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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냥~" 자갈치 고양이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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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냥~” 자갈치 고양이

 

 

자갈치 시장 입구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수레에 목줄을 매어놓은 노랑이 한 마리.

“오이소! 보이소! 놀아주이소!”

시장 사람들은 무심하게 고양이를 지나치고,

고양이는 심심하게 수레 그늘에 들어가 낮잠을 잔다.

 

"아이, 부끄럽다냥~!"

 

“안녕! 심심하지?”

인사를 건네자 녀석은 기다렸다는듯 수레 그늘을 빠져나와

졸린 눈을 부비며 내 앞에 선다.

아구처럼 하품도 하고, 가오리처럼 기지개도 켠다.

짧은 탐색의 시간이 끝나자 녀석은 스스럼없이 내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며

몸을 부벼대기 시작한다.

 

 

 

목덜미를 쓰다듬어도 가만히 나한테 몸을 맡긴다.

뒤집뒤집 발라당을 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낯부끄러운지, 녀석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부끄럽다냥~’ 자세도 취한다.

시장에서 잔뼈가 굵어서인지,

사람 대하는 게 보통이 아니다.

 

 

 

밀고 당기는 재주가 ‘고수’에 이르렀다.

그러니 녀석의 꾀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성의있는 유혹에는 넘어가주는 게 예의다.

바닥에 생선궤짝을 동여매던 끈이 있어서

고양이 낚싯대처럼 살살 흔들어주니, 이 녀석 물 만난 고기처럼 잘도 논다.

그 커다란 덩치로 풀쩍, 점프까지 한다.

 

 

저만치서 구경만 하던 생선장수 아저씨는 나보고 한마디 한다.

“새끼 때만 잘 노는 줄 알았더니 나이가 들어도 잘 노네.”

하면서 생선을 뒤적거린다.

가만보니 이 녀석 자갈치 고양이답지 않게 꼬박꼬박 사료를 급식받고 있었다.

생선대신 고양이캔이 이 녀석 간식이었다.

 

 

당연히 이 녀석은 어물전을 탐하는 쥐를 쫓기 위해 특별히 키우는 고양이다.

특별히 녀석은 쥐를 잡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양이가 있는 것만으로 쥐는 이곳에 얼씬도 하지 못하므로.

나는 한참이나 녀석과 끈 하나로 놀아주었다.

생각해보면, 녀석이 도리어 심심해하는 나와 놀아준 것인지도.

 

 

안녕 고양이 시리즈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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