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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6 개싸움 구경하는 아기 고양이 12

개싸움 구경하는 아기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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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싸움 구경하는 아기 고양이


“고양이는 존재하는 동물이고, 개는 행동하는 동물이다.” -윌리 모리스

“개는 화가 나면 으르렁거리고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흔든다. 반대로 나는 기분이 좋으면 그르렁거리고 화가 나면 꼬리를 흔든다.”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북쪽, 적극적인 세계, 우울함, 맥주가 개와 어울린다면, 남쪽, 꿈, 포도주, 디어니소스적인 쾌활함은 고양이와 잘 어울린다.” -에른스트 윙거

“앞발을 들어올리는 행동은 개의 경우 가까워지고 다정한 접촉을 받아들인다는 신호이지만, 고양이의 경우엔 경고의 메시지다. 개는 보통 기분이 좋거나 기쁠 때 누군가를 향해서 달려가므로 사람이 접근해도 좋은 의미로 이해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것을 공격하는 태도로 이해하고 즉각 대응한다.”-데틀레프 블룸, <고양이 문화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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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마당에 앉아 개싸움을 구경하는 아기 고양이.

우리는 개와 고양이를 적대관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유럽에서는 중세에 이르러 개와 고양이를 서로 앙숙관계로 설정해 놓았다.
이런 설정은 그림이나 우화, 속담을 통해 둘의 관계를 보다 악화시켜왔다.
개와 고양이가 서로 앙숙이라는 것은 다분히 인간의 관점이다.
실제로 어릴 때부터 개와 고양이가 함께 자란 경우
둘은 너무나 잘 어울리고, 친구처럼 지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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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쟤네들 싸워요...좀 말려 보시지..."

흔히 라오스를 수식하는 말 중에 ‘개와 고양이가 행복하게 어울리는 나라’라는 표현이 있다.
라오스를 여행한 사람들은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라오스에서는 세삼 그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사원이나 가정에서 개와 고양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흔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루앙프라방의 한 사원에서
개싸움을 구경하는 고양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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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계단에 앉아 있던 아기 고양이도 마당으로 내려와 개싸움 구경에 동참한다.

녀석들은 사원 마당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3마리의 개가 갑자기 나타났다.
3마리의 개는 서로 뒤엉켜서 물고 뜯고 넘어지고 올라타고...
격렬한 싸움(사실은 과격한 장난을 치는 것)을 벌이는 거였다.
꾸벅꾸벅 졸던 고양이들은 뭐가 이리도 시끄러운가, 눈을 떠서는
한치의 동요도 없이 앉은자리에서 개싸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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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마당에서 벌어진 개싸움. 스님도 고양이도 그것을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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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대법당 앞 계단에서 졸던 고양이마저
마당 가까이로 내려와 개싸움을 구경하는 거였다.
개싸움은 거의 10여 분 이상 계속되었다.
그러는 동안 고양이들은 구경하다 지겨워서 다시 졸다가
쟤네들은 만날 싸워, 하는 표정으로 시큰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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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노랑이도 삼색이도 깜장이도 마당에 나와 개싸움을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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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마리의 개 중에 한 마리는 사원의 개였는데,
녀석은 잠시도 가만 있지 않았다.
사냥하고 날뛰는 개의 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원 마당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새끼 고양이들에게는
단 한번도 해코지하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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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 지쳐 늘어진 개 앞으로 뛰어가는 고양이와 개 옆에서 편안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 개와 고양이가 어울린 행복한 풍경.

사원의 고양이들 또한 개가 있는 곳, 그러니까 개의 바로 코앞을
유유자적하게 걸어다녔다.
심지어 싸움 중인 ‘개판’ 근처를 어슬렁어슬렁 배회하기도 했다.
루앙프라방에서 이런 풍경은 어디를 가나 존재하는 것이어서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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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오기 전 한국에서 만난 개와 고양이가 있는 풍경. 내가 다가서자 개가 고양이 앞을 막아서 보호에 나섰다.

이런 행복한 풍경을 이사 오기 얼마 전 한국에서도 본 적이 있다.
동네의 하우스촌에서 나는 그것을 경험했다.
하우스 앞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고양이가 보이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나는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나타났다.
내가 다가서자 개는 혹시라도 고양이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지
크엉크엉 짖으며 고양이를 보호하고 나섰다.
개가 나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고양이 또한 개의 뒤에서 안심하는 눈치였다.
두 녀석은 개와 고양이가 반드시 적대적일 필요도,
앙숙관계도 아님을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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