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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9 대장간 인생 50년, 대장장이 이평갑 씨 (7)

대장간 인생 50년, 대장장이 이평갑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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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 인생 50년, 대장장이 이평갑 씨



“쩡 쩌엉, 따앙 땅~”

통영항 활어시장 한편에서 쇠붙이를 두드리는 망치질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의 진원지를 따라가보니 거기 대장간이 있었다. ‘충무공작소’ 간판을 내건 항구의 대장간. 대장간의 주인은 이평갑 씨(68)로 그는 50년 넘게 대장장이의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열일곱에 대장간에 들어와 5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8할을 대장간에 바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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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항에서 50년 넘게 대장간에서 쇠붙이를 두드려온 대장장이 이평갑 씨(68).

여기저기 쌓여있는 쇳덩이와 쇳조각들,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커다란 모룻돌, 화덕에서 발갛게 갈탄이 타고 있고, 이따금 단골 손님이 낫이나 부엌칼 따위를 갈러 오면 대장장이가 스윽슥 스윽슥 숫돌에 날을 별러 주는 모습이 오래 전 시골 장터에서나 보던 대장간 풍경 그대로다. 그동안 하도 망치질과 메질을 해서 그런지 모룻돌 한쪽이 움푹 들어갈 만큼 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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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의 불구덩이에서 벌겋게 달궈지고 있는 갈고리.

칼, 호미, 낫, 쇠스랑은 물론 갈고리에서부터 닻까지 이 씨가 만드는 것은 쇠붙이로 된 농기구와 어구 일체다. 대장간이 자리한 곳이 항구이다 보니 특히 이곳에서는 갈고리 주문이 많다. 또한 중앙활어시장터에서 일을 하다 보니 부엌칼이며 회칼도 이곳에서 만드는 주요 품목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메질이나 풀무질을 안하니, 옛날보단 나아졌죠.” 상황이 나아졌다고 해서 힘든 게 사라진 건 아니다. 요즘에도 그가 대장간 문을 열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 단골 손님들이 주문을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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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이 움푹 패인 모룻돌에 벌겋게 달군 갈고리를 얹어놓고 망치질을 하고 있는 대장장이.

“낫 한자루가 되자면 이것이 일곱 번 이상 불구덩이에 들어가고,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백번 넘게 망치질을 해야 낫이 되니, 이게 얼마나 힘듭니까.” 낫 한 자루에 적게 잡아도 700번의 망치질을 해야 낫이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힘든 일이 대장간이다보니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대장간은 10여 개도 되지 않는다. 이른바 농촌에서도 기계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대장간도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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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금질은 쇠의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사실 재래식 대장간이라고 해서 눈대중으로 대충대충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쇠를 선택하는 일, 풀무를 조절해 불의 온도를 맞추는 일, 메질과 망치질, 쇠의 강도를 결정하는 담금질이 모두 제대로 되어야지만,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오는 법이다. 옛날에는 대장간에 풀무와 화덕을 비롯해 모루, 메, 망치, 집게 등의 연장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그 때는 순전히 풀무로 바람을 일으켜 화덕불을 피워 쇠를 달군 뒤, 메질(혹은 망치질)과 담금질만으로 낫이며 망치, 호미, 곡괭이, 칼, 쇠스랑, 도끼, 작두, 장도리, 보습 등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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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숯돌 대신 기계로 부엌칼이며 갈고리의 날을 벼린다.

그러나 예전에 쓰이던 손풀무는 전기 풀무로 대체된 지 오래다. 풀무를 쓰려면 고정적으로 풀무질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도 사람이거니와 풀무질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손풀무가 사라진 것은 그 때문이다. 본래 옛날에는 대장간에 최소한 풀무잡이와 집게잡이, 메잡이 등 3명이 필요했었다. 풀무질을 어느 정도 익히면 메질을 하는 메잡이가 될 수 있었고, 그 다음이 집게잡이였다. 집게잡이는 메잡이가 메를 들고 내리칠 때 벌겋게 달구어진 쇠를 집게로 잡아 이리저리 돌리며 골고루 메질이 돌아가게 하는 노릇을 한다. 오랜 경험과 기술 없이는 집게잡이 노릇이 어림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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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맨 마지막에는 한번 더 숯돌에 대고 곱게 날을 벼린다(위). 대장장이 이평갑 씨가 대장간에서 만들어 내놓은 농기구와 어구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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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평갑 씨는 이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해내고 있다. 풀무질과 메질은 하지 않지만, 어차피 화덕에 불은 피워야 하고, 메 대신 망치질로 쇠를 두드려야 낫도 되고 갈고리도 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오늘도 활어시장 비린내 나는 거리에서 통영항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망치질을 하고 있다. “쩡 쩌엉, 따앙 땅~”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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