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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말불버섯 13일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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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버섯’ 말불버섯, 13일간의 기록



말불버섯이 공중으로 포자를 내뿜고 있다. 마치 담배연기처럼.


내가 처음 버섯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말불버섯 때문이다.

생긴 것도 그렇거니와 포자를 방출하는 말불버섯의 모습은

자연계의 신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말불버섯의 표면은 피침형(원뿔형) 돌기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지난 10월 2일부터 10월 14일까지

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말불버섯을 찾아

그 다양하고 신비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러나 어쩌면 말불버섯의 신비는 사진 찍히지 않은

그 이면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말불버섯


아직 어린 말불버섯의 유균. 흰색 몸체에서 갈색으로 점차 변해간다.


흔히 말불버섯은 울퉁불퉁한 표면의 돌기와

포자를 내뿜는 특성으로 인해

독버섯이란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긴 모양이나 습성이 남다르긴 해도

말불버섯(말의 거시기처럼 생겼다고 말불버섯이다)과

말징버섯(말징처럼 생겼다고 말징버섯이다) 등은

유균일 때 얼마든지 식용이 가능하고,

실제로도 식용한다.



말불버섯의 유균을 벌레가 파먹고 있다(위). 말불버섯 표면의 벌레구멍(아래).


그러나 어느 정도 자라서 성숙하면

자실체에서 포자를 방출하게 되므로

먹을 수 없는 버섯이 된다.

독성이 생겨서 먹을 수 없는 버섯이 아니라

버섯의 조직 자체가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말불버섯은 자라면서 표면의 피침형 돌기가 떨어져나가고, 그 자리가 희끗희끗한 무늬로 남는다.


말불버섯은 속칭 ‘담배 피우는 버섯’으로 불린다.

버섯이 담배를 피운다고?

이는 말불버섯이 포자를 방출하는 모습을 보고 붙인 별명이다.

옛날에는 말불버섯이 내뿜는 포자를 받아

상처 치료에 사용했다고도 하는데,

이에 대한 효능은 입증된 바가 없다.


조금 더 성장하면 말불버섯의 표면에 사진과 같은 정공(포자방출 구멍)이 생겨나 곧 터지게 된다.


서양에서는 말불버섯의 포자 방출이

여우가 방귀를 뀌는 것과 같다고 하여

여우방귀(Lycoperdon)버섯이라고도 불렀다.


완전히 자란 말불버섯은 피침형 돌기가 다 떨어져나갔으며, 포자구멍인 정공이 열려 포자를 방출한다.


말불버섯은 유균일 때는 흰색에 가까운 미황색을 띠며,

윗부분에 피침형 돌기가 무수히 돋아 있다.

그러나 점차 자라면서 이 피침형 돌기는 떨어져나가고,

떨어져나간 자리에는

돌기가 붙어 있던 무늬가 흰색 점처럼 남는다.



말불버섯의 유균을 반으로 자른 모습. 이 정도일 때 식용이 가능하다.


다 자란 말불버섯은 윗부분 가운데쯤에

정공(포자를 방출하는 구멍)이 생겨나면서

담배 연기 모양으로 포자를 분출하게 된다.

이를 좀더 미시적으로 관찰해보면,

정말 신기하고 신비롭기만 하다.



말불버섯의 포자 방출 모습은 때로 담배연기를 내뿜는 듯하고(위), 때로 미세한 모랫바람을 연상케 할 때도 있다(아래).


말불버섯이 포자를 방출하는 모습을 보려면

처음 정공이 열릴 때나

빗방울 혹은 물방울이 기본체에 떨어질 때,

심한 바람이 불 때가 가장 유력한데,

이 때를 맞추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습성을 잘 아는 버섯 전문가들조차

포자를 방출하는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말불버섯의 회오리 포자 방출.


말불버섯이 포자를 방출할 때의 모습은

워낙에 순식간이어서

그 순간을 포착해 사진찍지 않는 한

그 신비한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다.

다행히 나는 말불버섯이 포자를 방출하는 순간의 사진을 몇 컷 얻었고,

그것만으로 13일간 말불버섯을 찾아다닌 보상은 충분한 것이었다.


* 긴대말불버섯



긴대말불버섯(추정)의 모습은 대가 길고, 피침형 돌기가 없는 것이 말불버섯과 다른 점이다.

 

긴대말불버섯 또한 포자를 방출하는데,

자루가 말불버섯보다 길어서

포자를 방출할 때의 모습은

마치 굵은 담뱃대에서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다.



긴대말불버섯(추정)의 유균은 말징버섯과도 흡사하다.


생긴 모양은

자루 끝에 둥그런 기본체가 달려 있고,

윗부분은 말불버섯과 달리

약간 밋밋하고 동그란 편이다.


긴대말불버섯(추정)의 표면에 포자를 방출하는 정공이 열린 모습.


말불버섯보다 보기가 쉽지 않고,

유생일 때는

말징버섯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 말징버섯



말징버섯은 포자를 방출하는 정공이 열리지 않고, 얇은 껍질이 벗겨지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포자를 날려보낸다.


말징버섯은 생김새가 말불버섯과는 약간 다르게 생겼다.

우선 피침형 돌기가 나지 않고,

유균일 때는 윗부분이 밋밋하고 둥그스름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돌기 같은 것이 나 있다.

서양에서는 ‘대머리버섯’으로도 불린다.



말징버섯의 유균(아래)과 노균(위)의 모습. 말징처럼 생겼다고 말징버섯이다.


자라면서 말징버섯은 표면에 쭈글쭈글한 주름이 생겨나면서

얇은 외피가 벗겨지고

누런 스펀지 모양의 기본체를 드러낸다.

바람이 불면

드러난 기본체의 포자가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날아간다.

말징버섯 또한 유균일 때는 식용한다.


* 찹쌀떡버섯


말불버섯과에는 말불버섯, 긴대말불버섯, 말징버섯 외에도

좀말불버섯, 비늘말불버섯, 너도말불버섯, 악취말불버섯 등이 있으며,

특이하게 찹쌀떡버섯이 여기에 들어 있다.

찹쌀떡버섯은 생김새로는 말불버섯과 달리 표면이 흰색이고,

작고 가는 흰색의 털같은 것이 촘촘하게 나 있으며,

찹쌀떡처럼 둥그렇고 하얗다.



생긴 모양이 찹쌀떡처럼 생긴 찹쌀떡버섯도 다 자라면 껍질이 벗겨지면서 기본체 안의 녹갈색 포자가 드러난다. 


찹쌀떡버섯의 껍질은 매우 얇아서

어느 정도 자라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하는데,

이 안에 딱딱한 속껍질이 감싸고 있고,

속껍질 안 기본체에는 녹갈색의 포자가 들어 있다.

이름이 찹쌀떡버섯이라서 식용버섯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식용 여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으니,

먹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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