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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1 나의 로망, 크림색 아기고양이 64

나의 로망, 크림색 아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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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타냥 닮은 아기고양이

 

 

마당고양이 삼월이가 새끼를 낳았다. 지난 6월 중순쯤 출산한 것으로 보이는데, 요즘 한창 새끼들은 꼬물거리며 둥지를 들락거리고 있다. 고등어 한 마리, 턱시도 세 마리, 크림색 한 마리. 삼월이네 아기고양이 중에 유독 내 눈을 사로잡은 녀석은 바로 크림색 아기고양이다. 나의 로망,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이는 크림색 아기고양이. 이 녀석 지난 4월 말 고양이별로 떠난 달타냥을 쏙 빼닮았다. 그럼 아빠가 달타냥이냐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난 그렇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 달타냥이 툭하면 집을 나가 외박을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실을 다니곤 했다.

 

삼월이가 낳은 크림색 아기고양이. 달타냥을 닮았다.

 

아쉽게도 삼월이와 함께 있는 모습은 목격한 적이 없지만, 그쪽에서 올라오는 달타냥은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달타냥이 살던 파란대문집과 삼월이네 집은 거리상으로도 채 200여 미터가 되지 않았다. 순정마초 달타냥이 조강지처인 깜찍이 몰래 로맨스를 즐겨왔다는 건 우리 동네 고양이도 다 아는 바다. 내 추측이 맞다면 달타냥은 삼월이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 간 셈이다. 달타냥이 남기고 간 선물. 오며가며 나는 삼월이네 둥지를 들여다보곤 했다. 산후조리를 위해 녀석에게 특식 캔밥을 만들어다 주기도 하고, 육포에 고양이용 소시지도 갖다 바쳤다.

 

언제나 용감한 고등어(위)와 늘 소심한 턱시도(아래).

 

호기심 가득한 올블랙에 가까운 턱시도.

 

하필이면 삼월이네 아기고양이를 처음 본 것이 장마 바로 직전이었다. 갈 때마다 비가 오거나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아기고양이를 구경하다보니 녀석들의 쨍한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녀석들의 눈빛만큼은 흐린 날이어서 더욱 맑게 빛났다. 삼월이네 아가들을 처음 만난 날, 하마터면 나는 앉은자리에서 꺄악, 소리를 지를 뻔했다. 둥지 밖으로 내다보는 다섯 마리 아기고양이 중에 크림색이 있었던 것이다. 보자마자 나는 그 녀석에게 “네 아빠 달타냥이지?” 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녀석이 알아들을 리 없었지만, 처음 보는 나에게 녀석은 냐앙~ 하고 울면서 나와 눈을 맞췄다.

 

이 순진무구한 눈망울.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아기고양이들.

 

크림색뿐만이 아니라 다섯 마리가 하나같이 어여쁘고 귀여웠다. 고등어는 용감해서 둥지를 탈출해 내 발밑까지 진출했으며, 올블랙에 가까운 턱시도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내 앞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다른 턱시도 두 녀석은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둥지 밖으로 고개만 내민 채 샛별같은 눈망울만 반짝거렸다.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는 삼월이는 아가들 말고 자기 좀 봐달라며 대고 종아리에 얼굴을 부볐다. 삼월이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새끼들도 덩달아 경계심을 풀고 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도 모르고...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는...

 

내 앞에서 뒤뚱거리며 걷는 아기고양이가 너무 앙증맞아서 나는 손가락으로 쓰다듬고, 급기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장난도 쳤다. 삼월이는 제 새끼를 만지고 있는데도 신경을 끄고, 앉아 있는 내 엉덩이와 종아리만 부비고 다녔다. “만져도 돼?” 라고 물어보면 “응 만져도 돼!”라고 대답할 게 틀림없었다. 어미로서의 경계심이 전혀 없었다. 줄창 비가 오는 날에도 녀석은 오는 비를 다 맞으며 내 옆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이건 필경 캔과 소시지의 위력이렷다. 특히 삼월이는 고양이용 소시지를 좋아했다. 새끼들 주려고 챙겨갔지만, 먹이통에 떨어뜨린 소시지 조각의 90% 이상은 삼월이가 다 주워먹었다. 새끼들도 삼월이를 닮아서인지 소시지에 환장을 했다.

 

"내 아그들 이뿌죠 잉~"

 

어떤 녀석은 일어나 집으로 가는 나를 졸졸졸 따라왔다. 비가 오는데도 빗물이 자작한 바닥을 밟으며, 가끔씩 바르르 발바닥을 털며 녀석들은 마당 중간까지도 따라왔다. 마당 끝에 있는 ‘까만 개’가 짖지 않았다면 아마 집까지 따라왔을지도 모른다. 서너 번 들러서 낯이 익자 새끼들은 이제 내 앞에서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어미를 따라서 내 발밑까지 다가와 몸을 부벼댔다. 심지어 달타냥 2세라고 확신하는 크림색 아기고양이는 내 신발까지 올라와 신발끈을 물어뜯었다. 올블랙에 가까운 녀석은 신발에 올라온 것도 모자라 나무 타듯 내 종아리를 타고 오르려 했다. 5주 안팎밖에 안된 녀석들이 단체로 겁을 상실했다.

 

만삭이었을 때의 삼월이.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아기고양이들. 기특하게도 삼월이는 요렇게 예쁜 것들을 잘도 키워놓았다. 내가 요즘 이 녀석들 보는 재미에 산다고 했더니 아내는 흘기듯 가재미눈을 해가지고는 “하여튼 어리고 이쁜 것들만 좋아한다니까!” 그런다. 내가 사진으로 달타냥 닮은 아기고양이 보여주니까 자기도 끼약, 하고 환호성을 질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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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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