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합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9.27 고양이 합체, 보실까요? 21

고양이 합체, 보실까요?

|

고양이 합체, 보실까요?




길 위에서 고양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별의별 희한한 장면을 다 만나게 된다.
몸 하나 간신히 올라설 수 있는 담장 위에서 ‘식빵왕 냥탁구’ 흉내를 내는 건 흔한 광경이고,
공중을 맴도는 잠자리의 궤적을 따라
상모 돌리듯 고개를 돌려대는 아기고양이도 보았다.
과거 봉달이는 저벅저벅 개울을 맨발로 건너는 ‘있을 수 없는’ 행동을 선보였는가 하면,
전원고양이 중 한 녀석은 ‘고무 다라이’에 들어가 질펀하게 낮잠을 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몸은 노랑이, 꼬리는 카오스. 합체한 고양이 같죠? 여리의 꼬리와 카오스 녀석의 다리가 살짝 보이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리고 엊그제 나는 ‘고양이 합체’를 보고야 말았다.
두 마리의 고양이가 절묘하게 합체하는 모습을.
합성이 아니라 합체라고?
뭐 내가 본 풍경은 ‘합체’가 맞긴 맞다.
여리와 가만이네 카오스 녀석이 길 위에서 합체를 하는 게 아닌가.
어찌된 일인고 하니,
며칠 만에 내가 나타나자 뒤란에서 낮잠을 자던 두 녀석이
내 앞으로 달려나와 앙냥냥거리는 거였다.
(요즘 개인 사정으로 매일 사료배달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길 위의 녀석들을 굶길 수가 없어서 3일에 한번꼴로 사료배달을 나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를 보고 달려나온 여리와 카오스 녀석. 합체에 앞서 크로스를 하려는 건가?

그리고 두 녀석이 좌우로 크로스를 하는가 싶더니
카오스 녀석이 여리 뒤꽁무니로 돌아가 꼬리를 치켜올렸다.
그 순간, 그 짧은 순간에 두 녀석의 합체가 이루어졌다.
여리는 꼬리를 내린 모습이었고, 여리 뒤에 숨은 카오스 녀석은 꼬리를 치켜올린 모습이었는데,
그건 앞에서 보기에 영락없는 두 고양이의 합체한 모습이었다.
만화처럼 그렇게 합체한 것이 아니어서 실망한 분도 있겠지만,
만화같은 합체는 만화에나 있는 것이니 양해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오스 녀석이 합체를 위해 슬슬 여리의 뒤꽁무니로 돌아가고 있다.

여리의 뒷발 너머로 살짝 카오스 녀석의 발이 보여
완벽한 합체의 모습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탄했다.
길 위에서 나는 갑자기 소리까지 질렀다.
“오 합체! 고양이 합체!”
노랑둥이의 몸뚱이에 카오스 꼬리는 웬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래서 좀 어설픈 합체에 그쳤지만,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 나는 ‘새로운 고양이’를 만난 것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길고양이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고양이 막 눈떴어요  (27) 2010.10.03
호박이 넝쿨째  (15) 2010.10.01
아기고양이 '앞으로 나란히'  (22) 2010.09.30
역전고양이가 사는 법  (24) 2010.09.29
아기고양이 3개월만의 외출  (27) 2010.09.28
하늘을 봅니다  (25) 2010.09.15
잘 지내나요 고양이  (86) 2010.09.10
고양이 돌베개를 좋아해  (53) 2010.09.01
역전고양이 묘생역전  (25) 2010.08.30
정원 스툴과 고양이  (14) 2010.08.29
And
prev | 1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