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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4 얼음계곡 지나 펼쳐진 고비사막 3

얼음계곡 지나 펼쳐진 고비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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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2: 얼음계곡 지나 드디어 사막이다
 



홍고린엘스에 도착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고비사막.

 

비로소 사막이 열리고, 적막이 펼쳐지는 곳.

만달고비를 만달만달 넘어서

거침없이 지프는 사막을 향해 간다.

이제 초록색의 초원은

황량한 벌판과 모래땅으로 바뀌어 있고,

성기게 자란 야생파꽃 무리만

밍숭맹숭한 황야에 숱이 모자란 머리칼처럼 휘날린다.



모래땅 벌판에서 만난 낙타떼. 구름과 지평선.


녹색의 밀도가 희박해지면서

모래땅 언덕과 벌판에는 말이나 양떼 대신

낙타무리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냄새는 고약하고, 눈은 그지없이 선량한 낙타들.

모래땅에서 태어나 모래땅으로 돌아가는

모래알같은 축생을

넋놓고 나는 본다.



고비 가는 길에 잠시 휴식중. 차가 멈추는 곳이 초원의 휴게소이다.


낙타의 굴곡진 등 너머로 구름은 휘날리고

아직 갈길이 먼 나그네는

덜컹덜컹 졸다가

달표면같은 땅에서 튕겨오르는 바퀴의 진동에

머리를 부딪고서야 눈을 뜬다.

가도가도 모래땅.



달란자드가드 가는 길에 만난 작은 마을의 허물어져가는 흙집.


하루종일 달려서야 도착한 달란자드가드.

공항까지 있는 제법 커다란 도시이지만,

몇몇 시멘트 건물을 제외하면

시가지는 내내 목책을 두른 게르뿐이다.

너른 벌판에 규칙적으로 구획된

게르촌의 골목은

번지수를 찾을 수 없을만큼 분간이 가지 않는다.



달란자드가드의 아침. 게르촌의 풍경.


달란자드가드 외곽의 게르에서 1박.

아침 일찍 다시 길을 나선다.

사막의 주유소에서 차는 기름을 넣고,

사막의 마을에 주유소가 있다는 것에 나는 신기해하며

뿌연 먼지 속으로 잠기는

달란자드가드의 풍경을

겨우 카메라에 담는다.



달란자드가드의 한 골목에서 만난 몽골견.


차는 맹렬하게 모래벌판을 가로질러

욜링암으로 간다.

욜링암은 일명 아이스 밸리, 얼음계곡이다.

뜨거운 한여름에,

그것도 사막으로 가는 길목에

얼음계곡이라니!



몇몇의 사람들이 낙타를 타고 욜링암, 얼음계곡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사시사철 녹지 않는 빙하가

고비를 지척에 두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이다.

마치 공룡이 나올것같은 거대한 협곡을

한참 걸어들어가면,

그곳에 정말 빙하가 있다.



손님을 기다리는 낙타와 소년.


누군가는 낙타를 타고

협곡 깊숙이 들어가고,

누군가는 걸어서 천천히 빙하를 만나러 간다.

내내 지평선만 보고 온 나로서는

이런 거대한 얼음 계곡이

‘몽골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몽골스러움은 초원과 사막과 지평선에만 있지 않다.



욜링암에서 볼 수 있는 만년빙하. 조금씩 녹아가고 있다.


차는 욜링암 협곡을 겨우겨우 빠져나가

다시 모래땅 초원과 만난다.

1시간을 달려 게르 한 채를 만나고,

다시 1시간을 달려 또다른 게르를 만난다.

게르에서 만난 소녀와 노인과

애기엄마는 만난 적도 없는 나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든다.



얼음계곡의 '어버'에 올려진 말 조각상과 칭기즈칸 보드카 술병.


마치 그 모습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준비된 자세다.

그들은 게르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나그네를

식구처럼 반기고 안으로 들인다.

말젖으로 만든 요구르트와

딱딱한 치즈도 내온다.



욜링암의 막바지 계곡에서 염소떼를 만났다.


줄 것이 없어서 나는 주인이 내온 비린 음식들을

군소리없이 받아먹는다.

게르에서는 먹지 않는 게 결례이므로

나는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을

억지로 받아삼킨다.



바얀달라이에서 만난 게르. 염소떼와 소녀.

 

초원은 모래땅으로 이어지고

모래땅은 사막의 사구로 이어진다.

아침에 달란자드가드를 출발해

저녁에 홍고린엘스에 도착한다.

홍고린엘스는 사막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게르 몇 채가 고작이지만.



게르 문앞에 앉은 애기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흔들어 준다.

 

내내 말이 없던 운전수는

초원의 언덕에 차를 세우고 손가락을 가리킨다.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 너머로

모래의 바다,

드디어 웅장한 사막이 배경음악도 없이 등장한다.

파도치는 듯한 모래의 물결무늬가

내 눈속에서 출렁거렸다.



고비의 사막을 만나려면 울란에서 3일간 달려야 한다.


저 사막을 보려고

울란바토르에서 3일간 달려왔다.

사막이 보이는 게르에 여장을 풀고

밖으로 나오자

때마침 황홀한 석양이 사막을 건너

지평선으로 지고 있다.



홍고린 엘스에서 바라본 고비의 사막. 모래의 바다. 모래의 물결.

 

저녁의 사막은 석양을 받아

온통 황금빛으로 빛난다.

게르촌 주변에서 낙타 무리는 긴 울음을 울고

나는 해 지는 사막의 풍경을

또박또박 가슴에 적었다.

내일은 저 사막으로 갈 것이고,

지금은 잠 오지 않는 고비의 밤이다.


황혼녘의 고비에서 담배를 피워무는 사내. 뒤로 사막의 실루엣이 보인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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