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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7 더위 먹은 고양이의 노곤한 낮잠 23

더위 먹은 고양이의 노곤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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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은 고양이의 노곤한 낮잠




연일 계속되는 폭염주의보 속에서 길고양이는
이 여름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한낮의 대부분을 우리 집에서 보내고 있는
길고양이 바람이도 요즘의 폭염만은 참을 수 없었는지
이 녀석, 그동안의 무뚝뚝함과 냉정함과 모든 경계심을 다 벗어던지고
시원한 테라스 그늘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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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모든 경계심과 부끄러움을 다 벗어던지고 바람이 녀석이 테라스 나무바닥에 시체처럼 발라당 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 이 녀석 더위 먹은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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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을 태울만큼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정오 무렵에
녀석은 더위라도 먹었는지,
등짝을 나무바닥에 대고 테라스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
녀석은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서 내가 거실 창문을 통해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도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발라당 누운 자세로 이따금 꿈틀꿈틀 잠꼬대까지 하면서
낮잠에 취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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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안에서 랭보가 냥냥거리자 바람이는 겨우 잠에서 깨어났지만, 한참 동안이나 정신을 못차리고 녀석은 멀거니 이쪽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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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의 이런 모습은 나도 처음 만나는 것이다.
이제껏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냉정하게 길고양이의 경계심을 풀지 않았던 녀석이
오늘의 폭염만큼은 견딜 수 없었던 게 분명하다.
더위를 먹지 않았다면 녀석이 이렇게 배를 다 드러내놓고 잘 리가 없다.
혹시라도 나는 녀석의 잠을 깨울까봐
거실문도 열지 않고 안에서만 녀석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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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 자식 되게 시끄러운 고양이네...." 랭보의 냥냥거림에 바람이는 비실비실 일어나 화분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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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거실 책장 위에 올라가 낮잠을 자던 랭보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이야옹거리며 창문 가까이 다가왔다.
“누구 맘대로 거기서 자냐옹!”
“참 웃기는 고양이다옹!”
“근데, 거기 시원하기는 하냐옹?”
랭보는 창문가에 서서 계속해서 냥냥거렸다.
랭보의 시끄러운 소리에 결국 바람이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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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뒤에서 또다시 잠에 취한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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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버젓이 랭보와 내가 있는데도
녀석은 잠시 정신을 못차리겠다는 듯 비스듬히 누워서
멀거니 이쪽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한참 뒤 비실비실 일어나 테라스의 화분 뒤편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가끔씩 이쪽 눈치를 보다가
또다시 녀석은 그늘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귀찮아, 귀찮아 맘대로 하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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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랭보의 냥냥거림이 계속되자 바람이는 테라스를 떠나 텃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쉬운듯 바람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랭보.

랭보의 냥냥거림에도 아랑곳없이 바람이는 거기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잠을 청했다.
“여긴 선풍기도 틀어놨다옹! 약오르지롱!”
랭보가 또다시 냥냥거리자
바람이는 “아이 그 자식 되게 시끄럽구낭!” 하면서
슬금슬금 테라스를 걸어 텃밭 쪽으로 사라졌다.
“아니, 그렇다고 도망을 가냐옹! 어디 가냐옹!”
정작 바람이가 테라스를 떠나자 랭보는 아쉽다는 듯 바람이가 걸어간 방향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 고양이의 사생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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