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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7 밴쿠버, 북미의 하와이 8

밴쿠버, 북미의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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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북미의 하와이


 

 

캐나다의 관문인 밴쿠버는 세계 4대 미항 가운데 하나로,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 제3의 도시로 꼽힌다. 그러나 인구는 고작 200여 만 명에 불과하다. 흔히 북미에서는 밴쿠버를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으며, ‘북미의 하와이’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한겨울 평균기온도 섭씨 2~4도로 따뜻한 편이다. ‘밴쿠버’라는 도시 이름은 1792년 영국인 조지 밴쿠버 선장이 이곳에 상륙해 영국령을 선포한 뒤, 1세기 후 그의 이름을 딴 밴쿠버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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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플레이스에서 바라본 노스 밴쿠버의 빌딩군(위). 스탠리 파크에서 바라본 요트항(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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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도시 밴쿠버의 상징은 버라드 만에 자리한 캐나다 플레이스다. 캐나다 플레이스는 밴쿠버의 상징물이나 다름없는 건물로 전체가 바다에 뜬 범선 모양을 띠고 있다. 여기에서는 버라드 만 건너 노스 밴쿠버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며, 스탠리 공원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곳에서 바라보는 황혼 무렵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이곳을 세계 제4대 미항의 하나로 손꼽게 만들었다. 밴쿠버 여행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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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파크의 한적한 오후 풍경.

밴쿠버 최고의 역사가 스민 명소는 개스타운이다. 이곳에는 옛빛 그득한 유럽풍의 건물이 즐비한데, 이로 인해 ‘역사보존지구’로 지정돼 있다. 1867년 존 데이튼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마을의 괴짜로 불렸던 그는 별명이 수다쟁이 잭, 즉 개시 잭으로 불렸는데, 개스타운은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는 개시 잭의 동상이 있고, 동상 건너편에는 전세계에 단 두 개밖에 없다는 증기시계가 있다. 15분마다 '삐익'하는 소리를 내며 증기를 내뿜는 이 시계는 개스타운의 가장 큰 명물로 개스타운에서 가장 붐비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의 증시시계로도 알려진 이 시계는 1875년에 처음 만들기 시작해 10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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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스타운의 명물, 증기 시계. 세계에 단 두 개밖에 없다.

캐스타운의 동쪽에는 북미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이미 1800년대 밴쿠버에는 1만 7천명에 달하는 중국 사람들이 건너와 차이나타운을 형성하며 밴쿠버를 캐나다 서부의 경제 금융의 중심으로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순전히 밴쿠버는 차이나가 키운 도시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실상 지금도 밴쿠버에서 좀 괜찮다 싶은 고급주택은 상당수가 중국인 소유라나 어쨌다나! 사실 개스타운에서 차이나타운으로 이어진 컬럼비아 거리는 ‘무서운 거리’로 알려져 있다. 술에 취한 사람들, 거지, 약에 취한 사람들, 마리화나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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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스타운에서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거리에서 만난 풍경(위). 차이나타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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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해들은 바로는 밴쿠버에서는 이들 마약사범들을 단속하거나 약을 금지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면, 그럴 경우 이들이 모두 약을 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를 것이고, 그러다보면 밴쿠버의 치안이 더욱 위험해지기 때문이란다. 밴쿠버의 안전과 치안을 위해 이들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며, 심하게는 보조금 명목으로 아예 약간의 약값을 보조해 준다는 말도 있다. 내가 1시간쯤 차이나타운을 돌아보고 다시 개스타운으로 발길을 돌릴 즈음이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거리를 지나자 '취한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그리고는 한 무리에서 빠져나온 웬 여자가 비틀비틀 내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카메라~"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여자의 손이 내 카메라 렌즈를 덥썩 잡아챘다. 뒤에 있던 한 무리의 사내들은 금세라도 달려올 태세였다. 순간 나는 그 여자의 손을 휙 뿌리치며 신호를 무시한 채 차가 질주하는 도로 건너편으로 도망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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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사, 길거리 공연(위). 롭슨 가의 노천카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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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이 정도 해프닝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한참을 걸어서 내가 도착한 곳은 롭슨 거리. 밴쿠버의 압구정동이요, 명동 쯤으로 보면 맞다. 노출이 심한 금발 미녀들도 넘쳐났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언어 한국어를 쓰며 돌아다니는 유학생, 관광객들도 꽤 많다. 거리에는 노천에서 그림을 그려 파는 화가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중국계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그려서 파는 그림의 상당수는 이소룡 그림이라는 거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들은 "브루스 리, 오요 오요요요요요" 하며 브루스 리 흉내를 냈다. 다른 화가도 약속이나 한듯 똑같이 브루스 리 흉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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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 밴쿠버 버라드 만 쪽으로 지는 노을(위)과 밴쿠버 야경(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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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올 때쯤에는 날이 저물어 밴쿠버의 강남이라는 노스 밴쿠버 쪽으로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밴쿠버에는 해질 무렵의 노을과 저녁의 야경을 감상하는 명소로 ‘하버 센터 타워’가 있다. 항구의 야경을 감상하기에는 ‘엠파이어 랜드마크 호텔’도 꽤 유명하다. 그러나 역시 해질 무렵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노을과 야경을 구경하는 곳은 캐나다 플레이스다. 나는 그저 숙소에서 필름 한 롤을 밴쿠버의 노을에 고스란히 바쳤다. 노스 밴쿠버 쪽으로 지는 관능적인 노을과 어두워지는 하늘. 밴쿠버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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