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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3 고비의 웅깃사원, 황홀한 폐허 1

고비의 웅깃사원, 황홀한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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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깃사원, 황홀한 폐허

 


초원, 지평선, 하늘, 구름, 그리고 감탄.


이른 아침부터 차는 다시 게르를 벗어나

초원을 달린다.

초원과 지평선, 느긋한 구름과 하늘.

낙타 무리와 염소떼.

적막, 단조로움, 열기, 덜커덩, 으악!

또다시 초원.



웅깃사원의 소박하고 초라한 일주문.


오전 내내 달려서 도착한 웅깃사원.

누군가는 이곳을 몽골의 ‘앙코르와트’라 불렀고,

누군가는 ‘몽골의 마추픽추’라 부른다.

그러나 어떤 비유를 하든

웅깃사원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웅깃사원은 한국의 많은 여행자들이 외면하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나는 '눈부신 폐허'를 보았다.


웅깃사원은 1800년이나 된 오래된 절이었고,

오래 전 1천여 명의 승려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사원이었지만,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져 이제는 폐사지로 남았다.

사원의 일주문은

두개의 높다란 나무기둥에 지붕만 달랑 얹어놓았는데,

소박하다 못해 순진할 정도이다.



언덕 위에 무너지고 부서져 잔해가 널린 소르크(불탑).


웅깃사원의 건물은

대부분 흙과 흙벽돌로 지어진 탓에

1800년이란 긴 세월을 견뎌내기 어려웠다.

폐사지 한가운데 남은 법당은 뒤늦게 복원한 것이다.

현재 이 안에는

웅깃사원의 오랜 유물과 불상을 모셔놓고 있다.

흙벽돌로 하늘 높이 쌓아올린 소르크(쵸르텐, 불탑)도

폐사지의 맨 꼭대기에 남아 있다.


웅깃사원의 법당에 앉은 어린 스님들(위). 법당에 모셔진 불상(아래).


흙으로 된 사원,

그러나 이제는 폐사지로 남은 사원.

개인적으로 내 기억 속엔 고비의 모래언덕과 함께

이곳 웅깃사원이 몽골여행 중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규모로는 앙코르와트에 못미치고,

웅잠함으로도 마추픽추에 훨씬 못미치지만,

나는 거기서 ‘황야의 폐허’를 보았다.

‘폐허의 몽골리즘’을 보았다.



소르크에서 바라본 웅깃사원의 폐사지(위). 이쪽 폐사지에서 저쪽의 폐허를 보다(아래).


눈부신 폐허, 라는 표현이 어울린다면

웅깃사원이 그렇다.

이 곳은 고비를 찾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대부분 외면하는 곳이고,

더더욱 한국 여행자들은 거의가 들르지 않는 곳이지만,

나에겐 폐허 속의 뭉클함이

오래오래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웅깃사원 입구에서 불경을 외는 눈 먼 노스님.


그래서 더욱

사원을 돌아나오는 길에 만난 눈 먼 스님의

‘옴마니밧메훔’ 소리는 절절했다.

너무나 늙고, 눈까지 먼 스님이 중얼거리는

그 소리는 아주 작아서 내 귓가에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사원을 떠나 초원을 달려가는 내내

그 소리는 점점 크게 내 귓전에 맴돌았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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