


  


누군가는 여행자에게 손을 벌려 동냥을 하고,

누군가는 사원에 엎드려 구걸을 한다.

이 아이들은 주는 것만 받을 뿐,

주지 않는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할 수 없는 것까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곳의 아이들은

그 흔한 PC방에 가본 적도 없고,

그 흔한 노래방이나 맥도날드에 가본 적도 없다.

이 곳의 아이들은

컴퓨터와 아직 거리가 멀고

휴대폰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아이도 있다.



라웍마을 숙덴사원 유채밭에서 만난 아이.


서울 강남의 한 아이가 하루 용돈으로 쓰는 돈을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될 때까지도 다 못쓴다.

아이들은 학원 대신 사원을 가고,

과외 대신 야외로 나간다.

그것이 이곳 아이들의 생활이고, 일상이다.



시가체 타시룬포 사원 가는 길에 만난 두 아이는 형제지간이다.


이 아이들은

그저 유목민의 아들이고,

농부의 딸이다.

굳이 그 아이들에게서

티베트의 슬픈 현대사를 읽으려 하진 말자.

굳이 그 아이들에게서

프리 티베트를 외칠 필요는 없다.



망캄의 웨이서 사원에서 만난 아이들. 내가 사진을 찍어줄 때까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래도 이 아이들 속에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가 있고,

판첸 라마의 환생자가 있으며,

미래의 지도자가 있다.



팍쇼 거리에서 만난 아이.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중이다.


언젠가는 이 아이들 중 누군가

아픈 티베트를 끌어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티베트를 위해 눈물 흘릴 것이다.



옌징 소금가게에서 만난 이 아이는 사탕을 한 봉지 들고 박스 위에 앉아 있다.


그러므로 꼬질꼬질하고 장난스럽고 순진할지언정

이 아이들이야말로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아이들이며,

티베트의 ‘눈’이고, ‘숨결’이고, 벅찬 ‘미래’다.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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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의 은밀함과 순수함에 빠지다! 바람과 구름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 위의 시인 이용한의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10여 년 전부터 출근하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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