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노랑둥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10.04 생의 아름다운 이틀 23

생의 아름다운 이틀

|

생의 아름다운 이틀




지난 여름
<애타게 엄마 찾는 아기고양이>(7월 26일)란 제목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가만이의 둥지를 빌려 여리가 낳은 아기 노랑이에 대한 이야기였죠.
당시 아기 노랑이는 눈도 뜨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날 이후 이 아기 노랑이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이 녀석을 만난 건 지난 9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만이네 둥지가 있는 곳이었는데,
어미인 여리와 아기 노랑이가 외출을 나왔더군요.
아기고양이는 연탄더미 속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옆에 있는 어미에게 ‘저 아저씬 누구야?’ 하면서.
꼬리가 짧은 아기 노랑이.
꼬리가 짧아서 더 애처로워 보였던 아기고양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기 노랑이는 겁에 질린 눈으로
줄레줄레 어미고양이의 꽁무니만 따라다녔습니다.
어미가 논으로 가면 논으로
뒤란으로 가면 뒤란으로.
그러나 어미가 내 앞으로 바짝 다가서도
새끼는 차마 앞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녀석을 만난 그 이틀 동안은 날씨도 무지하게 좋았더랬습니다.
파란 하늘과 구름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초가을.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도 불었지요.
지난 한달여 동안 바쁜 개인사로 사료배달이 사나흘에 한번 꼴로
뜸해지는 바람에 웬만하면 나는 한번 나간 김에
2~3일 분을 놓고 오곤 했습니다.
그날도 그렇게 충분한 양의 사료를 두고 돌아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다음날인가요.
추석 연휴가 시작된 첫날부터 엄청난 비가 내렸습니다.
거의 3일 동안 비는 무지하게 내려서
우리집 옆산에도 산사태가 났습니다.
사태로 흘러내린 토사는 우리집 방죽 옆 계곡을 휩쓸었습니다.
밤나무 한 그루가 통째로 그 계곡에 쓸려내려올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비는 내려서 여기저기 물난리가 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닷새 만에 다시 가만이네 둥지를 찾았을 때
여리는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아기 노랑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보름이 지나도록 그 아기고양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찌된 것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래도 그 극심했던 3일간의 물난리가 마음에 걸립니다.
그 어린 것에게 그토록 엄청난 물난리는 이겨내기 어려운 재앙이었을지도 모르지요.
만일 그런 것이라면
녀석을 만난 이틀은 ‘생의 아름다운 이틀’이 되는 건가요?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으니 녀석이 부디 무사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다음에 그곳에 갔을 때
아무일도 없었던 듯 그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길고양이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고양이가 좋아하는 자리  (22) 2010.10.09
"그러는 거 아냐~"  (22) 2010.10.08
샐비어와 고양이가 있는 풍경  (15) 2010.10.07
벽과 고양이가 있는 풍경  (22) 2010.10.06
길고양이의 길  (24) 2010.10.05
아기고양이 막 눈떴어요  (27) 2010.10.03
호박이 넝쿨째  (15) 2010.10.01
아기고양이 '앞으로 나란히'  (22) 2010.09.30
역전고양이가 사는 법  (24) 2010.09.29
아기고양이 3개월만의 외출  (27) 2010.09.28
And
prev | 1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