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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0 여름과 가을 사이에 섬이 있다 (6)

여름과 가을 사이에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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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가을 사이에 섬이 있다




오래 떠돈 여행자에게 섬은 궁극의 여행지나 다름없다. 가기도 어렵고, 먹고 자는 것도 불편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섬의 매력이다. 그곳에는 뭍에서 진즉에 갖다버린 순결한 가치와 느림의 미학이 존재하고, 뭍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원초적 풍경이 남아 있다. 그 자체로 시간의 박물관인 셈이다. 섬에 떨어진 이상 그곳의 불편과 단절을 즐길 필요가 있다. 고유한 섬만의 시간을 천천히 그리고 가만히 거닐어 보는 것이다. 여름 끝 가볼만한 섬 다섯 곳을 뽑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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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2구 등대 가는 길에 바라본 독립문 바위와 무인도.

1. 홍도: 깃대봉에 올라 저무는 절경을 보라

홍도 2구로 가는 유람선이 끊겨 걸어서 깃대봉에 올랐다. 홍도 1구에서 2구까지 걸어서 가면 2시간이 더 걸린다. 그 길은 이제 홍도 주민들조차 다니지 않는 ‘옛길’이다.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깃대봉 정상은 해발 약 370여 미터 정도이지만 제법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산 중턱쯤에 올라서자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부분의 양쪽에 마을이 형성된 홍도 1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홍도라는 이름은 해질 무렵 바다와 섬이 붉게 물드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내가 깃대봉에 올랐을 때는 먹구름이 덮이고 있었다. 그래도 깃대봉 정상에 올라 바라본 파랗게 저문 바다의 절경은 군말없이 아름다웠다. 홍도의 그림같은 비경을 보며 걷는 하늘길. 결국 8시가 다 되어서야 2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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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1구 당숲에서 바라본 청옥빛 바다와 바위섬.

“넘들은 유람선을 타고 펜히 오는디. 옛날에야 나도 애기 업고도 넘어 다니고 그랬지. 십 멫 년 전에만 해도 질이 그 때는 훤했소. 저 산의 나무를 다 해서 땠으니까. 아이고, 그 전에는 술도 한 통씩 받아서는 지게에 지고 넘었소. 쌀도 세 사람이 나놔서 이고지고 그렇게 대닌 질이요.” 가게 할머니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았다. 다음 날 아침에는 2구 당산숲에 있는 할머니 당산에 올랐다. 사실 나에게는 홍도 33경 뭐 이런 것보다 사람의 손과 삶으로 만들어낸 이곳의 할머니 당산 같은 것이 더 마음에 끌린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볼 것을 보았으니 오전 내내 나는 선창을 떠돌았다. 단지 심심해서 홍도 등대까지 산책을 갔다 온 게 전부다. 갯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구경하다 시큰둥해지면 선창에서 파는 노점 커피를 마시고 다시 방파제에 앉아 바다를 구경한다. 아무래도 섬에서는 바다 구경만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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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1구에서 2구로 넘어가는 숨겨진 옛길, 깃대봉 길에서 본 홍도 바다의 파랗게 저무는 절경.

<여행길>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0-6060)에서 07:50, 13:00 하루 두 번 운항한다. 홍도에서는 10:30, 15:40에 나오는 배가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이보다 많은 10여 편 정도로 홍도행 여객선이 증편된다. 소요시간 2시간 20분.

2. 관매도: 달랑게가 점령한 모래밭

하루 두 번 관매도와 읍구 포구를 오가는 연락선은 배가 작고 늘 손님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하조도와 관매도를 잇는 가장 가까운 뱃길에다 배삯이 저렴하고, 기묘하게 생긴 방아섬 남근바위를 내내 구경하며 갈 수 있어 아는 사람들은 부러 이 배를 타곤 한다. 가는 뱃길에 방아섬 남근바위는 해무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낸 채 파도에 출렁거린다. 옛날 이곳을 지나는 여인들은 그 모습이 하도 망측해서 남 몰래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하조도 읍구에서 30여 분. 포구에서 관매마을로 가는 해변은 잘 알려진 관매도 해수욕장이다. 여름에는 이곳이 사람들로 붐비지만, 사실 여기는 사시사철 달랑게가 점령한 달랑게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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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이 관매도 돌묘 앞바다를 보며 낚시를 하고 있다.
 
모래밭에 작고 동그란 모래경단이 바로 녀석들이 유기물을 먹고 걸러낸 모래 알갱이들이다. 관매도 해수욕장은 관매8경 중에서도 제1경에 속한다. 관호마을을 넘어가 만나는 ‘돌묘와 꽁돌’도 놓치기 아까운 비경이다. 마을에서 고개를 넘어서면 탁 트인 바다에 형제섬이 나란히 뜬 풍경을 배경으로 기묘한 바위들이 널려 있다. 그리고 거기 직경이 약 5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꽁돌이 편평한 바위에 놓여 있고, 그 앞에 묘처럼 생긴 돌묘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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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달랑게가 점령한 관매도 해수욕장.

<여행길> 진도 팽목항(061-544-0833)에서 10:20분에 배가 있다. 관매항(542-3492)에서 팽목으로 나오는 배는 11:40. 섬이 작아 승용차는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조도 읍구에서도 하루 두 번 연락선(관호도선 544-5773)이 관매도로 간다. 09:00, 12:00. 관매-읍구: 08:20, 11:40.

