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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2 봄꽃이 다 모였다: 우리동네 꽃동네 12

봄꽃이 다 모였다: 우리동네 꽃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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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다 모였다: 우리 동네 꽃동네


우리 동네 가라뫼 공원에 핀 별목련. 별목련은 별 모양처럼 목련이나 백목련보다 꽃잎이 퍼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나는 동네에서 꽃구경한다.
쌍계사 십리벚꽃길이며 여의도 벚꽃축제며 무슨무슨 유명한 꽃길도 많지만,
그런 곳에서는 필경 꽃보다 사람구경에 치일 게 뻔하므로
게다가 부러 거기까지 갈 바지런함이나 자투리도 없으므로
그냥 나는 여기서 꽃구경한다.


가라뫼 뒷산의 봄나무 새순과 뒤로 보이는 진달래꽃(위) 새순 돋는 나무는 봄꽃만큼이나 아름답다(아래).

그런데 우리 동네 ‘가라뫼’(고양시)란 곳이 이름나지 않아서 그렇지
꽃구경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곳이다.
무엇보다 동네 뒷산에는 이맘때면 있는 꽃 없는 꽃 다 피어나
봄꽃이란 봄꽃을 다 만날 수 있다.
줄창 벚꽃만 구경하다 오거나 산수유 구경만 하다 오는 것과는 영판 다르다.
거창하지 않지만, 아기자기 요모조모 볼만하다.


살구꽃 너머로 스케치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이 보인다.

요즈음 우리 동네 뒷산에는 하얀 살구꽃과 분홍빛 개살구꽃이 한창이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은 은근히 개살구를 무시하는 말이지만,
꽃은 토박이꽃인 개살구꽃이 살구꽃보다 더 곱다.
살구나무는 식물학상 매실나무의 사촌이나 다름없는데,
사실 함께 피었을 때 가장 헷갈리는 꽃이 살구꽃과 매화다.
하지만 다행히도 매화가 먼저 피고, 매화가 질 때쯤 살구꽃이 핀다.


우리 동네 가라뫼 뒷산의 호젓한 살구 꽃길.

살구꽃과 개화시기가 같은 벚꽃도 생김새가 비슷하다.
그러나 벚꽃이 좀더 꽃자루가 길고 흰색을 띤다.
매화와 벚꽃도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릴 수 있지만,
개화시기가 거의 겹치지 않으므로 헷갈릴 염려가 없다.
다만 그늘 속으로 들어간 매화는 벚꽃의 개화시기와 비슷할 때가 있다.


살짝 분홍빛이 감도는 개살구꽃.

사실 벚꽃으로 가장 유명한 쌍계사 십리 벚꽃길에 핀 벚꽃이
다 벚꽃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쌍계사 벚꽃길은 일제시대의 1931년에 처음 1200여 그루의 일본 벚나무와
200그루의 복숭아나무로 꾸며졌다.
그래서 간혹 벚꽃길에서 복사꽃을 찍어오고도 벚꽃이라 우기는 사람이 있다.


주말농장 인근 텃밭 가에도 개살구꽃이 피었다.

쌍계사만큼이나 유명한 여의도와 진해, 전주-군산간 벚꽃길도
70년대 초 일본에서 기증한 벚꽃으로 꾸며진 왜벚꽃길이다.
벚꽃 구경을 가는 건 좋지만, 사람들이 이런 사정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꽃구경이 나쁜 게 아니라 정확히 알고나 보자는 것이다.


살구꽃과 함께 가라뫼 꽃길을 수놓은 벚꽃.

우리 동네 ‘가라뫼’ 꽃길은 오랜 역사도, 유명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 한적하고 소박한 꽃길이다.
이곳에는 비탈진 산책로를 따라 수십 그루 살구나무가 꽃 피운다.
살구 꽃길이 끝나는 곳에는 벚꽃이 몇 그루 서 있고,
그늘에는 뒤늦게 핀 매화와 이제 한창인 목련도 여러 그루 서 있다.


그늘에 들어가 이제서야 꽃을 피운 매화.

목련과 백목련, 자목련과 별목련이 한곳에 다 있다.
꽃길을 벗어난 산기슭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
꽃을 즐기는데 따로 요령이 있을 리 없지만,
사진에 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침 나절 나들이가 제격이다.


아침 빛에 빛나는 매화.

아침의 빛은 난반사가 되지 않아 꽃사진을 찍어도 좀더 선명하게 나오고
신선한 공기만큼이나 빛깔도 청량하게 나온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꽃을 찍을 때 측광을 권하지만,
나는 그냥 무시하고 역광에 가까운 반역광으로 찍는다.
반짝이는 햇빛이 꽃잎에 스미는 느낌은 반역광이라야 제격인 것이다.


가라뫼 숲속에 핀 목련. 그리고 여백의 미.

우리 동네 내가 즐겨 찾는 꽃나들이 명소가 한군데 더 있다.
주말농장 인근 소공원이 그곳인데,
여기에는 왼갖 꽃들이 시기별로 다투어 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수유 피고 나면 벚꽃이 피고,
벚꽃과 더불어 살구꽃과 앵두꽃도 피고,
살구꽃 만개할 즈음이면 사과꽃과 자두꽃, 만첩홍매화가 피어난다.


우리 동네 뒷산에 핀 진달래꽃.

한 동네에서 이렇게 다양한 꽃을 구경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멀리 가지 않고도 이렇게 나는 그 많은 꽃들을 다 구경한다.
누군가는 꽃구경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하면서
멀리까지 봄꽃 나들이를 다녀오지만,
동네에 이렇게 한적한 꽃길이 있고, 이렇게 다양한 봄꽃이 있는데,
차에 밀리고, 사람에 치이면서 구태여 멀리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우리 동네 소공원의 앵두꽃(위)과 사과꽃(아래).

꽃구경은 필경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려는 것이니
구경하고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사진으로 담을 양이면, 되레 붐비는 축제장보다는
이토록 한적한 곳에서 보다 다양한 꽃들을 담아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우리 동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꽃.

이제 곧 우리 동네에는 자두꽃이 피고 배꽃이 흐드러질 것이다.
굳이 꽃이 아니면 어떤가.
이맘때 물오른 나무마다 돋아나는 새순은
여느 꽃만큼이나 아름답게 빛난다.
그러나 그것을 발견하고 담아내는 것은
순전히 보고 찍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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