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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7 욕지도의 물빛 고운 바다와 봄 (2)

욕지도의 물빛 고운 바다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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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욕지도: 남해의 물빛 고운 바다와


욕지도에서 가장 외딴 마을인 통단마을에서 바라본 물빛 고운 봄바다.

욕지도는 통영항에서 서남쪽으로 27킬로미터쯤 떨어진 섬으로, 8개의 유인도와 30개의 무인도를 거느린 제법 큰 섬이다. 섬 모양은 전체적으로 거북이가 목을 길게 빼고 동쪽으로 헤엄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섬 한가운데는 마치 거북선의 돛대 노릇을 하듯 천황봉(392미터)이 우뚝 솟아 있으며, 남쪽은 해안의 굴곡이 심해 기묘한 풍경이 연이어 펼쳐진다. 특히 삼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풍경은 남해의 청옥빛 바다와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과 실루엣처럼 보이는 섬들이 어울려 욕지도의 절경을 더한다. 삼여 전망대는 욕지도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도 손꼽히며, 위쪽에는 해돋이 조망대를 따로 만들어 놓았다.


욕지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노적마을과 보리밭과 마을 앞으로 펼쳐진 바다.

삼여 전망대가 일출 명소라면 유동리에 있는 양판구미말은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욕지도의 생김새가 거북이를 닮았다고 하는데, 노적마을과 통단마을이 거북이의 목에 해당한다면 양판구미말은 오른쪽으로 쑥 내민 다리에 해당한다. 해안의 아름다움은 서산리 덕동 해수욕장에도 펼쳐진다. 이 곳은 밤알만한 자갈이 초승달 같은 소박한 해안을 따라 펼쳐진 밤자갈밭으로 유명하다. 유동 해수욕장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덕동과 흡사한 몽돌 해수욕장으로, 드문드문 팽나무 방풍림이 해안을 두르고 있어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욕지도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비탈밭이 가득한 관청마을 언덕을 넘어가 만나는 노적마을 풍경이다.

 

노적마을 비탈밭에서 김을 매는 풍경.

 

노적마을은 산자락의 비탈밭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해안까지 계단식으로 마을이 조성돼 있는데, 팽나무와 모밀잣밤나무가 들어선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면 물빛이 유난히 고운 바다가 펼쳐진다. 비탈밭마다 푸른 보리이삭은 심심한 봄땅을 물들이고 있다. 더욱이 노적마을에서는 초도와 외초도, 연화도, 좌사리도와 국도 등 다도해 섬들을 조망할 수 있으며, 날이 좋은 날이면 국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여긴 맨 논 농사는 안짓고 고구마, 마늘 짓심더. 지끔은 고구마도 수매로 안허니까 심이 들고 기양 소 믹일라꼬 합니더. 옛날에는 쌀이 귀해가 이 동네 처자들 쌀 서말도 못 먹고 시집을 갔답니더. 그래도 고구마 이거 해가 식량해서 여직 살았심더.” 이른 아침 보리밭에 김매기하러 나온 이태옥 씨(68세)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노적마을에 한창 사람이 많이 살 때 62가구까지 살았다고 한다.

 

욕지도에서 최고의 전망대 노릇을 하는 삼여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20년 전까지는 집이 다 초가였심더. 육지에서 짚을 사와가 이었지요. 30년 전에는 여기 바다에서 노 젓는 들망배 타고 멸치를 마이 잡았심더. 한 배에 남자가 다섯이 여섯이서 멸치를 잡았어요. 그 때는 동네에 사람도 마이 살고, 장승을 세와가꼬 무당이 굿을 허고 풍어제 지낸다꼬 그랬는데, 지끔은 젊은 사람도 없고 해노니 이래 동네가 심심허지요.” 그래도 여름이 되면 덕동 해수욕장 대신 아담한 노적마을 해안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고 한다. 이웃마을인 통단마을은 욕지도 최고의 외딴마을로 손꼽히며, 노적에서 고개를 넘어가 만나는 조선포는 초승달처럼 휜 포구와 포구에 늘어선 어선과 갈매기와 멀리 보이는 모밀잣밤나무숲이 보기 좋게 어울린 풍경으로 아름답다.

