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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3.21 아이폰에 담은 인쇄소 고양이 33
아이폰으로 찍은 인쇄소 고양이
경기도 고양시 모처의 K인쇄소에는
인쇄소 기름밥 좀 먹었다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돼지’라는 이름의 턱시도 녀석인데,
벌써 이곳에 산지가 4년이나 되었다고 하는군요.
인쇄소 고참까지는 아니어도
신참은 진즉에 벗어난 녀석입니다.
이 녀석 인쇄소 고양이 아니랄까봐
쉴 때도 종이를 나르는 지게차 운전석에 올라가 쉬거나
재단한 종이 더미 위에서 잠을 잡니다.
가끔은 지가 무슨 기장이라도 되는 양
인쇄 감리에 참견까지 합니다.
맘에 드는 인쇄물에는 풀쩍 올라가 앉아 있고,
맘에 들지 않는 인쇄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나 어쨌다나.
알다시피 인쇄소 기계 소리는 사람이 듣기에도 여간 시끄러운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녀석 이제는 그 소리에 이골이 났다는 듯
아주 편안하게 기계 앞에 웅크려 있기도 하고,
직원들과도 곧잘 장난을 칩니다.
누군가 발로 툭툭 녀석을 건드리면
녀석도 타닥탁 장단을 맞춥니다.
이 녀석 꽤나 온순한 편이어서 만지고 쓰다듬고
가끔 머리를 콩 쥐어박아도 발톱 한번 세우는 적이 없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조물락거리면 짜증을 내면서
슬슬 도망을 다니곤 합니다.
‘돼지’는 바깥 출입이 자유로운 외출고양이이지만,
바깥보다는 언제나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이곳이 더 좋은 모양입니다.
직원들 말에 따르면,
덩치값도 못하고 만날 밖에만 나가면
맞고 들어온답니다.
그러니 바깥보다 이곳을 더 좋아할 밖에요.
사실 이 녀석은 4년 전쯤
젖도 떼지 않은 핏덩이로 이곳에 왔다고 합니다.
어미가 죽어서 젖먹이 아기고양이를 시장에 팔러 온 것을
인쇄소에서 쥐잡이용으로 들여놨다고 합니다.
이 녀석을 데려온 뒤, 직원들은 돌아가며
녀석에게 우유를 먹여 키웠다는군요.
그러니 인쇄소 직원들과 정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인쇄소란 곳이 거의 남자들만 근무하는 곳이어서
거칠고 삭막할 것만 같은데,
이렇게 4년씩이나 고양이와 한 식구처럼 지내온 것을 보면,
그곳이 너무 아늑하고 평화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쇄소 직원분들, 그리고 그곳의 ‘돼지’라는 고양이
모두모두 파이팅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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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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