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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5 고양이, 폭설 뚫고 하이킥 52

고양이, 폭설 뚫고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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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폭설 뚫고 하이킥

정말 엄청난 눈폭탄이 내렸다.

이렇게 폭설이 내린 날이면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은신처에 틀어박혀 하늘을 원망한다.
그러나 간혹 엄청난 폭설에도 불구하고
눈밭 원정을 나서는 고양이도 있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눈을 뚫고서라도 먹이활동을 나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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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등짝까지 쌓인 눈더미를 헤치고 뛰어오는 봉달이. 녀석의 점프에 쌓인 눈이 산산이 흩어지고, 흩어진 눈은 또 녀석의 털에 달라붙고...

모든 게 눈에 묻혀 아무것도 찾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부질없이 나서보는 거다.
희박한 확률을 믿어보는 거다.
더러 어떤 고양이는 폭설이 내리면 새들이 밭두렁 풀섶 구멍이나
논자락 볏가리에 붙은 낟알을 먹으러 온다는 것을 알고
새 사냥에 나서는 고양이도 있다.
어제 만난 봉달이도 그런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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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냥을 위해 논자락 한가운데까지 나갔던 봉달이가 나를 발견하고는 엄청나게 쌓인 눈밭을 헤치며 달려오고 있다. 그 바람에 녀석의 등짝과 머리에 눈이 잔뜩 들러붙었다. 영락없는 눈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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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등짝까지 빠지는 폭설을 뚫고 논자락 볏가리 근처에 엎드려 있었다.
가뜩이나 눈이 많이 내려
녀석이 엎드리자 눈구덩이가 자동으로 은폐물이 되었다.
가만 지켜보니 이 녀석 새 사냥에는 도무지 재능이 없다.
볏가리에 새가 날아들자 잔뜩 몸을 낮추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앞으로 뛰쳐나간다는 것이 번번이 눈밭에서 허우적대는 것이었다.
봉달이 입장에서는 눈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도 할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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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힘들어! 눈으로 목이라도 좀 축이고 가야지..." "헌데 먹을 건 가져오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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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허탕을 치는 모습을 좀 찍어볼까 해서
나도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걸어 개울가 논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눈밭 헤치는 소리가 들리자
봉달이는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 때였다.
녀석은 무슨 구세주라도 만났다는 듯
나를 보자마자 냥냥거리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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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나도 있어요..." 덩달이 녀석도 덩달아 눈밭을 달려온다.

뭐가 그리도 급한지 녀석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눈밭에서
토끼처럼 펄쩍펄쩍 뛰는 거였다.
그럴 때마다 눈은 산산이 흩어져 녀석의 등짝과 허리, 얼굴에 들러붙었다.
아랑곳없이 녀석은 ‘눈고양이’가 다 되도록 열심히 달려왔다.
오다가 너무 힘이 들었는지,
잠시 눈웅덩이 속에서 숨을 고르고,
몸에 묻은 눈도 부르르 털어내고,
또다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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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을 헤쳐오느라 눈투성이가 된 봉달이와 덩달이가 눈구덩이 속에서 나란히 구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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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폭설 뚫고 하이킥’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가만.....
논자락에는 봉달이만 있었던 게 아니다.
지난 번 김치 먹는 고양이로 소개한 ‘덩달이’(봉달이가 뛰면 덩달아 뛰는 경향이 있다) 녀석도
나를 발견하고는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었다.
결국 눈밭을 달려온 두 녀석은 내 앞에서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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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눈밭에서 큰길로 나와 그루밍을 하는 두 녀석. "휘유, 평생에 이런 눈은 처음이야..." 봉달이 녀석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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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녀석은 같은 집 마당고양이 출신으로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다.
지금은 서로 먹이활동을 따로 하는 경향이 있지만,
마당의 잠자리도 함께 하고, 서로 의지하는 친구인 것만큼은 여전하다.
둘다 ‘마당고양이’로 내게 사료 급식을 받는 녀석들이다.
(명색은 마당고양이이지만, 거의 돌보지 않는 관계로)
이런 폭설의 악천후에 녀석들이 내게 쏜살같이 달려온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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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눈이 이렇게 쏟아진다냐, 참!"

사료 배달부가 왔으니, 확률 없는 새 사냥 따위는 이제 필요 없는 것이다.
두 녀석은 나를 따라 큰길까지 나와서는
한동안 몸에 묻은 눈을 털고 그루밍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뭔 눈이 이렇게 쏟아진다냐!‘
봉달이 녀석은 눈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원망도 했다.
 시린 발에 호호 입김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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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와라...고양이들 다 죽겠네..."

사실 엄청난 폭설로 인해 나의 사료배달도 어려움이 많았다.
제설작업이 안된 시골길을 미끄러지고, 헛바퀴 돌고, 눈구덩에 빠지면서 십리에 달하는 길을 배달온 것이다.
누군가는 ‘미친 놈, 할짓이 없어서...’라고 욕할 게 뻔하지만,
이런 나를 이해해주기를 나는 바라지 않는다.
사실 어제는 하루종일 눈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침부터 점심나절까지, 집에서부터 마을회관까지 세 번에 걸쳐
거의 3시간 넘게 눈을 치웠다.
그 바람에 사료 배달이 좀 늦었지만,
봉달이도, 덩달이도, 축사냥이도 내가 내놓은 사료를 맛있게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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