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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초콜릿의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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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초콜릿의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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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트 인근의 드나이어 초콜릿 공장에 도착한 것은 늦은 아침이었다. 건물 한쪽에는 공장 주인 클로린(41)의 초콜릿 가게가 활짝 문을 열어놓았고, 가게를 외돌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달콤한 초콜릿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공장에서는 한창 초콜릿을 만들어내느라 분주했다. 이 곳에서는 카카오 열매에서 직접 코코아 버터를 얻는 대신, 다른 공장에서 생산한 초콜릿 바를 사다가 녹여서 원하는 초콜릿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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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 초콜릿 가게에 진열된 초콜릿.


당연히 최고급 초콜릿으로 꼽히는 프랄린(Pralines, 초콜릿을 좋아한 프랄랭 백작에서 비롯됨)도 직접 제조한다. 프랄린은 초콜릿 재료에 품질 높은 크림과 마지펀(아몬드나 향을 내는 재료)을 배합한 뒤 한번 더 초콜릿으로 감싼 최고급 초콜릿 과자를 말한다. 세계적인 벨지움의 초콜릿 브랜드인 고디바나 코트도르, 노이하우스 등이 바로 프랄린으로 유명해진 브랜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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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나이어 초콜릿 공장에서 생산한 초콜릿.

 

“오래 전에는 집안에서 가내 수공업으로 초콜릿을 만들었어요. 맛이 좋다고 인근에 소문이 나면서 동네 사람들이 즐겨 우리집 초콜릿을 찾곤 했죠. 본격적으로 초콜릿 공장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이에요. 할머니가 처음 공장문을 열었고, 현재 3대째 가업을 이어 초콜릿을 만들고 있습니다.” 클로린은 포장작업을 하는 할머니를 가리키며, 아직도 저렇게 직접 일을 하신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사실 이 곳의 초콜릿 공장은 일에 매달리는 가족을 제외하면 4명의 직원이 고작이다. 가내 수공업보다 규모는 클지라도 대형 초콜릿 공장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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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나이어 초콜릿 공장 박물관에 전시된 초콜릿.


그런데 벨지움에서는 이와 같은 소규모 초콜릿 공장을 소도시마다 한두 개씩은 볼 수가 있다. 지역마다 맛과 향이 독특한 수많은 초콜릿은 바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벨지움 초콜릿의 힘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드나이어 공장은 작은 규모임에도 창고에 따로 초콜릿 박물관을 만들어놓았을 정도로 초콜릿 사랑이 각별한데, 벨지움에는 브뤼셀을 비롯해 안트베르펜과 부르흐 등 웬만한 도시마다 한두 개씩은 초콜릿 박물관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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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 초콜릿 박물관 초코 스토리에서 만난 연인. 초콜릿만큼 달콤한 키스를 나누고 있다.


벨지움의 여러 초콜릿 박물관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 관광도시 부르흐에 있는 초코 스토리(Choco-Story)다. 이 곳에서는 초콜릿의 역사에서부터 코코아 버터의 추출과정, 코코아 버터와 코코아 가루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 다양한 맛과 모양의 초콜릿 종류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콜릿 제품까지 초콜릿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초콜릿을 맛볼 수도 있으며, 초콜릿 구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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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의 초콜릿박물관 초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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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콜릿 왕국으로 불리는 벨지움에서는 브뤼셀을 비롯해 부르흐 등지에 편의점보다 흔한 것이 초콜릿 가게고, 한적한 시골에서조차 다른 것은 없어도 초콜릿 가게는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벨지움에서는 1년에 14만톤 이상의 초콜릿을 생산한다고 하며, 벨지안이 1년에 소비하는 초콜릿도 1인당 약 8kg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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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의 재료가 되는 카카오 열매(위). 박물관의 초콜릿 만들기 시연(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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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이 끌어들이는 관광객도 엄청나서 브뤼셀과 부르흐의 초콜릿 가게는 언제나 발 들일 틈없이 성황을 이룬다. 벨지움에서는 집을 방문할 때에도 꽃 대신 초콜릿을 선물할 때가 많고, 집을 방문한 손님에게도 초콜릿을 내놓는 것이 일상적이다. 벨지움에서는 크리스마스나 생일, 기념일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은 거의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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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상가거리의 초콜릿 가게.

 

벨지움에서 대중적인 초콜릿 브랜드로는 코트도르(Cote d' Or)가 첫손에 꼽히지만, 선물용으로는 고디바(Godiva)와 노이하우스(Neuhaus)를 알아주는 편이다. 길리안(Guylian)과 레오니다스(Leonidas)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이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에서 생산하는 가령 헨트 인근의 드나이어 초콜릿같은 것도 맛과 품질에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벨지움에서 사랑받는 초콜릿 종류로는 트뤼플(Truffles)이 첫손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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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플은 초콜릿과 크렘 프레슈(Creme fraiche, 자연발생효소에 유산을 첨가한 버터가 풍부한 크림) 등의 부드러운 혼합물을 둥글게 뭉쳐 그 위에 코코아 가루를 뿌려 터프한 느낌이 나도록 만든 초콜릿으로, 흔히 크리스마스나 기념일 선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콜릿이다. 마농(Manons)은 가장 보편적인 초콜릿으로, 가운데 크림을 넣고 초콜릿으로 감싼 제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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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가장 사랑받는 트뤼플 초콜릿.


가나슈와 잔두야도 사랑받는 제품이다. 가나슈(Ganache)는 초콜릿과 크렘 프레슈를 섞어 주로 과자를 만드는 것이며, 잔두야(Gianduja)는 호두나 아몬드같은 견과류 가루와 혼합한 제품을 말한다. 벨지움 초콜릿의 품질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벨지움에서는 100퍼센트 카카오 버터를 사용한 제품만을 초콜릿으로 부르며, 다른 나라처럼 카카오가 아닌 기름이나 버터를 첨가한 것은 아예 법적으로 초콜릿으로 표기할 수 없게끔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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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와플. 초콜릿 시럽을 뿌린다.


이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다른 기름을 첨가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초콜릿 본래의 맛과 품질 높은 벨지움 전통 방식을 지켜가려는 ‘장인정신’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벨지움 초콜릿은 가격이 결코 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인으로부터 가장 달콤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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