 

유동마을 생선 말리는 풍경.

 

한려수도의 눈 시린 다도해 풍경을 만나려면 욕지도 선착장에서 북쪽으로 넘어가는 목과마을 언덕이 제격이다. 중촌에서 목과로 넘어가는 언덕에서는 상노대도, 하노대도, 모도, 사이도, 비상도, 막도, 납도, 봉도, 적도, 우도, 연화도 등 수많은 유/무인도가 물고기떼처럼 바다에 떠 있는 풍경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목과마을과 흰작살 해수욕장 쪽으로 드문드문 펼쳐진 보리밭에서는 한 뼘씩 자란 보리싹이 해풍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는 풍경도 덤으로 만날 수 있다. 언덕을 내려가면 아담하고 소박한 포구를 갖춘 목과마을의 전원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목과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한 여러 그루의 오래된 동백나무는 가지마다 셀 수 없이 많은 동백꽃을 피우고, 동박새를 유혹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가지와 잎을 헤치고 바쁘게 날아다니는 뱃가죽이 노란 새들을 볼 수 있는데, 녀석들이 모두 동박새들이다.


유동마을의 초원의 언덕. 언덕에서 고래머리 해수욕장이 보인다.

 

유동마을은 벌써 봄이 한창이다. 대관령을 연상케하는 초원의 언덕이 산자락에 펼쳐져 있고, 언덕 여기저기에는 10여 마리의 누런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가만 보니 언덕배기 초원은 농사를 짓는 밭이어서 해를 등진 농부는 경운기로 탈탈탈 밭을 갈고 있다. 마을 앞은 고래머리 해수욕장이다. 마을 옆으로 펼쳐진 뙈기논에는 자줏빛이 감도는 분홍빛 광대나물꽃이 온통 군락을 이루어 피었다. 괭이눈과 제비꽃도 여기저기 피었다. 마을 텃밭과 공터에는 매화꽃이 흐드러지고, 동백꽃이 한창이다. 돌담이 아름다운 흙집 옆으로 펼쳐진 마늘밭에도 마늘싹이 웃자라 봄땅을 향기롭게 한다.

 

벚꽃과 동백꽃이 어울린 풍경.

 

오래 전 욕지도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뱀이 많아서 사람이 살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이 섬은 사슴이 많아서 수군 통제영에서는 하지 때가 되면 정기적으로 사슴을 사냥해 녹용을 조정에 바쳤다고 한다. 욕지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 고종 때(1888년)에 이르러 개척을 허락하면서부터인데, 당시부터 욕지도의 땅은 고구마 농사에 알맞다고 하였다. 이웃하고 있는 연화도는 용머리 해벽이 절경이고, 국도는 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는 우도는 과거 70년대까지만 해도 초가집이 가득한 섬마을 풍경이 민속촌을 꾸며놓은 듯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 옛날 우도의 아름다운 초가마을은 아쉽게도 흐릿한 흑백사진으로만 전하고 있다.

 

<여행정보>

욕지도에 가려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와 남해고속도로로 바꿔탄 뒤, 사천IC로 빠져나와 3번 국도-33번 국도를 거쳐 고성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통영으로 가면 된다.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쾌속선 나폴리호(645-3717)가 하루 4회(07:00, 11:00, 14:00, 16:10) 운항(50분)하며, 차량을 싣는 철부선은 삼덕항(643-8973)에서 욕지2호와 금룡호(06:40, 09:40, 12:40, 15:20)가 각각 4회씩 출항(1시간, 승용차 18000원)한다. 문의: 욕지면 055-650-4790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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