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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4 청정환경특구, 최남단 마라도의 봄 1

청정환경특구, 최남단 마라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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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환경특구, 최남단 마라도의 자연생태



마라도 갯바위에서 만난 붉은배지빠귀.

 

마라도의 봄 아침은 황홀합니다.

우리나라 최남단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공연히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마라도는 동서 500m, 남북 1.3km로 전체 면적이 9만여 평에 불과해

해안을 따라 한 바퀴 걸어서 돌아보는데 4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른 아침 마라도에서 바라본 가파도와 제주 본섬 산방산 일대 풍경.


마라도의 해안을 따라 도는 길은 마라도의 자연과 생태정보가 가득한

생태도로나 다름없습니다.

우선 마라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제주도의 서쪽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 선인장(백련초) 군락지입니다.

주로 마라도의 남동쪽에서 이런 선인장 군락지를 볼 수 있습니다.


마라도 해안의 땅채송화(위) 군락지와 백련초(아래) 군락지.



바닷가 절벽 가까운 곳에는 온통 땅채송화가 뒤덮었습니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지만, 다닥다닥 붙어 자라는 여린 줄기는 꽃처럼 어여쁩니다.

드물게 염주괴불주머니도 노란 꽃을 피웠고,

한국 특산종인 갯장구채도 앙증맞은 분홍꽃을 잔뜩 피웠습니다.

갯장구채는 흔히 5~6월에 작은 분홍꽃을 피우는데,

흰색 꽃을 피우는 흰갯장구채도 따로 있습니다.

꽃이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입니다.


작고 아름다운 분홍꽃의 갯장구채(위)와 노란꽃의 염주괴불주머니(아래).



뭍과 다른 마라도 자연생태의 가장 큰 특징은

뭍에서의 봄꽃과 여름꽃과 가을꽃이 한데 어울려 같은 시기에 핀다는 겁니다.

실제로 봄인데도 마라도에는 현재

봄꽃인 제비꽃과 여름꽃인 엉겅퀴, 가을꽃인 갯쑥부장이가 동시에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남쪽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해양의 기후에 따른 원인으로 보이지만,

학계에서 이런 생태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가 없군요.


뭍에서 가을꽃인 갯쑥부장이를 마라도에서는 봄에 만날 수 있다.



마라도의 갯쑥부장이는 유난히 키가 작습니다.

거센 마라도의 해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키를 낮출 필요가 있었겠죠.

하지만 꽃은 다른 지역의 갯쑥부장이만큼이나 크고 아름답습니다.

아침에는 갯쑥부장이 꽃잎에 잔뜩 이슬이 맺혀서 꽃접사 하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합니다.

귀화식물인 애기달맞이꽃과 민들레도 마라도까지 영역을 넓혔군요.

해안을 따라 초원에 핀 키 작은 달맞이꽃이 모두 애기달맞이꽃입니다.



여름꽃인 엉겅퀴도 마라도에서 봄에 만날 수 있다.


해안의 바위에서 이따금 붉은배지빠귀도 만날 수 있습니다.

붉은배지빠귀는 가슴과 배가 붉은색이 감도는 짙은 오렌지빛을 띠고,

등과 날개는 갈색을 띱니다.

마라도에서는 해안가 초원의 곤충이나 땅속 벌레를 잡아먹고 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봄 가을에 드물게 지나가는 나그네새라고 하는군요.

마라도에서는 봄이면 참새와 제비 다음으로 많이 눈에 띄는 새가 바로 붉은배지빠귀입니다.


마라도에서 만난 아침이슬. 이슬 속에 섬 한 채가 들어앉아 있다.

 

바닷물이 드는 바닷가 바위나 해벽에는 자잘한 고둥과 따개비 종류가 잔뜩 붙어 있습니다.

‘거북손’이라 불리는 보찰도 바위 틈을 따라 잔뜩 붙어 있군요.

한바탕 바닷물이 밀려와 바위를 씻어내리면,

고둥과 따개비와 거북손 무리는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거립니다.

사실 마라도의 해양 생태계는 제주 본섬이나 육지의 연안과는 다른 식생을 나타내는데,

특히 난대성 해양 동식물의 생태자원이 풍부하게 남아 있어

학술적으로도 해양 생태계의 보고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마라도 해안의 물속 풍경(위)과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거북손(아래).


하지만 사실 육지 생태계는 한때 초지나 경작지를 개발하면서

대부분 파괴되어 다시금 식생대가 형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마라도는 제주 본섬은 물론 본토와 거리가 멀고

지정학적으로 난대성 기후에 가까워 육지의 연안과는 매우 다른 이질적인 식생을 나타냅니다.

이런 독특한 해양생태와 더불어 무수한 해식동굴 및 해식단애로 인해

마라도는 현재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423호)이자 천연보호구역(2000년)이며,

해양군립공원(1997년)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해안 바위에 붙은 고둥.


마라도의 절경은 동해안의 해식단애(30여 미터)와 남해안의 무수한 해식동굴에서 두드러집니다.

특히 마라도 동해안의 해식단애는 마치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것처럼

길고 웅장한 수직 절벽을 자랑합니다.

선착장 주변의 해식동굴도 신비로운 풍경으로 관광객의 눈길을 끕니다.


마라도의 동쪽해안 해식단애. '빠삐용'의 절벽처럼 길고 웅장하다.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생태자원으로 인해

마라도는  환경부로부터 생태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2005년에는 자동차가 없는 ‘청정환경특구’로 지정돼

마라도 전역에서 자동차의 운행이 제한되었습니다.



선착장 인근의 해식동굴.


이 때 마라도에 있던 20여 대의 자동차도 함께 섬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1년도 안돼 마라도에는 ‘골프카’라는 것이 들어와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마라도 전역에 20여 대가 넘는

골프카가 운행하고 있습니다.


마라도 바다의 일몰 무렵 풍경.


자동차를 없애는 대신 골프카가 차를 대신해 운행하는 것이지만,

분명 이것은 ‘청정환경특구’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라도 주민의 입장에서는 ‘환경’이나 ‘생태’보다는

먹고 사는 ‘영업’과 ‘소득’이 우선이겠지만,

어쩐지 쉴새없이 관광객을 싣고 마라도를 도는 골프카를 바라보는 마음은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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