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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길고양이 초상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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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루피 고양이 사건

 

 

인도의 한적한 시골 산티니게탄에 머물다

거대한 혼돈의 도시 캘커타에 떨어지자 정신까지 혼미했다.

인도에서는 거리에서 온갖 동물을 만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양이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캘커타에서 처음으로 만난 고양이는

두 마리의 노랑둥이였다.

시장 거리에서 인도박물관을 향해 걷다가

무심코 돌아다본 공터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고양이에게 다가앉아 나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녀석들은 별로 경계심도 없어서

셔터를 누르든 말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무심한 두 마리의 고양이가 갑자기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

경비원 차림을 한 아저씨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마리의 고양이는 어느 새 경비원에게 달려가 목청을 놓아 울었다.

가만보니 경비원의 손에 음식이 담긴 흰 비닐봉지가 들려져 있었다.

고양이가 반색을 하고 달려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경비원은 내가 보는 앞에서 비닐봉지를 열어

국수처럼 보이는 음식을 한 움큼씩 고양이 앞에 던져주었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터를 가로질러 갔다.

두 마리의 고양이는 게눈감추듯 던져진 먹이를 흡입했다.

녀석들은 짧게 입맛을 다시고

도로 무심한 상태로 돌아갔다.

내가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귀찮다는 듯

두세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게 고작이었다.

 

 

내가 한참이나 고양이 촬영에 몰두하자

공터 건너편에서 아줌마들이 하나 둘 몰려나와 구경을 했고,

큰길에서 좌판을 벌이던 사람들도 흘끔흘끔 나를 구경했다.

약 30여 분간의 촬영을 마치고 공터를 빠져나올 때,

사건은 발생했다.

한 남자가 양팔을 벌려 나를 막아섰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데,

남자는 고양이를 가리키며 100루피(한화 약 2000원)를 내놓으라고 했다.

설마 이 사람이 저 고양이들의 주인이었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두 마리의 고양이는 길고양이가 분명했다.

길고양이의 초상권이 100루피?

내가 모른척하고 빠져나가려고 하자

남자는 내 팔을 잡아챘다.

누가 봐도 남자는 억지를 부리며 100루피를 갈취하려 했다.

사실 100루피가 큰돈도 아니고 얼마든지 내줄 수도 있지만,

억지와 생떼를 부리는 남자의 행동이 괘씸했다.

때마침 고양이에게 음식물을 전해주었던 경비원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경비원에게 다가가 손짓몸짓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했다.

“쟤네들 스트리트 캣 맞죠?”

“그렇지. 스트리트 캣.”

“이 고양이의 주인이 저 사람인가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양팔을 벌리고 나를 제지했던 남자는 팔을 허공으로 휘저었다 내리며

공손하게 길을 열어주었다.

오히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장난 좀 친 거라며 잘 가라고 인사까지 했다.

 

 

나는 몇 걸음 걷다가 지갑에서 50루피 지폐 한 장을 꺼내

내 앞을 막아서던 남자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로 말했다.

“길고양이 초상권이 고작 100루피야?

다음부턴 통 크게 1000루피쯤 부르는 게 어때!”

그는 알아들을 리 없지만, 고개를 끄덕거리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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