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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에 전해오는 "만만한게 홍어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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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에 전해오는 "만만한 게 홍어X"

 


1월 24일 <1박 2일>에서는 복불복을 통해 2명의 멤버가 홍어잡이에 나섰다. 흑산도에 온 이상 이건 예견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흑산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이제는 ‘홍어’가 되었을 정도다. 본래 홍어 본산지인 흑산도에는 한때 불법어획과 중국어선의 침범으로 홍어를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불법 단속으로 홍어가 꽤 많이 잡히는 편이라고 한다. 홍어는 가을에서 봄, 즉 9월~3월까지가 성어기라고 한다. 예부터 흑산도 근해에서 홍어가 많이 잡히는 까닭은 흑산도 인근이 홍어의 산란터이기 때문이다. 흑산도 홍어는 다른 지역의 홍어보다 맛이 훨씬 부드럽고, 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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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갓 잡아온, 아직도 살아 있는 흑산도 홍어.

내가 묵었던 남도장 여관의 안주인 박춘자 씨는 35년 넘게 홍어 요리를 해왔다. 남편인 김영창 씨가 홍어잡이배를 타기 시작한 1974년부터 박씨도 홍어 요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바다에서 잡아온 홍어를 삭힐 때는 우선 옹기에 소나무 가지와 짚을 깔고 그 위에 홍어를 올려놓는 게 전통이란다. 흑산도 근해에서 잡아온 홍어는 대부분 선창에서 경매로 팔려나가는데, 보통 특대품(8kg 이상)일 경우 kg당 5만원 안팎. 잡히는 양에 따라 시세는 조금씩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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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는 싱싱한 회도 맛있지만, 역시 잘 삭혀서 물이 빠진 것이 돌근돌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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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홍어라 해도 빠진 물이 육질에 닿지 않아야 다 삭은 뒤에도 맛있어. 홍어는 발효를 시키야만 그 물이 빠져. 그래서 코 같은 진액이 엉기고, 돌근돌근 해져야 맛있어. 여름에는 그냥 배깥에다가 4~5일 놔두도 팍 삭어. 삭은 뒤에는 냉장고에 넣어놓고 요리할 때마다 꺼내 쓰는 거지. 이거는 식중독이라는 게 없어. 기관지 천식에도 좋고, 위장에도 좋고, 어떤 교수는 이게 항암역할도 한다 그래. 십멫년 전까지만 해도 여서 홍어를 잡으면 목포나 영산포(나주)에 나가 팔고 그랬는디, 지끔은 다 여기까지 와서 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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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선창의 아침은 방금 잡아온 홍어 경매로 시작된다(위). 지난 35년 넘게 홍어잡이를 해온 김영창 씨네 홍어잡이 배(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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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에 ‘분어’라고도 기록하고 있는 흑산도 홍어는 1996년부터 중국어선의 침범과 불법어획으로 한동안 귀한 생선이 된 적도 있다. 김영창 씨가 몇 년 동안 홍어배를 타지 않고 쉰 것도 이 때였다고 한다. 현재 흑산도에는 모두 아홉 척의 홍어배가 있다고 하며, 배마다 적게는 서너 마리, 많게는 100마리 이상 잡을 때도 있다고 한다. “만만한 것이 홍어X”이라는 민망한 말이 있다. 이것의 유래 또한 흑산도 홍어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맨맨헌 것이 홍어X이라고, 하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는가? 옛날 흑산도 근해에서 홍어잡이에 나설 때 선원들이 홍어를 잡으면 배에서 술 안주감을 하려고 수놈의 홍어X을 잘라 안주를 혔어. 비싼 홍어는 팔어야 쓰겄고, 허니 맨맨헌 것이 홍어X이었거든. 그래 그것을 잘라 안주를 한 것이여.” 35년 넘게 홍어잡이배를 탄 김영창 씨가 전하는 말이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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