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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8 하늘에서 가까운 고양이 (28)

하늘에서 가까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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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가까운 고양이

 

 

우리동네 마당고양이 삼월이는

거의 모든 사람의 손길을 즐기는 타고난 접대묘다.

지나가는 아줌마도 만지고

초등학생도 녀석을 들어올려 장난을 친다.

 

 

 

이 녀석 내가 나타나면 집 주변의 영역을 떠나지 않는 한

어디든 따라온다.

논두렁길이며 밭고랑이며 개울 넘어 둑방길까지.

해서 나는 종종 녀석을 데리고

개울 건너 논두렁으로 산책을 가곤 한다.

 

 

 

이 녀석 처음에는 그저 졸졸졸 따라오다가도

어느덧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끔은 내 앞길을 가로막고

발라당 드러눕기도 한다.

한번은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구름이 좋은 날에

녀석과 함께 개울 건너편으로 산책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논두렁을 마다하고

시멘트로 된 개울벽 위로 뛰어올랐다.

파랗게 펼쳐진 하늘과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을 배경으로

녀석이 멋진 자태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 녀석은 한참이나 개울가 도로에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두릅나무에 앉았다 가는 물총새도 감상했다.

 

 

 

아래쪽 논두렁에서 바라보면

녀석은 영락없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고양이’였다.

이따금 개울가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가 지날 때면

깜짝 놀라 눈망울이 휘둥그레졌지만,

대체로 녀석은 하늘 가까운 곳에서 심드렁하게 앉아 있었다.

 

 

 

밭둑길에 세워놓은 차 주변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햇볕이 따가운지 나중에는 개울벽 아래 그늘에서 색색 잠이 들었다.

녀석은 함께 산책 나온 ‘나’에 대해서는 깜빡 잊었는지

개울벽 아래서 낮잠이나 한숨 자고 가잔다.

바쁠 것도 없으니, 갈 테면 혼자 가란다.

 

 

 

멋진 하늘이고 뭐고 잠이 오면 만사가 귀찮단다.

그러고보니 녀석이 요즘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게 수상하기만 하다.

내게서 밥만 얻어먹고 나면

사지를 쭉 뻗어 잠을 청하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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