3. 하태도: 인정이 넘치는 비경 속의 해녀섬

지독한 안개 속을 뚫고 하태도로 간다. 하태도는 태도(苔島)의 세 섬(상태, 중태, 하태) 가운데 가장 큰 섬으로, 목포에서 오자면 3시간 반이 걸리는 먼 뱃길이다. ‘태도’라는 이름은 섬과 바다가 한데 어울려 푸르게 보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약 130킬로미터 떨어진 섬. 하태도는 여객선이 선착장에 닿을 수 없어 종선이 여객선까지 와서 손님을 데려간다. 마을 한가운데는 하태분교가 있는데, 과거 <섬마을 선생님>이란 드라마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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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도 선착장에서 본 해무가 살짝 드리운 앞바다 풍경.

배 위에서 바라본 하태도는 전체적인 모양이 말발굽처럼 생겼다. 반도처럼 길게 뻗어나온 산자락은 나무가 드물어 마치 대관령 목장을 옮겨놓은 듯 초원의 언덕이다. 우묵하게 휘어져 들어간 지형에 장부래 해수욕장이 있고, 그 주변을 따라 돌담을 두른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하태도는 우리에게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해녀섬이다. 섬마을 하나에 해녀만 20여 명이다. 물때에 맞춰 해녀배를 운행하는데, 말만 잘하면 해녀배를 타고 하태도의 숨겨진 비경을 구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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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도 굴개 바다에서 전복을 건져올리는 해녀.

<여행길>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0-6060)에서 08:00에 운항하는 배를 타야 한다. 하태도에서는 13:40에 나오는 배가 있다. 소요시간 3시간. 선착장에 여객선이 닿을 수 없어 종선이 여객선으로 나와 승객을 실어나른다.

4. 보길도: 해안을 따라 펼쳐진 섬들의 파노라마

모두 알다시피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의 문학과 삶이 서린 섬이다. 고산이 남긴 문화유산만도 세연정을 비롯해 곡수당과 낙서재, 동천석실은 물론 작품인 <어부사시사>까지 보길도를 이야기하자면 윤선도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진정한 보길도의 매력은 고산의 유적과 문학에 있지 않고, 저 바다와 해안을 따라 존재하는 듯하다. 청별항에서 시작되는 해안의 절경은 서쪽으로는 망끝 전망대, 보옥리 뾰족산까지 24킬로미터나 계속되며, 동쪽으로는 예송리 해수욕장과 통리 해수욕장, 중리 해수욕장, 백도리까지 10여 킬로미터쯤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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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모래를 뿌려놓은 듯 황금빛으로 빛나는 황혼 무렵의 중리해수욕장(위)과 다시마 말리는 작업이 한창인 예송리 해변(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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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보길도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백도리 인근의 도치미끝이라 하고, 누군가는 보옥리 해변이라고도 말하지만, 나는 예송리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통리와 중리의 해수욕장이 모래밭이고, 보옥리 해변이 공룡알로 이뤄져 있다면, 예송리 해변은 자잘한 갯돌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름이면 예송리 갯돌밭 해변에서는 언제나 다시마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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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옥리 상록수림에서 바라본 무인도.

<여행길> 보길도행 배편은 완도 여객선터미널이 아니라 화흥포항(061-555-1010)에서 하루 10회(첫배 07:00) 운항(1시간 10분)하며, 해남의 땅끝마을(535-5786)에서도 수시로(첫배 06:40) 운항한다. 보길매표소: 553-5632.

5. 우도: 해녀, 돌담 그리고 바람들

화산 섬인 제주와 다를 바 없는 우도에는 모래와 펄보다는 용암으로 뒤덮인 ‘걸바다’가 흔하다. 이 걸바다에는 우뭇가사리와 전복, 해삼이 풍부해 해녀들에게는 바다밭이나 다름없다. 예부터 우도의 여자들은 물때가 되면 바다밭으로 나가 물질을 하고, 물질에서 돌아오면 밭에 나가 김을 매는 두몫잡이 노동을 운명처럼 여기고 살았다. 성산포에서 4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우도는 말 그대로 섬의 모양이 머리를 들고 누워있는 소를 닮았다고 예부터 ‘소섬’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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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서빈백사 해수욕장의 눈부신 풍경(위)과 검멀레해안의 검푸른 물빛(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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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섬의 머리가 바로 우도봉, 즉 쇠머리오름이며, 뒤쪽의 해안절벽 아래에는 멋진 검멀레 해안이 자리해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우도의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 단연 으뜸은 밭돌담이다. 이 돌담을 유심히 살펴보면, 돌과 돌 사이의 틈이 주먹 하나쯤은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숭숭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람 구멍이다. 바람 구멍이 숭숭한 이런 밭돌담은 우도 전역에서 만날 수 있지만, 오봉리와 서광리 쪽이 특히 볼만하다. 서빈백사 해수욕장도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물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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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봐도 멋진 우도의 하늘 땅 바다.

<여행길> 제주 성산포와 종달리에서 수시로 배가 있으며, 15분이면 우도항에 닿는다. 차를 가져갈 수도 있지만, 우도는 작은 섬이고 항구에는 자전거/오토바이 대여점까지 있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우도의 운치를 즐기는 더 좋은 방법이다. 또 우도의 관광코스를 도는 관광셔틀버스도 입항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배편 문의: 우도해운 성산사무실 064-782-5671, 우도사무실 783-0448.

* 위 기사는 <시사 IN> 이번 주 ‘여행 in' 에 게재한 기사에서 사진 추가와 수정을 더했습니다. 이 사진들은 섬 여행서 <물고기 여인숙>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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