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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떠나고 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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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둘만 남았다




축사에 살던 축사고양이는 한때 3대에 걸친 11마리 고양이가
한 무리를 이루어 살던 대가족이었다.

그리고 지난 5월 초에는 무리의 수장인 대모가 또다시 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축사 짚단더미에서 꼬물거리던 작은 생명들.
그런데 5월 중순부터 느닷없이 축사가 철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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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를 벗어나 돌담집에 둥지를 튼 가만이가 돌담 너머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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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6마리의 아기고양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무사히 다른 곳으로 피신을 시켰는지,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는지,
아니면 무슨 봉변을 당한 건 아닌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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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자리에는 오직 여리 혼자 남았다. 혼자 남은 녀석이 쓸쓸하게 논둑길을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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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철거가 진행되는 동안 어미인 대모를 비롯해
장나니와 가만이, 여리 그리고 6마리 아기고양이의 아빠냥으로 보이는 왕초고양이 등은
축사 바깥의 밀밭에 임시로 머물렀다.
하지만 며칠 뒤 이마저도 사라져 무논으로 변한 뒤,
축사고양이는 갈 곳도 머물 곳도 없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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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형제들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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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가 완전히 철거되고
축사 바깥의 밀밭이 무논으로 변하자
축사고양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고,
어쩔 수 없는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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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아요. 괜찮은데, 왜 이케 자꾸 눈물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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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떠난 축사 자리에는 이제 연약한 여리 혼자만 남았다.
혼자 남은 여리는 철거된 축사 자리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다행히 축사 자리에서 무논을 하나 건너는 길가 돌담집에
형제인 가만이가 둥지를 틀었다.
축사고양이가 모두 떠나자 나의 사료배달도 배송처를 정하지 못해 난감했다.
임시로 나는 축사 자리와 돌담집 사이의 논두렁 공터에
사료를 부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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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길에 앉아 있던 가만이가 사료를 먹고 난 뒤 논물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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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축사에 사료 배달을 가면
최소한 5~6마리 정도가 둘러앉아 밥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이제는 여리와 가만이 둘만이 쓸쓸하게 논둑에 앉아 식사를 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나는 법이다.
지난 보름 정도 나는 혹시 다른 축사고양이가 올지도 모른다고
평소와 다름없는 양의 사료를 배달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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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쓸쓸하게 축사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여리.

그러나 여태껏 여리와 가만이 외의 다른 고양이를 만난 적이 없다.
그 많던 고양이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주변을 돌아다니면서도 녀석들을 만난 적이 없다.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살아남아라. 살아서 언젠가는 다시 만나자꾸나.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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